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F > 안암 > 성경강해 > 신명기

ㆍ대분류

본론 제 3 장

ㆍ조회: 1882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
제 3 장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

Arthur F. Glasser는 그의 저서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에서 하나님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며, 신구약 성경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에 의해 계시된 선교의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Arthur F. Glasser,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 임윤택 옮김 (서울 : 생명의 말씀사, 2006) p. 39.
신구약 성경의 중심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Ibid., pp. 22-23.
우리의 선교는 예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의 선교는 예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그리스도의 선교가 아니라면, 선교는 식민지 확장, 교세 확장, 종교적 개종, 사회봉사로 전락해 버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진정한 의미의 선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선교가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되어질 때에만 성경적인 선교라고 할 수 있다. Ibid., p. 13.

또한 찰스 반 엥겐(Charles Van Engen)은 그의 저서 ⌜미래의 선교신학⌟에서 결론으로 새천년에 삼위일체 선교신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Charles Van Engen, 미래의 선교신학, 박영환 옮김 (인천 : 도서출판 바울, 2006), p. 375.

삼위일체 선교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개인적인 믿음, 성서적인 믿음, 공동체적인 믿음으로부터 나온다(왕).
삼위일체 선교신학은 사랑으로 연합하는 교제로서의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유지된다(그리스도 통치의 중심 영역).
그리고 삼위일체 선교신학은 하나님의 세상의 총체적인 변화를 향한 소망을 준다(도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임재의 표지로써).

여기서 하나님의 선교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깊은 개인적인 믿음, 성서적인 믿음, 공동체적인 믿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선교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하시는 것이며, 우리는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믿음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요하네스 니센은 그의 저서 ⌜신약성경과 선교⌟에서 선교(mission)와 선교활동들(missions)을 구분하였다. 전자는 일차적으로 ‘미시오 데이’(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 즉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 그리고 세상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가리키고, 반면에 후자, 즉 선교활동들(missiones ecclesiae: 교회의 선교)은 ‘미시오 데이’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시간, 장소, 필요와 관련된 특정 형식들을 가리킨다 요하네스 니센, 신약성경과 선교, 최동규 옮김 (서울 : 기독교문서선교회, 2005), p. 28
고 하였다.

우리의 선교가 하나님의 선교에 믿음으로 동참하는 것이라면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주제를 위해 먼저 성경에 나타난 안식의 개념을 분명히 한 다음에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와의 관계를 정립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의 관계에서 성경적인 예를 열왕기상 19장을 중심으로 엘리야에게서 찾아보고자 한다.

3-1 안식에 대한 성서적 개념

우리는 1장과 2장에서 구약에서 안식의 개념이 주로 제도적이고, 외적이고, 민족적인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신약에 와서는 주로 인격적이고,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 되신다는 것과, 안식일의 주인 되신 예수님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자신에게로 초청하시고, 예수님께로 나아가기만 하면 참된 쉼을 누리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심으로 예수님의 인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도 살펴보았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예수님을 배우게 되면 우리의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고 하심으로 쉼이 외적인 것보다도 내면적인 것임도 살펴보았다. 히브리서 4장을 통하여 우리의 큰 대제사장 되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 순종할 때만이 하나님의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안식을 예수님과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있음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안식은 단순히 안식일이라는 날짜를 지키거나 육체적으로 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생각해야 함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외적인 것보다도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성 속에서 참된 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외적으로 아무리 부족함이 없다 할지라도 그 마음에 하나님이 없거나 또 범죄함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파괴되면 가인과 같이 쉼이 없는 방랑자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어거스틴의 고백록에서 잘 알 수 있다.

