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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읽고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그는 나치 정권에 반대하여 해외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았다. ‘억척어멈과 자식들’은 1939년 경 그가 덴마크에 있었을 때 쓴 작품으로 나치에 대한 덴마크 정부의 태도 때문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덴마크 정부는 나치 정권과 전쟁에 비판적이면서도 전쟁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브레히트는 이러한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당장에는 이익이 있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자신도 파멸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억척 어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안나 피어링은 두 아들과 벙어리 딸을 데리고 마차를 끌며 전쟁 중 물건을 파는 종군 상인이다. 전쟁을 통해 먹고 사는 그녀는 평화가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녀가 이익을 취하는 수단이었던 전쟁은 그녀의 세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버리고 만다. 첫째 장면은 모병관과 상사가 억척어멈의 첫째 아들인 아일립을 군에 데려가려고 하자 그녀가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사: 요사스러운 노파 같으니! 아까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전쟁 덕택에 산다고. 그런데 전쟁이 없으면 어떻게 살겠어? 그리고 병사가 없으면 어떻게 전쟁을 해? 억척어멈: 굳이 내 아들일 필요는 없잖아! (중략) 상사: 전쟁으로 먹고살려면 뭔가 기여를 해야지. 억척어멈이 상사와 물건 값을 흥정하는 동안 모병관이 아일립을 꾀어 그를 데려간다. 아일립은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그의 용감함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만다. 몇 년 뒤 둘째 아들 슈바이처카스는 군부대의 금고를 맡아서 지키는 일을 하게 되는데 금고를 지키려다가 적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동정심이 많은 착한 딸 벙어리 카트린은 적군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북을 치다가 적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진다. 세 아이들을 잃고도 억척어멈은 전쟁의 모순을 깨닫지 못한 채 마차를 끌고 또 다시 장사를 하러간다. 전통적인 연극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이론을 충실히 따라 관객이 극에 몰입하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는데 브레히트는 이러한 규칙을 깨고 새로운 연극기법을 도입하였다. 그는 관객이 극에 몰입하지 않고 극 밖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극을 바라보며 현실의 부조리를 깨닫게 했다.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요약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하며, 무대 뒤의 장치와 소품들을 감추지 않고 보여주어 의도적으로 관객이 극에 몰입하지 않도록 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는 관객이 억척어멈으로 대표되는 민중의 고달픈 삶에 몰입하여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인해 자신이 입는 피해는 생각지 못 하고 전쟁을 통해 이익을 취할 생각만 하는 민중의 어리석음을 깨닫기를 바랐다. 그런데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을 감상.이해하는 데 실패하였다. (실제로 연극을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글로 봤을 때) 나는 작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어 전쟁 중 그들이 처한 현실이 마냥 슬프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에 카트린이 북을 치는 장면이 심금을 울렸다. 전쟁 중 병사들에게 맞아 얼굴이 망가지고 말까지 못 하게 된 벙어리 카트린은 한 밤 중에 자고 있는 도시 사람들을 습격하려는 적군의 계획을 알고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가 북을 친다. 적군의 회유와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을 친다. 울다가 웃다가 하며 북을 친다. 그리고 적의 총에 맞고 쓰러진다. 벙어리인 그녀가 북소리로 위험을 알려 결국 도시사람들을 구한다. 그녀의 행동은 자신들의 안위 때문에 침묵했던 사람들과 대조적이며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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