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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스카이원정대-반지와 드라크마
반지와 드라크마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누가복음 15장 8절) 저는 논산평야가 자리 잡고 있는 드넓은 들판을 누비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논농사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저희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사시는 아저씨의 이야기입니다. 이른 봄에는 모판을 만들고 모(벼의 어린 싹)를 기릅니다. 또 중요한 것은 논에 물을 대고 어린 모를 땅에 심을 수 있도록 물 속의 흙을 더 잘게 부수는 것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소를 이용했고, 과도기에는 경운기로, 요즘은 트랙터로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시골용어로 '써레질'이라고 합니다. 아저씨는 물 댄 논에서 경운기로 써레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논은 적당한 크기로 구획이 나뉘어 있습니다. 1980년 초반에 삐뚤빼뚤 논이 바둑판 처럼 바뀌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400평(2마지기) 정도 되는 논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아직 신혼이었고, 결혼반지를 낀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일이 났습니다. 분명 아침에 반지를 끼고 나갔는데 저녁에 돌아와 보니 손가락에 있던 반지가 없어진 것입니다. 논에서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반지의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신부가 준 결혼 반지였습니다. 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다니!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아저씨는 안절부절하였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밤이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침 일찍 나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넓은 논에서 그 작은 반지를 찾는다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일 같았습니다. 아내가 뜯어 말려도 소용 없었습니다. 결국 아저씨는 동이 트자마자 논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열 개의 손가락들은 '반지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나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논은 물을 댄 상태였고, 잘게 써레질을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물 속에 빠진 반지가 어느 깊이에 있을 지 조차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찾고 또 찾았습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찾아야 한다는 일념 뿐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더듬고 또 더듬으며 샅샅이 뒤졌습니다. 혹시라도 놓쳤을까봐 뒤졌던 곳을 또 다시 뒤지기도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식사도 거른채 계속 찾았습니다. 아저씨를 찾아온 아주머니는 이제 그만하라고! 괜찮다고! 다시 사면 된다고! 계속 외쳤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반지를 찾아낸 것입니다. 해질녁 저 멀리 산을 타고 넘어가는 태양이 아저씨의 얼굴과 반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누가복음 15장 8절) 한 드라크마는 은전으로서 노동자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인이 이 동전을 잃어버렸습니다. 10만원 정도? 물론 적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드라크마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결혼할 때 신랑이 드라크마 열 개를 끈으로 묶어서 신부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즉, 잃어버린 드라크마는 '사랑의 증표'였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결혼반지와도 같았습니다. 이를 받은 신부는 일생 그 동전을 잃어버리지 않고자 소중하게 간직했습니다. 만일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식은 것으로 간주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인들은 이 동전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하나를 여인이 잃어버린 것입니다. 여인의 마음은 애가 탔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집은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많은 틈새가 있었고, 일단 떨어뜨리면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인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등불을 환히 켜고, 구석구석을 쓸어가면서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았습니다. 한 드라크마를 부지런히 찾는 여인의 열심은 한 영혼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오늘날도 잃어버린 한 영혼을 찾고 찾으십니다. 반지를 찾아낸 아저씨의 열심 처럼, 드라크마 하나를 찾는 여인의 열심 처럼 찾고 또 찾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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