3-2 어거스틴의 고백록에서의 안식

어거스틴은 기원 후 354-430년까지 살았던 위대한 교부요 사상가로서 그의 사상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 뿐만 아니라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정욕에 대한 탐닉과 지적인 호기심으로 인해 수많은 방황을 한 후에 모니카의 눈물의 기도를 통해서 극적으로 회심하여 주님께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전에 117권의 책을 썼는데 그 중에서 ⌜고백록⌟은 자신의 과거의 죄의 고백과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은총을 찬양하는 찬양의 고백과 창조자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고백록에서 자신이 하나님께로 가기까지는 참 안식을 누릴 수 없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어거스틴,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 선한용 옮김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2003), p. 45.

그의 고백록은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1권에서 9권까지로 어거스틴이 자기의 과거, 즉 과거의 출생부터 어머니의 죽음까지를 기억하면서 그간에 자기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찬양한다. 2부는 10권으로서 어거스틴이 고백록을 쓰고 있던 당시, 자신의 현재, 즉 자기 혼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가 회심한 후에도 계속 받고 있는 현재의 유혹도 여기에서 논하고 있다. 그리고 3부는 11권부터 13권까지로서 시간론과 창조론을 다룸으로써 창조자의 섭리 가운데 있는 인간의 궁극적인 의미 실현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미래에 있을 우리의 안식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함으로 고백록을 끝맺고 있다. Ibid., pp. 8-9.
그는 제 13권 35장에서 38장까지 안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 주 하나님, 우리에게 당신의 평화를 주소서. 당신이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휴식과 평화, 저녁이 없는 안식일의 평화를 주소서. 이렇듯 심히 아름다운 것들과 그 질서도 제 경로를 다 간 후에는 사라지고 맙니다. 그들에게 아침과 저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곱째 날에는 저녁이 없습니다. 그 날에 해가 지지 않음은 당신이 그날을 거룩하게 하사 영원히 지속하도록 축복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심히 좋은 그 피조물들을 다 만드신 다음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습니다(창 2:2-3). 물론 당신은 이 모든 것을 계속 안식하시면서 동시에 창조하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책의 말씀이 미리 우리에게 말씀해 주신 바와 같이(당신처럼) 우리도 당신이 하라 하신 선한 일을(이 세상에서) 다 마친 후 영생의 안식일에 당신 안에서 편히 쉬기 원합니다. 그 영원한 안식일에는 당신이 지금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듯 우리 안에서 안식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선한 일이 실은 당신이 우리를 통해서 하시는 일이오니 그때의 우리의 안식도 실은 당신이 우리를 통해서 누리는 안식일 것입니다. 오, 주님, 그러나 당신은 항상 일하시고 항상 안식하십니다. 당신은 시간 안에서 보시거나, 시간 안에서 움직이시거나, 시간 안에서 안식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가 시간 안에서 보는 모든 것들과 그 시간 자체를 지으셨고, 또한 그 시간에서 오는 휴식도 마련해 주십니다....우리도 당신의 은혜로 어떤 좋은 일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영원한 것이 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런 일을 끝마친 후 당신의 위대하신 성화 속에서 안식하기를 소망합니다. 선(좋으심) 자체이신 당신은 당신 이외의 다른 선을 필요로 하시지 않으시므로 항상 안식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이 당신의 안식이기 때문입니다. Ibid., pp. 509-511.

이상에서 볼 때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안식만이 영원한 안식이며, 이 하나님 안에서만 참된 안식,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3-3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의 관계

안식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눔으로써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선교도 우리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체가 되어서 하시는 일에 우리는 믿음으로 동참하는 것임도 살펴보았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시는가도 모르고 자기 나름대로 선교를 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선교가 아니라 자기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비록 표면적으로는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순수하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지 않고 그 마음 깊은 곳에 교회의 숫자를 불리거나 제자를 키워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자기 사업이지, 결코 하나님의 선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하는 것은 믿음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동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으면 힘들어 하고,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열등감에 빠져 자학하거나 아니면 우월감에 빠져 교만을 부리게 되기 때문에 마음에 쉼이 없게 된다. 하나님의 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기를 온전히 비우고 부인해야 한다.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성경을 공부하고 기도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알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비우게 되면 내면에 참된 안식과 평화가 임하게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안식해야 한다. 안식은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에서 오는데 이것이 없으면 결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알 수 없다. 이렇게 안식하게 되면 믿음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함으로써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상호 역사한다. 그래서 어거스틴은 “당신은 항상 일하시고 항상 안식하십니다.”라고 고백하였다. Ibid., pp. 510.

