|
|
내가 깨달았나이다
시편 73편은 아삽의 시입니다. 아삽은 레위 지파 자손으로 성전에서 찬양대를 지휘한 사람입니다. 역대상 16:37 기록을 보면 “다윗이 아삽과 그의 형제를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있게 하며 항상 그 궤 앞에서 섬기게 하되”라고 했습니다. 다윗이 아삽에게 언약궤 앞에 서도록 한 것을 보면 그가 공동체에서 얼마나 인정받는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 2절을 보십시오. “나는 거의 넘어질 뻔하였고 나의 걸음이 미끄러질 뻔하였으니,”신실한 사람 아삽이 거의 실족할 뻔 했다고 고백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3절을 보십시오.“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그가 실족할 뻔 했던 이유는 악인들의 형통과 그에 대한 질투 때문이었습니다. 아삽은 하나님께서 마음이 정직한 사람과 정결한 사람에게 선을 베푸시는 분이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악인들이 형통하니 그의 마음이 몹시 흔들렸습니다. 비단 아삽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구약 시대 성도들의 신앙 고민 중 하나가 “악인의 번영과 의인의 고난”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편 37, 74, 79, 80, 83, 89편이 모두 이를 주제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구약 시대 뿐이겠습니까?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도 비슷한 괴로움을 겪습니다. 표준새번역으로 보면 아삽의 괴로운 심정이 보다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표준새번역으로 3~9절을 읽어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거만한 자를 시샘하고, 악인들이 누리는 평안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을 때에도 고통이 없으며, 몸은 멀쩡하고 윤기까지 흐른다. 사람들이 흔히들 당하는 그런 고통이 그들에게는 없으며, 사람들이 으레 당하는 재앙도 그들에게는 아예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오만이 목걸이요, 폭력이 그들의 나들이옷이다. 그들은 피둥피둥 살이 쪄서, 거만하게 눈을 치켜 뜨고 다니며, 마음에 기대한 것보다 더 얻으며, 언제나 남을 비웃으며, 악의에 찬 말을 쏘아붙이고, 거만한 모습으로 폭언하기를 즐긴다. 입으로는 하늘을 비방하고, 혀로는 땅을 휩쓸고 다닌다.”불의한 상황과 악인들의 형통한 모습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성도들은 실족하기 마련입니다. 주님을 정직하게 믿고, 말씀대로 묵묵하게 사는 인생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어두워지면 신앙생활과 하나님에 대한 회의에 빠집니다. 10, 11절 말씀을 풀이하면, “하나님께서 어찌 아시겠느냐? 지식이 있어서 다 아시겠느냐”하며 성도들이 불신의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회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로 이어집니다. 13~14절을 보십시오.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내 손을 씻어 무죄하다 한 것이 실로 헛되도다 나는 종일 재난을 당하며 아침마다 징벌을 받았도다.” ‘아삽이 고백하기를 그동안 드렸던 예배가 무익하다. 언약궤 앞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찬양대를 이끌어 보았지만 헛된 것이었다. 내 삶은 종일 재난을 당하는 것 같고, 징벌을 받은 것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깊은 회의에 빠져서 겉으로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어둡고 슬펐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삽이 느낀 괴로움과 회의는 성도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요즘 SNS를 보면 악인들의 번영과 그들의 횡포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무수히 쏟아집니다. 갑의 자리에서 부조리한 행동을 하는 공무원과 기업인들, 얌체 같고 야비한 행동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성도들은 하나님께 하소연해보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역전시켜주시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그런 일은 도무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악인의 형통은 사람도 하나님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아삽은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발견하게 됩니다. 17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아삽은 하나님의 은혜로 악인들의 종말과 심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오래 참으셔서 악인들이 형통해 보일뿐이지, 회개하지 않는 그들의 삶은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쌓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가 되어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면 악인들은 철저히 멸망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등장 밑이 어둡다고, 아삽이 깨닫게 된 곳은 항상 가까이 했던 하나님의 성소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성소에 처음 들어간 것도 아니고, 오랜 만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항상 들어갔었는데 이전에는 왜 마음이 힘들었고, 지금은 왜 깨달게 되었을까요? 아삽을 깨닫게 된 것은 하나님의 한없는 자비와 은혜 때문에 가능한 일이습니다. 마음 속 불신과 회의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저주하며 괴로워하는 아삽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가, 성령의 역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 와 같은 역사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늘 나오는 성소이지만, 하나님과 만남이 없는 성소가 아니라, 성령께서 깨달음을 주시고 위로를 주시는 자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아삽은 한 가지를 더 깨닫게 됩니다. 22, 23절을 보십시오. “내가 이같이 우매 무지함으로 주 앞에 짐승이오나, 내가 항상 주와 함께 하니 주께서 오른 손으로 붙드셨나이다.”아삽은 그동안 힘들었던 이유가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헤아리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특히 자신이 불신과 회의의 마음을 가지고, 억지로 예배와 역사를 섬길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것 자체가 은혜였음을 알게 됩니다. 은혜의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붙들어 주신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회복된 아삽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24~28절은 회복된 아삽의 심정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표준새번역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주의 교훈으로 나를 인도해 주시고, 마침내 나를 주의 영광에 참여시켜 주실 줄 믿습니다. 내가 주님과 함께 하니, 하늘로 가더라도, 내게 주님 밖에 누가 더 있겠습니까? 땅에서라도, 내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내 몸과 마음이 다 사그라져도, 하나님은 언제나 내 마음에 든든한 반석이시요, 내가 받을 몫의 전부이십니다. 주님을 멀리하는 사람은 망할 것입니다. 주님 앞에서 정절을 버리는 사람은, 주께서 멸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있는 것이 나에게 복이니, 내가 주 하나님을 나의 피난처로 삼고, 주께서 이루신 일들을 전파하렵니다.” 회사 일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 혹은 부자들을 만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첫인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매너나 태도, 말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간혹, 불쾌한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 때의 기억은 오래갑니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부와 지위를 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존경받을만한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제 마음속에서“저 사람은 비록 훌륭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으니, 저 사람보다 내 삶이 낫지.”하며 유치한 생각으로 마음 속 질투를 달래보기도 합니다. 제게는 인간적인 욕심이 많습니다. 악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하면서 아삽의 고백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삽이 깨달은 자신이 어리석음이 곧 저의 어리석음과 닮았습니다. “나는 왜 어리석게 심판받고 멸망당할 삶을 부러워하고 있는가?”내가 이미 받은 은혜와 훗날 받게 될 상급은 왜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일까? 하나님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 성소에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3주 마다 돌아오는 새벽 메신저를 통해 말씀을 묵상하며 회개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믿음이 회복되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깨닫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은혜가 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간적인 욕심과 하나님의 은혜를 가볍게 여긴 저의 죄악된 생각과 마음을 회개합니다. 하나님을 가까이 할 수 있음이 세상의 부와 지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은혜와 복으로 알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