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의 기준?
어느 비오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날은 일기에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는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세하셨고 그런 다음에 중년 아저씨 한 분, 마지막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출근 시간의 만원버스처럼 작은 처마 밑은 낯선 사람들로 금새 꽉 찼습니다. 사람들은 이 비좁은 틈에 서서 멀뚱멀뚱 빗줄기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주머니 한 분이 이쪽으로 뛰어왔습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로 우리 대열에 끼여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나갔습니다.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 보았지요.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어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한 사오분 지났을까? 아까 그 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 우산 다섯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들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이상, "하나님이 잡으신 연필"(손종국, 예루살렘, 2004년판 pp.84-85) |
르상티망 |
연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