3-4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의 관계에서 성경적인 예: 열왕기상 19장을 중심으로

3-4-1 두려움에 사로잡힌 엘리야
열왕기상 18장은 엘리야가 믿음으로 얼마나 큰 일을 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아합과 이세벨의 영향으로 모든 백성이 바알 숭배자가 되어 여호와 하나님을 배반하고 떠난 상황에서 홀로 믿음으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대결하여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다. 엘리야가 갈멜 산 전투에서 승리하고 비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을 때 큰 비가 내렸다. 이때 18장 마지막절인 46절을 보면 여호와의 능력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18마일(28.8km)이 되는 길을 달려서 마차를 타고 가는 아합왕을 따라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18장에서의 엘리야의 모습은 사자 같이 담대하고 용감하고 스피릿이 충만했지만 19장에서의 엘리야의 모습은 지치고 피곤하고 주눅이 들고 겁먹고 연약한 자가 되어 도망가는 모습이다. 이세벨이 아합으로부터 엘리야가 450명의 바알 선지자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엘리야를 죽이고자 결심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엘리야는 겁을 먹고 이스르엘에서 90마일(144km)이나 되는 브엘세바까지 도망가서 로뎀나무 아래서 죽기를 간구하였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4) 사자같이 담대하던 그가 왜 이렇게 형편없는 졸장부가 된 것인가? 갈멜 산의 전투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큰 원수를 만나 두려움에 빠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큰 능력의 역사가 일어났건만 예상외로 주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은 많지 않고, 이세벨 같은 악한 여자는 여전히 펄펄 살아있는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엘리야는 큰 일을 한 후에 결국 나만 홀로 남았다는 섭섭한 생각과 함께 고독과 두려움에 빠졌다.

3-4-2 엘리야에게 안식을 허락하신 하나님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서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누워 잠을 잤다. 하나님은 이런 엘리야를 어떻게 대하셨는가? 궁둥이를 걷어차고 “일어나지 못해! 도대체 여기까지 도망 와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연약해 가지고서는 무슨 일을 하겠어!” 하며 책망하셨는가? 아니다. 로뎀나무 아래서 누워 자고 있는 엘리야를 천사가 어루만지며 “일어나서 먹으라”고 하셨다. 너무 피곤하여 누워 자기도 힘드니 일어나서 먹고 힘을 얻어서 계속해서 자라는 것이다. 원어에 보면 “보라!”(Behold)라는 감탄사가 있는데 이는 하나님의 긍휼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연약한 자를 대하시는 하나님의 무한하신 긍휼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은 결코 율법적인 분이 아니시라 긍휼히 한이 없으신 분이시다.

