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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읽고
(동서문화사/손명현 옮김) “인간은 정치적(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폴리스적 동물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확대 해석한 것이다. 폴리스는 당시 그리스의 도시국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성적으로 폴리스적 동물이라는 말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 인간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살 때만이 이성적인 삶을 영위하고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학>에서는 국가의 구성 요소와 여러 가지 정치체제의 특징,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교육방법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 대해 고찰하는 것으로부터 국가에 대한 이론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정은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며 각자가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서 충실할 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분이 낮은 부류는 본질적으로 노예이며 노예는 생명이 있는 도구라고 한 것,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본 것 등의 주장은 요즘 시대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그의 이론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세운 학교인 아카데메이아에서 20년 간 플라톤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학했다. 그러나 스승인 플라톤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플라톤은 이상주의자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자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 국가에 대한 플라톤의 견해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하고 있다. 올바른 정치체제란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통치하는 정치체제인데 1인이 통치하면 왕정(군주정), 소수가 통치하면 귀족정, 다수가 통치하면 혼합정(공화정)이라고 부른다. 올바른 정치체제를 위한 조건에서 통치자의 수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 세 정치체제가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체제로 변질을 하면, 왕정은 참주정으로 귀족정은 과두정으로 혼합정은 민주정으로 타락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을 때 어려웠던 점은 시민, 민주정치, 자유인 등 주요 용어의 의미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는 민주정치를 국민이 주인이 되어 권력을 행사는 정치로 생각하여 좋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민주정치는 다수의 빈민이 주권체가 되는 정치를 말하고 이 정치체제는 가난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체제이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국민이 뽑은 대표가 정치를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의 민주정치는 국민이 서로 돌아가며 직접 정치를 하는 정치체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좋은 정치체제는 덕있고 현명한 다수가 다스리는 귀족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집단이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때 다수의 중산계급에 의한 혼합정치(과두정+민주정)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오늘날은 민주정치를 최고로 치지만 민주정치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현실에서 가능한 정치체제 중 민주정치가 그나마 제일 문제점이 적고 장점도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정치의 특징은 다수 주권과 개인의 자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칫 잘 못 하면 자유와 평등을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저마다 자기 좋은 대로 살게 된다. 그리고 평등의 개념을 오해하여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가 아니라 모두가 다 똑같이 분배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흐르기 쉽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중용의 덕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체제 또한 중용적으로 혼합한 정치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부자만을 위한 정치체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정치체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다수의 행복을 위해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저서인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정치학은 서로 맞닿아 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학문이라면 정치학은 그 개인들이 모두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은 다른 모든 학문의 목적을 포괄하며 그 궁극적 목적이 인간을 위한 선(善)이라고 말하였다. 이는 정치학의 의의이며 우리가 정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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