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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고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 이상섭 옮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분량도 적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한 시학은 175페이지 가량 되는데 이 중 반이 시학 본문이고 반은 역자의 주석이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시학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의 개념이 아니고 서사시(예-일리아드,오디세이아)와 희곡(예-오이디푸스왕)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시학은 시를 짓는 기술에 대한 책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비극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해마다 비극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비극은 단순히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일종의 시민교육이자 도시의 단결을 상징하는 축제 같은 행사였다고 한다. 모방, 카타르시스, 플롯, 개연성, 필연성, 보편성 등이 이 책에 나오는 주요 개념어인데 이 중에서 나에게 지적인 희열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 개념어는 ‘모방’이라는 단어다. ‘시’는 인간 행동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기초로 얘기하자면 서사시는 운문으로 된 이야기 형식의 시적 모방이고, 비극은 두려움과 연민을 일으키는 하나의 완전한 행동의 모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스승 플라톤은 ‘모방’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플라톤은 예술은 본질적인 것(이데아)의 2차 모방(1차 모방은 현실계. 실제 사물)이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지식에 있어 뒤떨어진다고 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에서 일반성과 보편성을 인지할 수 있고 이러한 인지능력의 발휘는 쾌감을 준다고 하여 모방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모방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하였다. 인간은 모방을 통하여 지식의 첫걸음을 내딛고 모방적 사물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희극은 사람들을 보통보다 못나게, 비극은 더 잘나게 모방한다고 한다. 책 속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비극의 정의: 심각하고 완전하며 일정한 크기가 있는 하나의 행동의 모방으로서 그 여러 부분에 따라 여러 형식으로 아름답게 꾸민 언어로 되어 있고 이야기가 아닌 극적 연기의 방식을 취하며 연민과 두려움을 일으켜서 그런 감정들의 카타르시스를 행하는 것 (비극을 통해 관객들은 공포, 연민과 같은 격렬한 감정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친 관객들은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2. 비극의 여섯 요소: 플롯, 성격, 사고력, 언어표현, 시각적 장치, 노래 1)플롯: 사건들의 조직. 비극의 여섯 요소 중 가장 중요. 비극의 영혼이라 할 수 있음. 뒤바뀜과 깨달음-플롯의 중요 요소. 2)성격: 행위자들의 사람됨을 판단하게 해 줌. 두 번째 중요 요소. 3)사고력: 세 번째 중요 요소. 적합하고 적절한 주장을 펼 수 있는 능력. 등장인물의 지적능력. 3. 시인과 역사가의 차이 역사가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들을 이야기하고 시인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개연성이나 필연성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리라 기대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그러므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더 심각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데 반해 역사는 특수한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4. 뒤바뀜과 깨달음 뒤바뀜은 행동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가 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개연성이나 필연성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오이디푸스 왕에서 어떤 사람이 오이디푸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주려고 오지만 그는 본의 아니게 오이디푸스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깨달음이란 무지에서 지식으로의 변화를 말한다. 그리하여 인물들로 하여금 서로 친밀하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갖게 하며 그들의 행복이나 고통에 관련된 변화가 생기게 하는 것이다. 깨달음과 뒤바뀜의 결합이야말로 큰 연민이나 두려움을 자아낸다. 5. 플롯의 내용 가장 우수한 비극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며, 두려움과 연민을 일으키는 사건들을 제시하여야 한다. 연민은 부당하게 불행을 겪는 사람에게 향하는 것이고 두려움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고, 악한 사람이 불행에서 행복으로 옮겨가는 모양을 보여주어도 안 되며 극히 악한 사람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떨어져서도 안 된다. 그런 극단적 인물들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사람으로서 도덕성과 정의감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며 악한 기질과 악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어떤 착오 때문에 불행에 빠지는 사람을 그려야 한다. 6. 비극적 인물의 성격 1)등장 인물이 도덕적으로 선량해야 한다. 2)인물들은 전형적이어야 한다. (여자는 여자답게,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장군은 장군답게, 학자는 학자답게 그려야 한다.) 3)실제 인간성과 같아야 한다. 4)일관된 성격을 가져야 한다.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모방의 대상일 경우, 일관성 없음을 일관되게 나타내야 한다. *플롯 구성과 마찬가지로 성격 구현에서도 언제나 필연성과 개연성의 원칙을 추구해야 한다. 7. 시적 언어의 기본원칙 언어 표현의 우수성은 진부하지 않으면서 명확한 데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유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일이다. 성공적인 은유의 사용은 사물들의 유사성을 파악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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