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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헤로도토스 역사’를 읽고
(권오경 글 · 진선규 그림/ 김영사) 기원전 480년경에 태어난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쓴 책인 <역사>(원제:Historiae)의 첫 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이 책은 할리카르나소스 출신의 헤로도토스가 탐구에 의해 스스로 배운 사실들을 서술한 것이다. 이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과거의 기억과, 그리스인과 이방인의 위대하고 놀라운 업적들이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함이요, 특히 그들이 서로 싸운 원인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이 간단한 서문은 의외로 많은 사실들을 알려준다. 일단, 헤로도토스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그 다음으로 헤로도토스가 <역사>라는 책을 어떻게 저술했는지, 왜 저술했는지, 주로 무엇에 초점을 두고 저술했는지를 알려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탐구’이다. 헤로도토스 이전에는 역사라는 것이 사실과 신화, 전설들이 마구 뒤섞인 상태로 기록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헤로도토스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발로 직접 뛰어다녔다고 한다. 현장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직접 관찰을 하고, 깊이 생각해 본 뒤에 결론을 내려 책을 쓴 것이다. ‘역사’(Historiae)라는 말도 헤로도토스가 맨 처음 썼다고 하는데 ‘역사’는 탐구하여 알아낸 지식, 탐구한 것을 글로 설명한 것을 말한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사실들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 따라 해석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페르시아 침략 전쟁에 맞선 그리스인의 승리에 초점을 맞춰 서술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이 맞붙은 최초의 전쟁을 다른 성격의 두 문화의 정치 제도, 즉 민주정과 전제 정치의 충돌로 파악했다. 특히 그는 ‘그리스인의 자유를 위한 저항 정신’에 주목하고 있다. 분열되어 있던 전 그리스인들이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 아래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하나로 뭉쳐 싸우는 모습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앞서 읽었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군주론>에서는 독재 국가보다 자유 국가를 정복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유를 맛 본 사람들은 그 자유를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유를 말살하려는 외부의 침략에 결사항쟁으로 맞서 싸우는 반면 원래 자유가 없던 독재 국가는 단지 통치자가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여 싸움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절대적으로 열세한 그리스 군이 어떻게 대군 페르시아를 맞아 싸워서 이겼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자유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또, <군주론>에서는 외국군대나 용병 등은 충성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쟁에 이들을 쓰는 것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페르시아 군대가 숫자는 많았지만 다국적 군인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마지못해 전쟁에 나간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그리스는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이 스스로 전쟁에 나갔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군주론>의 이론이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만화책에서는 다른 나라의 속국에 불과했던 페르시아가 소아시아 전체를 다스리는 제국이 돼 가는 과정과 페르시아가 아테네와 그리스 연합군을 상대로 정복전쟁을 벌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아테네와 그리스 연합군은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에서 이기게 되는데 그 과정이 꼭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일본 군함을 이긴 것과 비슷하다. 수적으로 매우 열세한데도 불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와 용기로 대군 페르시아와 싸워서 이긴 것이다. 이 전쟁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모른다. 영화 <300>은 페르시아와 그리스 군 사이에 벌어졌던 테르모필라이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스파르타의 왕인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정예군 300명은 페르시아의 대군을 맞아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다 죽는다. 헤로도토스는 이 300명 전사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결코 물러섬이 없었던 자신의 조상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테르모필라이 전투에서는 패하지만 살라미스 해전과 플라타이아 전투에서 승리함으로 결국 승리는 그리스 연합군에게 돌아간다. 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마라톤 경기도 페르시아와 아테네의 전쟁에서 유래했다. 1차 원정 때 페르시아는 아테네에서 동북쪽으로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마라톤 평야에 상륙하여 아테네를 공격하였다. 이 때 아테네는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를 크게 이겼다. 아테네의 전령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40km가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가 승전보를 알리고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급하게 승전보를 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말을 이용하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그 이유는 페르시아 군이 함대로 철수하여 아테네를 직접 공격하기로 작전을 바꿨기 때문이다. 전령은 이것을 아테네에 재빨리 알려야했다. 그리고 그리스는 산이 많아 말을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아 직접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령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아테네에 있던 군대는 방어 태세를 미리 갖출 수 있었고 페르시아는 공격을 감행하지 못 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페르시아의 후손인 이란과 이라크는 지금도 마라톤 선수가 없고 마라톤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조상들이 굴욕적으로 패한 전투에서 유래한 마라톤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원래 9권에 달할 정도로 양이 굉장히 방대하다. 당연히 이렇게 방대한 책을 한 권의 만화책에 다 담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이 한 권의 만화책을 읽고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 만화책 덕분에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맛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역사 속 인물들의 ‘사명감’에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교통이 제대로 발달해 있지 않은 시대에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하여 어마어마한 책을 쓴 헤로도토스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 승전보를 알리고 죽은 아테네 전령, 그리고 자유와 명예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운 스파르타 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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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16-07-3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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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군주론'을 비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힘 있고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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