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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출판사 – 문예출판사) 얼마 전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문득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기계문명이 발달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는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통해 나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공상과학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로 분류가 된다. 미래사회의 모습을 알려면 최신 과학서적을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역설적이게도 고전 속에서 더욱 현실감 있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미래 시대에 인간은 태내생식을 하지 않고 배양시험관으로 자유자재로 만들어진다. 난자 한 개에서 180명의 인간을 만들 수도 있고, 180명이 모두 쌍둥이가 되게 할 수도 있다. 태아는 모체가 아닌 특수용액이 담긴 병 속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길러진다. 그리고 병 속에 있을 때부터 인간계급이 정해진다. 계급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나누어지는데 알파가 최고위층이고 베타 계급까지는 지배층이며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은 하위층으로 노동자 내지는 노예 계급이다. 태아를 하위계급으로 만들기 위해 산소를 부족하게 공급하거나 알코올 같은 용액을 넣어 뇌를 손상시키거나 기형이 되게 하거나 키가 작고 못 생기게 만든다. 신체 조건이 불리할 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당연히 어머니, 아버지, 부모, 형제, 자식, 친척 같은 단어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는 사회가 낳고 사회가 기르며 만인은 만인의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수면교육이라는 것을 받는데 사회가 주입하고자 하는 사상을 수면 중 라디오를 통해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들려준다. 예를 들면,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합니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면 아이들은 커서 실제로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믿게 되는 식이다. 이런 식의 수면교육과 조건반사교육으로 하층 계급까지 모두 자신의 위치에 불만이 없고 행복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소마’라는 알약을 배급하는데 이 알약을 먹으면 분노나 불안, 슬픔 같은 불쾌한 감정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사람들은 이 소마를 수시로 먹는다. 사람들의 수명은 60세 정도인데 60세가 될 때까지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그런데 수면교육에서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과 관련된 상황을 보여줄 때마다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주어서 죽음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사람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지만 자유연애를 즐긴다. 버나드는 알파계급인데도 외모는 하층계급과 비슷하다. 그가 병 속에 있을 때 실수로 알코올을 떨어뜨렸다는 설이 있다. 버나드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현 사회에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어 인공부화,조건반사 양육소의 소장의 눈 밖에 난다. 버나드는 레니나라는 여자와 함께 재미삼아 야만인보호구역을 방문한다. (여기서 말하는 야만인이란 옛날 방식대로 태내생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반대로 인공부화한 사람들은 문명인이라고 부른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이 곳에서 아주 특이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린다와 그녀의 아들인 존으로 린다는 원래 문명인이었으나 헬기가 불시착하는 바람에 이 야만인보호구역에 떨어진 뒤 여기에서 아들을 낳고 살게 된 여인이다. 린다는 과거에 소장과 데이트를 나갔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인데 어찌어찌해서 소장만 돌아오고 린다는 이 곳에 남겨졌던 것이다. 버나드는 린다와 존을 헬기에 태워 문명국으로 돌아오는데 그들 사회에서 유일한 야만인인 존은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존은 총통 앞에서 문명사회를 비판하는데 총통이 현재의 문명사회를 두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명사회에서만이 모든 사람이 안정된 질서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총통과 존의 대화이다. 총통: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 존: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총통: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존: 그렇게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총통: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존: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총통: 마음대로 하게. 그 뒤 존은 문명사회를 떠나 혼자 살기 위해 외딴 곳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그곳까지 쫓아와서 존을 괴롭힌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찍어 영화로 만든다거나, 어떤 행동을 해 보라고 부추기고 조롱한다.) 그러자 존은 자살하고 만다. 존은 어머니인 린다가 간직하고 있던 옛날 유물이자 금서인 셰익스피어 작품전집에 심취하여 작품을 탐독했었고, 문명사회를 비판할 때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 있던 말들을 인용하기도 하는데 이 작품의 제목인 <멋진 신세계>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템페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멋진 신세계는 당연히 풍자적인 표현이다. 자유는 없지만 모든 것이 안정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함을 느끼는 사회(불가능할 것 같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와 자유는 있지만 불안하고 불편하고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사회 둘 중 어느 사회가 더 좋을까. 그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소설은 많은 부분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나게 했다. 매트릭스에서도 인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공 자궁에 갇혀 AI의 지배를 받고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당해 가상현실을 현실로 알고 살아간다. 영화 속 주인공인 네오는 처참한 진실을 보게 되는 빨간 약과 평소와 같은 현실에 안주하며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는 파란 약 둘 중에 선택해야 했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하고 AI와의 싸움에 뛰어들게 된다. 진실을 보려면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전체주의와 결합하게 될 때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무서운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가를 경고하고 있다. 1932년에 출판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래를 통찰력 있게 예측하고 있는 뛰어난 소설이다. 소설은 흥미로웠고 양립하는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며, 상상력을 키워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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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16-06-0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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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야기를 시작으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평을 쓴 것이 돋보이네요. 있을 법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상상하면서 쓴 이 책은 사실 현대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자기 멸절의 미래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회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사회를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20세기부터 본격 시작된 과학만능주의와 이기적 자본주의가 결합되어 무자비하게 앞을 향해 나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이미 알파, 베타, 감마 하는 식으로 심각하게 분류되고 있습니다. 알파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인간으로서의 진실과 혼을 상실해가면서 자기와 같은 부류의 2세, 3세를 만들고자 골몰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 많은 세비지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에 갇혀 희생되고 노예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속의 알파족들은 정말 멋진 신세계를 꿈꾸며 알파고를 내세워 탐욕스럽게 지배하며 부담없이 쾌락을 누리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단순한 공상 소설이 아니라 실제 현대 사회 속의 보이지 않는 인간의 비애와 절망을 역사화한 역사 소설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멋진 신세계'는 눈에 나타난 역사와 그 배후에서 함께 진행되어 가고 있는 인간의 역사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존재로 거룩과 의, 진실을 향유하는 자유인입니다. 하나님과 이웃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인격적 존재요 죄를 앞에 두고 갈등하는 영적인 존재입니다. 이런 대화와 갈등이 존엄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설정합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꿈꾸어야할 진정한 ‘멋진 신세계’일 것입니다. 글의 뒷부분에 메트릭스를 언급한 것은 서평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에 늘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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