엘리야가 본즉 머리맡에 숯불과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었다. 그는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워 잤다. 얼마나 피곤하고 지쳤으면 먹고 마시자마자 또 잤다. 한참 동안 자도록 내 버려 둔 후 여호와의 사자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먹으라. 네가 길을 이기지 못할까 하노라.”(7) 하나님은 엘리야의 지친 육신을 위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마련해 주시며 쉬게 하시고 잠이 부족한 그에게 잠을 잘 자도록 도와주셨다. 그리고 그가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천사로 하여금 쉬지 않고 시중들게 하셨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일어나서 먹으라. 네가 길을 이기지 못할까 하노라”고 하심으로 엘리야가 일어나 먹고 길을 잘 가도록 섬세하게 배려해 주셨다. 이에 엘리야는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행하여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 하나님은 엘리야가 큰 일을 한 후 절망하고 연약함에 빠져서 죽는 소리를 할 때 책망하지 아니하셨다. 그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고 깊이 이해해 주시고 섬겨주셨다. 하나님은 실수를 책망하시는 분이 아니라 기를 살려 주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잘 이해하시고 품어주시고 감싸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시다. 상처를 싸매 주시고 실패를 회복시켜 주시는 분이시다. 엘리야는 절망하고 자기 인생이 끝났다고 포기했지만, 하나님은 절망하지 않으시고 포기하지 않으셨다. 엘리야는 혼자라고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그와 함께 하시고 그를 어루만져 주셨다. 엘리야는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주저앉았지만 하나님은 그가 실패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 하나님의 은혜의 하나님이시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3-4-3 이스라엘을 송사한 엘리야
엘리야는 호렙산에 이르러 굴에 들어가 기도한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두려움과 허탈감과 의심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임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9) 하나님은 사명을 버리고 도망 온 엘리야에게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이에 엘리야는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고 대답하였다(10). 이 대답에는 그가 그동안 한 모든 수고가 헛되다는 생각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들과 하나님께 대한 섭섭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다”고 하였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백성들을 우상 숭배의 죄악에서 돌이키기 위해서 목숨도 불사하고 도전했다. 그가 지금 도망 다니고 있는 것은 만군의 여호와를 위한 열심이 식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는 하나님을 위한 열심이 특심하지만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여서 나만 남았는데 나마저 죽이고자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울은 엘리야가 이스라엘을 하나님께 송사하였다고 하였다. 로마서 11:2,3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대한 그의 열심은 대단하였다. 그는 그 열심히 이전의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 곧 900명의 거짓 선지자들에게 도전하여 그들을 모두 죽였고, 또 3년 반 동안 기근에 시달리던 이스라엘 땅에 비가 오도록 간절히 기도함으로써 큰 비가 오도록 한 위대한 일을 하였다. 그는 이런 기적의 역사를 통하여 아합왕과 백성들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고, 이세벨도 회개하든지 아니면 하나님이 치시든지 하셔서 놀라운 개혁의 역사가 일어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합은 그 모든 것을 목격하고도 변화되지 않았으며, 백성들도 하나님께로 돌아서지 아니하였으며, 이세벨은 시퍼렇게 살아서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오히려 엘리야는 완전히 고립되었고 그의 수고는 헛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하나님께 대한 섭섭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 의로 가득차 있었다.

3-4-4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하나님은 이런 그를 무조건 책망하지 아니하시고 그에게 시청각 교육을 시키셨다. 여호와의 앞에서 산에 서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가 살펴보도록 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아니하셨다.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아니하시고,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도 계시지 아니하셨다. 크고 강한 바람이나 지진이나 불은 하나님의 강력한 능력을 상징한다. 모세 시대에는 하나님의 이런 강력한 힘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세를 통해서 기적의 역사가 많이 일어났다. 신약시대 초기에도 이런 강한 기적의 역사가 많이 있었다. 18장에서 하나님께서 엘리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단의 번제물을 태우고 도랑의 물을 핥는 역사도 이런 역사였다. 엘리야는 계속해서 이런 역사를 일어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하나님은 반드시 그렇게만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엘리야는 이런 역사에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역사만이 하나님의 역사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강한 바람이나 지진이나 불 가운데는 계시지 않음으로 이런 식으로만 역사하는 분이 아니심을 보여 주셨다.

