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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읽고
(손영운 글 · 동방광석 그림/ 출판사 – 주니어김영사) 인문고전들을 읽어보려고 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인문고전들이 요즘엔 만화로도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내 평생 정녕 인문고전은 읽을 수 없단 말인가’ 하며 한탄했던 나에게 정말 희소식이었다. 그 중에서 전부터 가장 읽어보고 싶었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먼저 읽어 보았다. 군주론은 논란이 많은 책이다. 왜냐하면 군주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과 배신, 비열하고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 또한 이런 말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세한 해설이 덧붙여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왜 마키아벨리가 그렇게 주장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마키아벨리(1469~1527)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어나 외교관이자 행정관리로서 피렌체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지금은 이탈리아가 통일된 하나의 국가지만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6세기 무렵에는 그렇지 않았다. 남부는 나폴리 왕국, 중부는 로마 교황이 다스리는 교황청, 그리고 북부는 30개 정도의 크고 작은 도시 국가들(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제노바 등)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경쟁하고 전쟁을 벌였다. 게다가 밖에서는 프랑스, 에스파냐 등 외국의 강대국들이 혼란스런 이탈리아를 호시탐탐 노리고 쳐들어오기도 하는 아주 위험하고 불안정한 시대였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위험한 시대에 이탈리아를 안전하게 지키고 도시 국가를 하나로 통일할 강력한 군주가 나타나길 바랐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군주론을 지었다. 그런데 왜 마키아벨리는 맹자처럼 인의에 바탕을 둔 왕도 정치를 말하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비정한 정치를 외쳤을까? 그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맹자와 공자와 같은 동양의 선현들은 성선설을 믿었기 때문에 왕이 백성을 인의로 다스리면 좋은 세상이 온다고 믿었고,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악한 인간들의 사회에 질서를 부여하고, 도덕적인 사회가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군주는 독하고, 냉정하고, 무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군주론은 일반 개인이 아니라 오로지 군주를 위해서 쓴 책이다. 그러므로 군주론을 개인의 윤리가 아니라 군주의 윤리에 바탕을 두고 읽어야 한다. 또한 앞서 말 했듯이 이 책은 혼란스러웠던 16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군주론은 총 2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6개의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1. 헌정사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을 관직에서 내쫓은 메디치 가문의 군주인 로렌초에게 이 책을 바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2. 군주국의 종류와 특성이다. (1~9, 11장) 3. 국가 경영에서 군사력의 중요성이다. (10, 12~14장) 4. 군주가 갖추어야 할 성품이나 능력, 자질 등이다. (15~23장) 5. 인간사에 미치는 운명의 힘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25장) 6. 이탈리아 현실에 대한 진단과 미래를 위한 조언이다. (24,26장) 군주론 이 책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사상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서양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예로 들고 있는데 나라이름이나 인물이름, 관계 등이 생소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사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그런데 만화로 읽으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만화를 2번 읽은 후에 번역본(군주론-을유문화사)을 읽으니 번역본도 이해가 잘 되었다. 그리고 만화와 번역본을 비교해보니 만화가 번역본을 정말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만화책을 무시했었는데 만화책도 무시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고, 군주론을 그 시대 상황 속에서 이해함으로써 군주론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었다.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마키아벨리는 역사적인 지식이 해박할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이 책은 금서로 지정이 되었고, 마키아벨리는 악마라고도 불렸는데 당시 지배층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민낯을 마키아벨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불편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군주론>에 쓰여진 지침대로 하면 군주가 강력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과,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행복은 희생되어도 좋은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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