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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의미’를 읽고
(저자-폴 투르니에/출판사-포이에마) 이 책은 앞서 읽었던 ‘죄책감과 은혜’의 저자인 폴 투르니에가 쓴 책으로 노년의 삶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원제는 “나이듦도 배워야 한다”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은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식적인 직업에서의 은퇴는 물론이거니와 자식들이 커서 독립하게 될 때와 배우자가 죽는 경우 등도 넓은 의미에서 은퇴라는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과 결별하게 될 때 그 당황스러움, 공허함, 무료함, 목표의 부재 등을 어떻게 다루고 극복해 가야 할까. 저자는 그러기에 은퇴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은퇴의 준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해 놓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물론 평안한 노년의 조건 중에 물질도 포함이 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은퇴는 일과의 결별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시기가 된다. 단지 공식적이고 조건적이고 의무적인 일과의 결별일 뿐이다. 은퇴 후의 또 다른 삶을 ‘제2의 이력’이라고도 부르는데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나 봉사활동, 취미활동 등이 그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조차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거나 의무적으로 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제2의 이력’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 책을 쓴 72세의 나이에도 공식적인 직업에서 은퇴를 하지 않았다. 저자도 그것을 인정하며 자신은 은퇴를 늦게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는 자신의 제2의 이력은 ‘글쓰기’라고도 말한다. 무엇이 됐든 누구나 자기만의 ‘제 2의 이력’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과 관련된 문제를 얘기할 때 연금문제나 노인부양 등 주로 경제적인 측면만 거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으로 노인을 위한다면 경제적인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노인을 위한 삶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노인을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며 노인은 정말 쓸모가 많은 사람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잘 활용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P.S 이 책을 읽고 노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 즈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노인 특별 전시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총 네 분의 노인의 삶에 관해 조명한 전시회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록은 모두 역사다’, 농부 임대규(82세)(농사 관련 일기를 40년 넘게 기록) 2. ‘시계와 살아온 65년’, 시계 수리공 오태준(72세) 3. ‘100년을 이어온, 손님을 위한 정성, 이경주(72세) 4. ‘62년간의 망치질, 대장장이 박경원(72세) 나이가 들어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 그런데 왜 네 분 중 할머니는 한 분도 없을까. 죄다 할아버지뿐이다. 할머니(여성)도 자기 일을 가지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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