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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F > 안암 > 컬럼 > 나는 독서왕(2세 환영!!!) |
| ㆍ작성자 |
Jesus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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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6-02-23 (화) 1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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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1 ㆍ조회: 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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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IP: 59.xxx.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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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고
(출판사 – 육문사)
저자인 레마르크는 프랑스 혁명 때 독일로 이주해 온 프랑스계 독일인이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에 지원하여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전쟁소설을 썼다. 그 중 <서부전선 이상 없다>와 <개선문>이 가장 유명하다. <개선문>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1938년~1939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뛰어난 외과의사인 라비크는 (독일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문실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그의 약혼녀와 친구는 고문으로 죽는다. 그 후 그는 나치수용소를 탈출하여 프랑스로 불법 망명을 한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 경찰에게 잡혀 추방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그는 무능한 프랑스 의사들에게 고용되어 환자가 마취되어 있는 사이에 대신 수술을 해 주고 그 대가로 적은 돈을 받아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파리의 한 다리에서 자살을 하려는 조앙 마두라는 여인을 만나 도움을 주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고문했고 친구와 애인을 죽게 했던 나치 비밀 경찰 요원을 파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면밀한 계획 끝에 그를 유인해 살해한다. 그러나 벼르고 벼르던 복수를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허탈감에 빠져버린다. 조앙 마두와의 사랑은 비련으로 끝나고, 얼마 후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라비크는 프랑스 경찰에 자진 출두하여 피난민 수용소로 실려 간다.
‘트럭은 바그람 가를 따라 달리다가 에트와르 광장 안으로 접어들었다. 불이 켜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광장은 오직 암흑 그 자체였다. 너무 캄캄해서 개선문조차 볼 수가 없었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불법 피난민들이 트럭에 실려 수용소로 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는데, 이 부분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광장이 암흑 그 자체였고 너무 캄캄해서 개선문조차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은 단순한 바깥 풍경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그 시대가 그 정도로 암흑이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암흑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암울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이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서도 뭔지 모를 아늑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데 참 묘했다. 그것은 주인공 라비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인간성 때문인 것 같다. 라비크는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많이 도와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좀 과장하면 책의 1/5은 술 마시는 장면인 것 같다. 암흑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통을 잊을만한 수단이 술밖에 없었음을, 그만큼 사람들이 힘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의 제목이 왜 개선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참고로 개선문은 에펠탑과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인데 프랑스군의 승리와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황제 나폴레옹 1세의 명령으로 1806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1836년에 완성된 건축물이다. 승리와 영광을 상징하는 개선문이 이 소설의 제목이라니 소설 내용과 참 어울리지 않다. 아무래도 승리와 영광과는 거리가 먼 현실을 반어적으로 표현 한 것 같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도 광장이 캄캄해서 개선문조차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승리와 영광의 역사는 현재의 어두운 현실에 묻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중학생 때 읽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 하던 것들을 서른이 넘어 다시 읽으니 이해되는 것이 많다.
P.S 영화 레옹의 주제가인 스팅의 'Shape of my heart'와 이 소설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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