하나님은 불 후에 세미한 소리로 나타나심으로 엘리야에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엘리야는 강한 바람이나 지진이나 불로 역사하시는 하나님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엘리야의 기대와는 달리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셨다. 그러므로 엘리야는 세미한 소리 가운데서 하나님을 찾아야 했다. 조용히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했다. 세미한 음성이란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소리를 말한다. 이는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과는 대조된다.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은 엘리야가 마음을 평정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 때만이 들을 수 있는 음성이었다. 우리는 방언을 하고 시끄럽게 기도를 하고 요란하게 역사를 이루어야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한 사람과 일대일로 조용히 말씀공부를 하면 아무런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조용한 가운데서 이루어진다. 조용히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 이를 행하는 것이 험한 바알 시대를 이기는 비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에 힘써야 한다. 내가 하나님께 원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 조용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기의 요구나 선입감을 버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인간적인 야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에 힘써야 한다. 자기 열심, 자기 계획, 자기 생각, 인간적인 야심을 품고 있으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으려면 자기를 온전히 비워야 한다. 자기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나님께 요구하기보다,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면 신기하게도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리고, 하나님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분명히 알게 된다.

3-4-5 새로운 사명을 주신 하나님
엘리야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나가 굴 어귀에 섰다.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웠다는 것은 하나님의 위엄에 대한 존경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거룩하시고 엄위하시고 영광스러우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엘리야가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있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13) 세상에 내려가서 사명을 감당치 않고 왜 여기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후에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로서 엘리야에게 사람을 세우는 사명을 주신다.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 왕이 되게 하시고, 또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이 되게 하여 아합왕 가문을 멸족시키는 사명을 감당케 하신다. 무엇보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엘리야의 후계자로 삼게 하신다.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서 악한 시대에 엘리야가 해야 할 일이었다. 당장에 무슨 큰 일을 하기보다, 길게 보고 사람을 세우고 키우는 제자양성이 엘리야가 해야 할 일이었다. 엘리야는 자기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아무리 우상 숭배가 극심해도 하나님께서 친히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칠천을 남겨 두셨다고 하셨다. 하나님의 역사는 남은 자의 역사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곳곳에 자기 이름을 위하여 친히 남겨 두신 자들이 반드시 있다.

엘리야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영접하고 엘리사를 후계자로 세웠다. 그리고 열왕기상 21장 17-26절에서 아합에게 경고의 말씀을 전한 것이나, 열왕기하 1장 3-4절과 15-16절에서 아하시야 왕에게 경고의 말씀을 전한 것을 볼 때 선지자로서의 사명을 충성스럽게 감당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열왕기하 2장 7,16절에서 50명의 선지자의 생도들이 있는 것을 볼 때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은 후에 그의 사역의 방향을 바꾸어 선지 학교를 세워 제자양성에 힘썼음을 보게 된다. 이는 엘리야 선지자가 호렙산에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안식을 맛본 후에 하나님이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깨닫고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에 동참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열왕기상 18장에서는 하나님의 원수들과 대적하여 싸우기를 원하셨지만, 열왕기상 19장에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 사람을 세우고 제자양성하기를 원하셨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피곤하고 지친 엘리야에게 찾아오셔서 잠을 잘 자도록 도와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하나님의 품 안에서 깊은 안식을 누리도록 하셨다. 그리고 그의 지치고 피곤한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을 때 그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여기서 우리는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의 관계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보게 된다. 만일 엘리야가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맛보지 아니했다면 결코 새로운 사명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일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엘리야는 18장에서 큰 일을 한 후에 사단이 심는 허탈감과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사명을 감당하다가 지치고 피곤한 엘리야에게 영육간에 깊은 안식을 누리도록 하시고, 그가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시고, 이제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갈멜산 전투와 같은 것이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서 사람을 기름 부어 세우고, 제자들을 키우는 일임을 일깨워 주셨다. 엘리야가 하나님과의 교제, 즉 안식을 통해서 하나님이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시는가를 깨달았을 때 그는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이상에서 우리는 열왕기상 19장에 나타난 엘리야와 엘리야를 다루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통해서 안식과 하나님의 선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과 또한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갈멜산의 하나님보다 호렙산의 하나님을 만나 영육간에 안식을 누리는 것이 필요함을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