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출판사 – 육문사)
이 책의 주인공은 1940년대를 살아가는 독일인 여성 니나 붓슈만이다. 화자는 니나의 언니이고, 니나와 그녀의 언니가 단 몇 일 동안 나눈 대화의 내용이 소설을 이루고 있다. 그들의 대화의 주제는 니나의 삶, 그리고 니나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의사 슈타인에 대한 것이다. 니나와 언니는 슈타인이 니나에게 쓴 편지와 그가 쓴 일기를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눈다. 니나가 슈타인을 처음 만난 것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서였다. 니나의 외모는 볼품이 없으나 굉장한 매력을 지닌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니나보다 20살이나 많은 슈타인은 니나에게 한 눈에 반한 뒤 무려 18년간이나 그녀에게 구애를 하지만 니나는 끝내 슈타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생각났다. 짝사랑의 비애가 느껴졌다. 슈타인의 니나에 대한 사랑은 그의 생의 의미이자 전부이다. 그런데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슈타인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워한다. 슈타인은 전형적인 지성인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슈타인을 거절한 니나는 깊이가 없는 바람둥이인 퍼어시라는 남자를 선택한다. 그와 결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니나는 약혼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또 결혼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속한다. 니나는 정말 특이한 여자다. 고집이 아주 세고, 자기의 인생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가치관에 따라 살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고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나치주의 사람들이 망명하는 것을 목숨을 걸고 도와주기도 하고, 의과대학 학생으로서의 지적인 면모와 높은 학구열도 가지고 있다. 안락사 논쟁으로 교수와 싸우고 학교를 그만두기도 하고, 빚을 갚을 돈을 벌기 위해 산송장과도 같은 죽어가는 노파를 2년 동안이나 돌보기도 한다. 니나는 남편 없이 각각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고,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슈타인의 도움을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슈타인에게 도와달라고 매달리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니나는 정말 강인하고 독립적이고 멋있는 여성같이 느껴진다. 매력을 느낄만하다. 그렇지만 이런 여자와 산다는 것은 꼭 바람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처럼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나는 자유분방하고 그 누구에게도 어느 것에도 속박당할 수 없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생의 한가운데’는 고난과 아픔이 있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안에서 꿋꿋이 살아갔던 니나의 삶을 표현한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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