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워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벌벌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중에서도 우리는 감동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 한 한국인 의사가 있습니다. 그는 전세기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한에 100명이 넘는 교민이 남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저도 사실은 겁이 나죠.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그래도 우한에서 의사 직업을 가진 한국 사람이 저 한명밖에 없으니 남아야죠." 뿐만 아니라 최근 대구에서 급증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많은 의료인들이 자원했습니다. 60세의 한 여의사는 딸이 “엄마 죽으러 가?” 말렸지만 대구로 향했습니다. 66세의 한 노의사도 지원했습니다. “나처럼 늙다리 내과의가 쓰일 데가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신청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전국에서 몰려든 의료진이 하루에 26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자기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말씀의 다윗도 그러합니다. 다윗은 자기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는 목자의 심정이 있었습니다. 목자의 심정은 생명을 살립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참된 목자의 심정과 스피릿을 덧입기를 기도합니다. 

1. 그일라를 구원하라 (1-5)

사무엘상 22장까지를 읽어보면 다윗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습니다.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인 사울 왕이 다윗을 시기했습니다. 단순히 미워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죽이려고 했습니다. 나라 일도 뒷전이고 다윗만 찾았습니다. 다윗을 도와주고 감싸주면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이라도 거침없이 죽였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에 다윗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제 다윗은 죽음을 피해 도망치고 도망치다 헤렛 수풀에 숨었습니다. 이곳은 유다와 블레셋의 국경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사울 왕을 피해 블레셋으로 넘어가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이제는 들키지 않고 쥐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기만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조용하기는커녕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1절을 보십시오. "사람들이 다윗에게 전하여 이르되 보소서 블레셋 사람이 그일라를 쳐서 그 타작 마당을 탈취하더이다 하니" 오늘의 사건은 다윗이 숨어 있던 헤렛 수풀 근처 그일라에서 발생했습니다. 그일라 사람들은 수확한 농산물을 타작 마당에 펼쳐놓고 바람에 말리고 있었습니다. 한 해의 땀과 수고가 이곳에 고스란히 쌓였습니다. 드디어 고생이 끝나고 수확을 거두게 되니 기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블레셋 군대가 들이닥쳤습니다. 블레셋은 그동안 쥐 죽은 듯이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추수할 때가 오자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무서운 기세로 쳐들어 왔습니다. 즐겨야 할 축제의 날이 하루아침에 큰 비극이 되었습니다. 일년의 수고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처지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그저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당장 이스라엘 왕 사울이 군대를 동원해야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울은 변방의 작은 동네 그일라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왕에게는 작은 성 하나가 고통하는 것 정도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변방에 위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고, 공격 당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라고 탓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윗에게 전쟁 소식을 전했을 때, 그일라는 아무 소망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전쟁 소식을 들은 다윗은 무엇을 해야할까요? 다윗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아무 것도 해서도 안됩니다.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도망자가 자기 처지나 알아야지 감히 누구를 돕는단 말입니까? 그런데 다윗은 이상한 선택을 했습니다. 2절을 보십시오. “이에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 내가 가서 이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이르시되 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치고 그일라를 구원하라 하시니” “내가 가서 이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이것은 도망자 다윗이 할 말이 아닙니다. 자기 형편을 생각한다면 “나를 구원하소서. 그일라는 다 빼앗겨도 나는 지키소서!” 외쳐야 합니다. 그나마 자기 동포를 생각한다면 “주님, 저들을 구할 이스라엘 군대를 보내소서” 기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일라 동포의 침략 소식을 듣는 순간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내가 가서 이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나는 안전할까, 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그일라 동포들을 구할 수 있는지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다윗에게 대답하십니다. “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치고 그일라를 구원하라” 하나님의 뜻은 분명했습니다. “가서 치고 구원하라” 이 말씀은 명쾌합니다.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다윗에게 하나님은 기다렸다는듯 “가라” 대답하십니다. 하나님도 당신의 백성을 구원코자 하셨습니다. 목자 다윗은 이 하나님의 마음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다윗은 동포를 구원하라는 하나님의 응답에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함께한 사람들에게 즉시 달려갔습니다. “역시 하나님께서도 동포를 구하라 하셨어요. 당장 달려갑시다!” 그러나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은 기가 찼습니다. 3절을 보십시오. “다윗의 사람들이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우리가 유다에 있기도 두렵거든 하물며 그일라에 가서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치는 일이리이까 한지라” 사람들은 격렬하게 반대 했습니다. “아니 다윗, 이게 무슨 소립니까? 보세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여기도 겨우 숨어 있잖아요. 언제 죽을지 몰라 다 두려워 하잖아요? 그런데 남을 구한다고요? 무슨 정신나간 소리에요. 그일라가 아니라 우리가, 바로 당신이 구원 받아야지요?” 

