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mk
ㆍ작성일	2019-11-04 (월) 22:58
ㆍ첨부#1	c5e4b3a2bfcd_b0c5bacfc0cc.jpg (20KB) (Down:75)
ㆍ첨부#2	토끼와_거북이.htm (684KB) (Down:76)

ㆍ추천: 0 ㆍ조회: 969

ㆍIP: 175.xxx.60

토끼와 거북이 우화

사람들은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통해 교훈하고자 한다. 토끼는 빠르지만 중간에 낮잠을 잤고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달려(?) 결국 경주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느려도 꾸준히 가면 이길 수 있다- 빨라도 중간에 딴짓하면 진다. 나름 교훈적 의미가 있지만 이 교훈에는 경쟁이 담겨있어 좀 피곤하다. 이런 것 보다는 거북이는 거북이고 토끼는 토끼라고 가르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토끼는 토끼의 속도로 가는 것이고 거북이는 거북이의 속도로 가는 것이다. 서로 경쟁시키며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는가. 모든 것은 다 자기 속도로 간다. 거북이는 느린 것이 아니라 자기 속도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거북이의 목을 잡아 빼지 말고 그게 거북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럴 때 거북이는 완전하고 행복하다. 나는 민첩한 사람이 아니다. 중학교 체력 검정날에 100m 달리기에 거의 꼴찌였다. 꼴찌의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아무리 힘써 달려도 안된다. 이런 나를 보고 선생님이 너는 아예 걸어들어오는구나 하고 말씀하셨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합 때는 어쩌다 나보다 더 느린 친구가 있으면 다만 꼴찌가 아니어서 기뻤다. 군 훈련소에서는 동작이 굼뜬다고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나는 최선을 다해 움직였지만 요령을 피운다느니 어영부영한다느니 하는 욕을 먹었다. 나는 독서속도가 느리다. 나는 반페이지도 안읽었는데 빨리 책장을 넘기라고 독촉받는다. 그래서 그러면 니가 먼저 읽으라고 책을 아예 준다. 어떤 사람은 3-4백 페이지 책을 하루에 다 읽는데 나는 느린 독서 속도에, 게다가 계속 못읽고 중간에 잘 쉰다. 나는 대학 학부를 30살 되는 해에 졸업했다 그래서 후배로부터 아니 형 그 나이면 장가를 가서 애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웬지 한심한 인생을 사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내가 게으르고 느려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인생 속도가 그럴 뿐이다 나는 아들도 37살에 낳았다 나는 본부 풀타임 스텝 훈련도 가장 늦은 나이에 받아 나 때문에 규정이 바뀔 지경이었다. 학위도 50대 중반을 넘어서 받았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느려서 손해를 봤으면 얼마나 받았겠는가 오히려 그런만큼 감사한 일이 더 많다 그러니 누구에게든 답답하다고 너는 왜 그러냐고 말할 게 아니다. 저 토끼를 좀 봐라 하고 말할 게 아니다. 거북이는 거북이일 뿐이고 토끼는 그런 거다. 세상에 느린 것은 없다. 거북이는 느린 것이 아니라 잘 가고 있는것이다. 거북이는 산천초목을 다 보고 가고 있고 토끼는 먼저 도착했을 뿐이다. -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것을 잠깐 탄식해보다가 써보는 글이다. ^^ -
2019 0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