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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설명할 수 없는 문학작품의 위대성
나는 문학작품을 읽고서 그 작품의 위대성을 느낀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느낀 그 작품의 위대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그 작품의 줄거리와 주제 정도이기 때문이다. 줄거리와 주제만 듣고서 어떻게 그 작품의 위대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위대하기는커녕 뻔한 줄거리, 뻔한 주제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남편에게 내가 읽은 문학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면 남편은 “근데 그 작품이 왜 위대한거야?” 라고 물어본다. 그럼 나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라 좀 곤란해진다. 그리고 “인간의 이러이러한 본성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위대한거야” 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남편은 이 대답에도 수긍하지 못 하고 “근데 왜 그게 위대한거야?” 라고 또 물어본다. 나는 어찌하든지 남편이 문학작품의 위대성을 깨닫게 하려고 대답을 쥐어짜낸다. “그러니까, 문학의 위대성은 특수성과 보편성이 같이 있다는데 있는거야. 특수한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게 내 얘기같이 들리고 공감이 가고 모든 인간에게 있을 수 있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거지.” 이렇게까지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짜내서 말해주었건만 남편은 그래도 수긍하지 않고 “근데 그게 왜 위대한거야?”라고 나를 놀리는 것 마냥 똑같은 질문을 또 한다. 나는 얄미운 남편의 입을 손으로 막아 버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그~그건 직접 읽어봐야 아는거라구.” 남편에게 문학작품을 읽어주었다. 내가 작품을 읽어주는 내내 남편은 감탄을 연발한다. “와,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정말 천재 같다. 대단하다. 너무 멋있는 문장 같아.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는 것 같아.” 문학작품을 읽고 쓴 독후감을 사람들과 공유할 때 그 작품의 위대성을 전달하지 못 하는 게 못내 아쉽다. 작품 속에는 주제를 드러내는 문장 말고도 진리의 문장들, 보석 같은 문장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데 독후감을 쓸 때는 주제를 중심으로 쓰기 때문에 그러한 훌륭한 곁다리 문장들을 소개하지 못 한다. 일례로,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나와 남편이 감탄을 했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인물이나 사건, 주제, 줄거리는 뒤로 하고 이 한 대목만을 가지고서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 한밤 중 잿빛의 네 여인이 나타난다. 첫째 여인 나는 결핍이니라. 둘째 여인 나는 죄과이니라. 셋째 여인 나는 근심이니라. 넷째 여인 나는 고난이니라. 셋이 함께 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 없네. 저 안에 부자가 살고 있는데, 우린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 결핍 그럼 난 그림자가 될걸. 죄과 그럼 난 없어져 버릴걸. 고난 그 사치스러운 얼굴이 날 외면할걸. 근심 자매들아, 너희들은 저 안에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가서도 안 돼. 하지만 근심은 열쇠 구멍으로 슬며시 들어갈 수 있어. 근심, 사라진다. 결핍 잿빛의 자매들아,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렴. 죄과 난 네 곁에 꼭 붙어 있을거야. 고난 난 네 뒤를 바짝 따라다닐 거야. 셋이 함께 구름이 몰려오고 별들이 사라진다! 저 뒤, 저 뒤 좀 봐! 멀리, 멀리에서, 오라버니가 온다, 저기 오라버니-죽음이 온다. ----------------------------------------------------------------------------- 네 자매가 있다. 그들은 결핍, 죄과, 근심, 고난이다. 부자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문 때문에 결핍과 죄과와 고난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부자에게 결핍은 그림자가 되고 죄과는 없어지고, 고난은 외면당한다. 그러나 근심만은 열쇠 구멍으로 슬며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첫째인 결핍은 나머지 자매들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하지만 죄과는 결핍 곁에 꼭 붙어있겠다고 하고, 고난은 죄과 뒤를 바짝 따라 다닐거라고 한다. (결핍이 죄를 죄가 고난을 낳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오라버니인 죽음이 온다. 이 얼마나 인생의 그림자를 잘 드러내는 탁월한 비유인지. 이러한 탁월한 비유들과 문장들이 문학작품 속에는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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