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mk
ㆍ작성일	2019-11-04 (월)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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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노트
그때는 응어리진 가슴을 움켜쥐고 밤이 늦도록 창가에 앉아 시를 썼었다. 달리 이렇게 말해도 될 것같다 -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달래가면서 쓰고 고치고 다듬어 가면서 시를 썼다고. 시를 읽고 시를 쓰고 그리고 잠을 잤다. 날마다 절망이었지만 나는 살아 있었고 언제나 내일을 기다렸다.
내 스마트폰 갤러리에는 언제 찍었는지 그때 쓰던 시들 몇개를 모아 시화집을 만들었던 노트 사진이 있다.
아~ 이 노트!
누구에게 주려고 열심히 만들었던 것인데 며칠 후 이 노트는 내게 다시 돌아왔다. 부담스러워 못받겠다며 ... refuse 된 것이다. 청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 그런데 그 덕에 이 노트가 지금까지 내곁에 남아있게 되었다. 벌써 40년 전 일이다. 아니었다면 이 노트는 어디론가 영영히 사라지고 이 글도 함께 잊혀졌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보면서 그 때의 나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지금 생각으로는 뭐가 어쨌다고 이런 글을 썼는지 어찌보면 한심한 것 같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의아스럽기도하고... 어쨌건 그건 한 젊은 영혼의 깊은 좌절이고 고뇌였다.
그런데 하나님은 먼 훗날의 은혜를 위해, 감사를 위해 이 노트를 돌려주신 것이다. 그때 하나님은 내곁에 계셨다. 나를 보존해주시고 풍요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019 10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