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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를 읽고
(출판사 – 까치) 물질과 소유, 소비지향적인 삶에 회의와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답을 줄거라고 기대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앞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훌륭한 책일거라는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게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도끼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저자는 인간의 삶에는 소유적인 실존양식과 존재적인 실존양식 두 가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물론 두 가지 실존양식의 극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삶에서 어떤 것을 더 우위에 두느냐, 어떤 삶이 더 지배적이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 삶을 소유적인 실존양식 또는 존재적인 실존양식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소유적인 실존양식과 존재적인 실존양식의 차이는 무엇인가? 먼저, 소유적인 실존양식은 자신의 정체성, 행복 등이 무엇인가를 (많이) 소유하는 데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래서 삶이 소유지향적이다. 여기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소유욕의 대상이 반드시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유욕의 대상은 명예나 권력일수도 있고 심지어 지식이나 습관, 사랑, 자신의 견해, 자아, 신앙일 수도 있다. 그런데 소유지향적인 삶은 필연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불행과 파멸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잃을 수 있는 것이므로 소유물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조바심내며 더욱 소유하려고 하며 타인과 비교, 경쟁하며 나의 것을 남과 나누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고 정복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소유적인 존재양식에서는 개인간의 경쟁과 적대감이 필연적으로 지배한다. 더군다나 탐욕은 아무리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또한, 자아조차도 사물화, 객체화되어 나와 나의 관계가 비인격화되고 소외된다. 반면, 존재론적인 실존양식의 전제조건은 독립과 자유 그리고 비판적 이성을 지니는 것이다. 그 가장 본질적 특성은 능동성이다. 여기서 능동성이라고 함은 겉으로 보기에 바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힘을 생산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의 내면적 활동상태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를 새롭게 하는 것, 자기를 성장시키고 흐르게 하며 사랑하는 것, 고립된 자아의 감옥을 초극하며,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며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성격구조는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 경제적 구조와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고 한다. 즉, 한 사회의 사회 경제적 구조는 그 구성원에 대해서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도록 사회적 성격을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성격은 사회의 사회경제적 구조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유재산, 이윤, 권력이라는 기둥 위에 정립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의 경우 그 규범은 재산을 취득하고 지키며 확장하는 것, 즉 이윤을 얻으려는 욕망으로 특징지어져 있다. 소유적 실존양식은 사유재산에서 파생되어 나온다. 이 양식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나의 것으로 하는 것과 그렇게 취득한 것을 보유하는 무제한의 권리이다. 소유지향의 태도는 타인을 배제하며, 나의 재산을 지키고 그것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고 부심하는 것 이외에는 자신에게 다른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나의 자아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에리히 프롬은 기독교에 대해서 여러 분석과 비판을 제시하였는데 나는 그의 주장이 굉장히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기독교인들이 표면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표방하고 있지만 진실로 기독교도였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인간의 탐욕과 정복, 착취, 폭력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다. 소수의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그런 일은 가능하지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우상이 되며, 예수에 대한 믿음은 자기가 실천해야 할 사랑의 행위의 대용물이 된다. 기독교 신앙은 자기 탐욕을 은폐하는 싸구려 구실이 되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사랑(그리스도)에 대한 명목상의 믿음이 실제 사랑의 부재상태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적인 죄책감 및 고통을 상당 부분 마비시키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한다. 이 말에 나는 크리스천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나도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실제 삶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종교에 대한 에리히 프롬의 주장을 부언 및 정리하자면 이렇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종교심이 있다. 이 말은 인간은 누구나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헌신할 대상을 찾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독교, 불교 같은 종교일 수도 있지만 돈이나 사랑, 명예, 권력, 지식, 자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반드시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자기만의 종교가 있다. 그런데 진짜 종교는 말로 나는 무슨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가 추구하고 있는 것, 즉, 내밀의 종교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의 종교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발전된 사회제도와 과학기술 속에서 자연을 지배하고 물질적인 풍요와 무제한적인 개인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소유적 실존양식에 따라 살아간다면 결국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혹시 인류의 행복과 미래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면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소유적 실존양식에서 벗어나 존재적 실존양식을 따라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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