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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가벼운 책으로 기분을 좀 산뜻하게 해볼까 해서 고른 책이 공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이다.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는 이것 말고도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읽어보았는데 그녀의 에세이에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이라는 흔치 않은 경험과 아픔, 성(姓)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힘들었던 시간들과 상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세요. 어떤 상처가 있든, 어떤 실패를 했든 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계속해서 나아가세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이 지금까지 그녀의 에세이와 다른 점, 그리고 다른 작가의 에세이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점은 인생에 대한 조언에 요리 레시피를 곁들였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발상이 굉장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갑자기 모든 가능성의 문이 닫히고 영원히 세상 불빛 밖으로 쫓겨난 것 같은 날.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는 날. 소망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날. 그런 날이 있을거야. 이럴 땐 무조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제일 좋은 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웃지 않을 수 없는 코미디를 봐...(중략) 그리고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해보자. 재료는 시금치야. 싱싱하고 예쁜 시금치 한 단. 약간의 올리브유, 파르메산 치즈 가루.(그리고 요리하는 방법을 설명)”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바로 마트로 달려가 장을 봐서 저녁상에 이 음식을 차려보았다. 와우~만들기는 아주 간단하고, 재료는 몸에 좋고, 비주얼은 고급레스토랑에서 보던 것과 같고(빨간 토마토와 견과류를 추가했다.)맛도 끝내준다. 이 책은 정말 유용했다. 인생에 대한 조언도 조언이지만 무엇보다 요리책으로서 나에게 무지 도움이 되었다. 총 27가지 레시피가 나와 있는데 공통점은 다 만들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다.(10분 내외로 만들 수 있음.) 공지영 작가는 삶의 방식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의 스타일도 그러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작가가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는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요리를 잘 해서 먹는 것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고, 몸의 건강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음식은 우리의 영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곤, 패스트푸드나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외부 음식을 먹는 것은 소중한 우리 자신을 돌보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좋은 재료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요리를 만들어 먹을 때 자아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귀찮더라도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귀찮음을 잘 알기 때문에 작가는 요리책이나 요리 프로에 나오는 휘황찬란한 요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10분 내외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이다.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워 요리하기를 힘써야겠다. 나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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