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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출판사 - 김영사) 나는 이 책을 세 번 읽었다. 배울 점이 많으면서도 분량이 많지 않아 언제든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또는 학문)라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중 가장 고상하고 깊이가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내가 읽어본 책 중에서 말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부터,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비결(-특별히 수학이라는 분야에서), 그리고 공부(학문)를 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 인생을 사는 지혜까지 두루 알려주고 있다. 저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1931년 일본 야마구치 현 출생으로 교토 대학교 이학부를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복소 다양체의 특이점에 관한 연구로 1970년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드상을 받았다. 외국 여러 대학의 교수를 거쳐 현재는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의 석좌교수로 있다. 저자는 시골 장사꾼의 일곱 째 아들로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장사꾼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장사꾼이 되기를 바라셔서 그가 공부를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장롱 속에 숨어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대학 입시 일주일전까지 밭에서 거름을 날랐다고 한다.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했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필드상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 당연히 머리가 비상한 천재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천재가 아니라 평범하지만 끈기만큼은 남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정말 뛰어난 천재들과 경쟁하면서도 질투를 하거나 낙담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이 1시간에 해결할 문제를 자신은 2~3시간 할 각오로 임했다고 한다. 그것이 보통 두뇌를 가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그리고 때로는 체념도 필요하다고 한다. (끈기와 체념. 모순되는 것 같지만 둘 다 필요하다. 때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한다.)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난 바보니까’를 중얼거렸단다. 어차피 나는 바보니까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고. 저자는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만을 배워서 그것을 자신의 생활의 지혜요, 학문을 하는 지혜로 연결시켰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을 찾았다는 것이 저자가 성공한 비결의 하나이자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길거리에 누워버리는 친구에게서는 남의 눈치 보지 않는 대범함을, 소심하여 친구가 없는 친구에게서는 깊이 사색하는 면을 배웠다고 한다. 남들은 비판거리로 삼는 것을 저자는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또, 체념의 기술이라든지, 기준을 낮추어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지혜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성적은 안 좋아도 학교만 잘 다니면 된다. 훌륭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남을 해치거나 가족을 괴롭히지 않으면 된다. 다치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된다.’ 라는 식으로 최악의 사태만 피하면 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나중에 쓸모없는 경우가 많고, 배워도 잊어버리는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지혜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인이 읽어도 좋지만 꿈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책 같다. 참고로 이 책은 상산고(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씨가 세운 자율형 사립고) 1학년들이 읽어야 할 필독도서 중 하나이다. 상산고에서는 독서교육을 중요시해 학교에서 정한 필독도서를 1학년 때 25권, 2학년 때 25권을 읽고 토론과 발표를 한다고 한다. 수능공부 하기도 바쁠 텐데 독서활동까지 시키다니...이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지혜’를 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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