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톨스토이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출판사 –문예출판사/이순영 옮김) 최근에 요한일서를 읽고 감명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던 중 요한일서의 가르침을 소설로 구현한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우연찮게 읽게 되었다. 문예출판사에서 출판한 톨스토이 단편집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하여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다 기독교 교리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인데 대부분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이 중에서 책의 표지 제목이기도 하며 가장 유명한 단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요한일서 6개 구절의 말씀으로 시작한다. 그 중 2가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머물러 있느니라” <요한1서>3장 14절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에게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한1서>4장 7~8절 이렇게 성경 말씀이 그대로 적혀져 있고 그 다음 곧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몬이라는 가난한 구두장이가 있었다. 어느 겨울날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돈이 부족해서 결국 외투를 사지 못 하고 실망한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도중 교회 근처에서 알몸으로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세몬은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고민 끝에 다시 가서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남자에게 입혀주고 장화도 신겨준다. 남자는 자신은 하나님의 벌을 받은 것이라는 말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세몬은 그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집에 도착하자 세몬의 아내는 외투를 사오기는커녕 부랑자에게 외투를 빼앗기고 먹을 것이 부족한데 낯선 남자를 집에까지 데려왔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마트료나, 당신 마음엔 하나님이 없단 말이오?”라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스르르 풀려 그녀는 낯선 남자를 정성껏 대접한다. 그 뒤 낯선 남자 미하일은 세몬에게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워 같이 일을 한다. 미하일의 솜씨가 좋아서 세몬의 일거리는 많아지고 수입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미하일이 세몬의 집에 온지 1년이 지난 어느 날 부유한 한 신사가 좋은 가죽을 가지고 세몬을 찾아온다. 그는 이 가죽으로 장화를 훌륭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미하일이 이 신사의 장화를 맡게 되었는데 그는 어찌된 일인지 장화를 만들지 않고 슬리퍼를 만들어 버린다. 세몬이 미하일을 혼내고 있는데 좀 전에 신사를 따라왔던 하인이 다시 찾아와 주인님은 돌아가셨으며 이제 장화는 필요 없으니 장례식에 쓸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고 미하일은 여전히 말없이 성실히 일만 한다. 어느 날 어떤 여자가 쌍둥이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세몬의 집을 찾아온다. 그 중 한 여자아이는 절름발이인데 부인은 아이들의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인은 이 아이들의 친부모는 아이들이 태어났을 무렵 죽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자 이웃인 자기가 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하며 “부모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군요.”라고 말한다. 부인이 가고 난 뒤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미하일은 갑자기 세몬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그간의 사정을 밝힌다. 자신은 천사인데 한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아서 벌을 받았다고 한다. 하나님은 미하일을 이 땅에 보내며 세 가지 진리를 깨달으라고 하셨는데 미하일은 방금 막 세 가지 진리를 다 깨달아 이제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하늘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진리는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미하일은 마트료나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을 때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진리는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부자 신사가 갑자기 죽었을 때 알게 되었는데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세번째 진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이다. 천사는 부모를 잃은 아기들이 부모가 없이도 다른 사람의 사랑에 의해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은 사람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사는 “사랑으로 사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것이며,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살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갔다. 톨스토이는 1882년 참회록을 발표한 이후 지식층을 위한 고급 문학을 거부하고 민중을 위한 예술 작품을 쓰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복음서의 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러시아 민화를 각색한 단편들을 출간했다. 톨스토이의 단편은 쉽고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그렇지만 교훈이 한 가지 주제에 집중되어 있고 너무 직접적으로 교훈을 전달하고 있어서 문학작품으로서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살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나름 얻을 수 있는 것이 크기도 하다. 톨스토이의 단편들을 통해 형제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이 마음에 더 깊이 새겨졌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소원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만으로도 이 소설들을 통해 얻은 것은 충분히 크다고 하겠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