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게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출판사 – 민음사)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두 친구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린다. (앙상한 나무 한 그루 밖에 없는 황야에서 말이다.)그런데 그들은 고도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고 고도가 언제 온다는 것도 모른다. 막연히 고도가 오면 자신들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런 저런 의미 없고 황당무계한 말들을 주고받고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는 등의 쓸데없는 일들을 반복한다. 중간에 포조라는 사람과 그의 하인인 럭키가 등장하는데 인물들 간에 역시 의미 없고 황당한 말들만 오간다. 소년이 두 번 등장하여 고도가 내일은 꼭 온다고 했다고 전해준다. 그러나 소년의 말과는 달리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린다. (소년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는 고도라는 인물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고도의 전갈을 전해주는 소년의 등장으로 인해 고도라는 인물이 있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도의 존재는 아리송하다.) 이 작품은 평론가들이 제일 논하기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작품을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도는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사람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사뮈엘 베케트는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고도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작가는 인간 삶의 보편성으로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고도에 대해서 신이나, 안락한 삶, 자유, 죽음, 희망, 종전 등등 다양하게 해석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고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작품을 읽으면서 고도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나의 고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그들은 왜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면서 인생을 보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리 인생은 짧고 시간은 금방 지나가며 해야 할 중요한 일, 의미 있는 일은 많은데 말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너무나 바쁘게 살아서 오히려 빈둥거리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의 내용, 즉 ‘시간 죽이기’(killing time)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 이런 삶을 비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는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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