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신명기'를 읽고
신명기는 모세오경의 결론이면서 동시에 가나안 입성을 앞둔 새 세대에게 모세가 주는 마지막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다. 신명기의 히브리 성경 이름의 뜻은 ‘이것들은 말씀들이다’이고, 헬라어 70인역과 영어성경은 ‘두 번째 율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말 성경은 되풀이할 ‘신’, 명령 ‘명’자를 써서 하나님의 율법을 되풀이하여 기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신명기를 읽다 보면 출애굽기와 레위기, 민수기에 나온 율법들과 하나님의 말씀들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하나님의 율법을 반복하여 상기시키는 것은 가나안 입성을 앞둔 2세대들이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광야에서 죽은 1세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켜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함이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광야생활 40년 동안 부족함 없이 인도하셨다고 말한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하신 과거의 이 일을 “기억하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신5:15-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8:18-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음이라/ 16:12-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24:22-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하노라 등등) 나는 신명기를 읽으며 이 “기억하라”는 말이 인상 깊게 와 닿았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무수히 많은 기적들을 보여주셨는데 그들은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이적과 은혜를 다 잊어버리고 반복해서 하나님께 범죄했다. 예전에는 이런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바보 아니야? 믿음이 그렇게도 없나…쯧쯧” 하며 이스라엘 민족을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맙소사, 이스라엘 민족이 보인 행태가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께 받은 많은 기도 응답들, 나에게 베풀어주신 크신 은혜가 무수히 많다. 나는 몇 년 전에 “하나님, 마지막으로 이 기도만 들어주시면 더 이상 하나님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는 말까지 하며 기도를 했고 그 기도가 놀랍게 응답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희미해지고 하나님께 표적과 이적을 보여주시기를 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실 때만 “감사합니다. 이제 하나님만 잘 섬기겠습니다.”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일을 잊어버리고 또 다시 죄를 짓고, 또 다시 하나님을 의심하고,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찾았다. 인간이 어리석고 죄악되어 하나님의 은혜를 잘 잊어버리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기억하라”는 말씀을 강조하신게 아닐까? 무엇을 기억하라는 말인가? 하나님께서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해내신 것을, 광야에서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것을,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신것을 말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유월절을 기념하는 것도 종 되었던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신명기에서 반복된 “기억하라”는 말씀을 통해 자꾸 자꾸 새로운 은혜를 구하기보다 이미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이 믿음을 키우는 데 중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신명기 말씀에 잘 나와 있다.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이냐 곧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그의 모든 도를 행하고 그를 사랑하며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섬기고 내가 오늘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신10:12-13) 신명기에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하나님만 섬길 때 받는 복과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고 하나님을 떠나 살 때 받는 저주들이 대비되어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성경에 나온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하여 이 하나님의 말씀이 이스라엘에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순종하여 생명과 복을 받을 것인가, 불순종하여 사망과 저주를 받을 것인가’ 두 갈래 길에서 무엇을 선택해야하는가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스라엘의 뼈아픈 역사를 교훈 삼아 우리는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순종의 길을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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