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룻기'를 읽고
룻기는 사사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성경이다. 사사기 뒤에 바로 룻기가 이어진다.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던 죄악된 시대의 이야기를 읽은 뒤에 인애와 희생이 넘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쓰여진 룻기를 읽으니 동시대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두 성경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룻은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시대에 그것도 이방 여인으로서 성경의 제목이 된 인물이다. (여성의 이름이 성경 제목이 된 예는 에스더와 룻 두 경우인데, 에스더는 유대인이었지만 룻은 이방여인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다가 아니다. 룻은 다윗의 증조모가 되는 큰 영광을 누렸다. 룻이 무슨 일을 했길래 이렇게 지위가 높아지고 고귀한 인물이 되었을까? 나오미의 두 며느리 중 한 명인 모압여인 룻은 남편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룻1:16)라고 말하며 끝까지 시어머니를 따랐다. 모압 땅에서 유대 베들레헴으로 이주한 룻은 추수 때에 이삭을 주워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엘리멜렉의 친족 보아스에게 속한 밭에 이르게 된다. 성경에서는 이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고 쓰여있다. (룻2:3-룻이 가서 베는 자를 따라 밭에서 이삭을 줍는데 우연히 엘리멜렉의 친족 보아스에게 속한 밭에 이르렀더라) 나는 이 ‘우연히’라는 단어가 굉장히 인상깊게 느껴졌다. 정말 우연히일까? “‘우연히’라고 쓰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읽는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연히라는 말은 정말로 어떤 일이 우연히 일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보기에는 우연처럼 보이고 느껴지기 때문에 우연히라고 쓴 것이다. 베들레헴에 흉년이 든 것, 그래서 엘리멜렉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으로 이주한 것, 남편이 죽은 것, 아들들이 모압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것, 그 중에 룻이 있었던 것, 나오미와 룻이 다시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것, 룻이 보아스에게 은혜를 입어서 결혼을 하고 보아스가 기업무를 자가 된 것, 그리고 그로부터 다윗이 태어난 것 등등 이 모든 일들이 우연히 일어났을까? 그렇지 않다. 이 모든 일은 구속사를 이어가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신 계획이요 섭리요 인도하심이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우리의 모든 삶도 우연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룻기의 시작은 흉년과 죽음으로 시작하는데 끝은 아기의 탄생과 회복, 다윗의 계보로 끝난다. 이 얼마나 반전이 넘치는 짜릿한 승리의 이야기인가. 에스더서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룻기를 통해서도 역전의 하나님을 볼 수가 있다. 나오미와 룻, 보아스 세 사람의 희생과 인애가 어우러져 이러한 영광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룻기의 이야기는 단순히 슬픔 많은 여인들의 인생이 역전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인애를 베푸는 사람들로 인하여 하나님의 구속역사가 이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방 여인 룻이 부각된 것을 통해 이방인이든 여자든 과부든 인간적인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나님을 믿고 따른다면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고 하나님께 쓰임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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