사실 다윗의 사람들은 상황을 잘 살펴서 이성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했습니다. 먼저 왜 이곳 유다 헤렛 수풀에 숨어 있는지 생각 했습니다. 이곳은 사울에게서 피하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여차하면 국경을 넘어 블레셋으로 도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레셋을 공격하면 그들과 적이 됩니다. 위기의 순간에 의지해야 하는데 바로 그 사람들과 싸우면 후퇴할 곳이 사라집니다. 뿐만 아닙니다. 외적과 전쟁하게 되니 당연히 사울에게 위치를 들키게 됩니다. 도망자가 유일한 퇴로를 스스로 막고, 요란하게 구느라 위치를 들킨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입니다. 게다가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은 군인이 아닙니다. 삼상 22:2a절에는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다윗의 사람들은 환난 당하고 빚지고 마음이 원통한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사회 부적응자, 루저, 어중이떠중이입니다. 반면 블레셋은 훈련과 실전으로 길러진 정규군이었습니다. 이들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다윗이 설사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일라 백성을 구원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다윗이 구원하려는 그일라 백성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일라 사람들은 은혜를 받아도 다윗을 배신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사울이 다윗을 변호하는 제사장 팔십 오명을 죽일 때 그야말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사울은 제사장 성읍의 남녀와 아이들, 젖 먹는 아기들까지 모조리 죽였습니다. 다윗을 감싸면 누구라도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윗이 그일라 백성을 구해봤자 보답은 기대도 할 수 없습니다. 사울이 다윗을 잡으러 오면 백성들은 자기 목숨이 아까워서 다윗을 배반할 것입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즉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배반당할 것을 알면서 구하러 간다니,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래서 다윗의 사람들은 절대로 가면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을까요? 그들의 말은 구구절절 옳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편에서 볼 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머리를 굴려 옳은 판단을 하고 숨어만 있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통해서는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생명의 역사, 구원의 역사를 체험할 수 없습니다.

반면 다윗에게는 그일라를 구하고자 하는 목자의 심정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목자 하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리더입니다. 그러니 자기 뜻대로 해도 전혀 무리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자기와 함께한 사람들도 사랑했습니다. 그일라 사람들만이 아니라 자기와 함께한 동역자들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섬기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4절을 보십시오. “다윗이 여호와께 다시 묻자온대 여호와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일어나 그일라로 내려가라 내가 블레셋 사람들을 네 손에 넘기리라 하신지라” 하나님의 마음은 다윗과 같았습니다. 다윗은 자기의 딱한 처지를 신경쓰기 보다 그일라 동포들을 구원하고자 했습니다. 목자 하나님도 자기 백성을 구원하고자 하셨습니다. 

5절을 보십시오.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그일라로 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크게 쳐서 죽이고 그들의 가축을 끌어 오니라 다윗이 이와 같이 그일라 주민을 구원하니라” 다윗은 블레셋과 싸워 크게 승리했습니다. 오합지졸이더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큰 승리를 주셨습니다. 승리는 오로지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2. 참된 목자 다윗 (6-14)

7절을 보십시오. “다윗이 그일라에 온 것을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알리매 사울이 이르되 하나님이 그를 내 손에 넘기셨도다 그가 문과 문 빗장이 있는 성읍에 들어갔으니 갇혔도다” 사울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 감정과 뜻대로 행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다윗을 넘기셨다고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좋아했습니다.

드디어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8절을 보십시오. 사울이 모든 백성을 군사로 모으고 다윗을 포위하려고 했습니다. 정말 초유의 위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일라를 구하러 갈 때 기도했던 것처럼, 지금 위기의 순간에 또다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이처럼 다윗은 어떤 중요한 문제 앞에서도 행동에 앞서 먼저 기도했습니다. 이처럼 항상 기도하는 습관이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도 다윗을 지켰습니다.

10-12절을 보십시오. “다윗이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여 사울이 나 때문에 이 성읍을 멸하려고 그일라로 내려오기를 꾀한다 함을 주의 종이 분명히 들었나이다 그일라 사람들이 나를 그의 손에 넘기겠나이까 주의 종이 들은 대로 사울이 내려 오겠나이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주의 종에게 일러 주옵소서 하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가 내려오리라 하신지라 다윗이 이르되 그일라 사람들이 나와 내 사람들을 사울의 손에 넘기겠나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들이 너를 넘기리라 하신지라” 하나님은 사울이 내려 온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일라 사람들이 다윗을 사울에게 넘길 것이라고 하십니다. 아무리 예상했더라도 막상 직접 확인하게 되면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일라 사람들이 너무 괘씸합니다. 아무리 어쩔 수 없다지만 방금 구해줬는데 오히려 배신을 하다니 참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다윗은 어떻게 했을까요?

13절을 보십시오. “다윗과 그의 사람 육백 명 가량이 일어나 그일라를 떠나서 갈 수 있는 곳으로 갔더니 다윗이 그일라에서 피한 것을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말하매 사울이 가기를 그치니라” 다윗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피해가 갈까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숨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그저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다윗과 함께 한 사람들은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윗이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다윗이 목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울에게는 버려도 괜찮은 사람들이었지만, 다윗에게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구원할 양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일라를 고통 가운데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대신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자기가 대신 희생하고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다윗에게서 참된 목자 예수님의 그림자를 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당연하게 여기셨다면 어땠을까요? 자기 죄로 인해 고통하는 우리를 당연하게 여기셨다면 어땠을까요? 어떠한 구원과 생명의 역사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슴아파 하셨습니다. 자기 죄 때문에 죽어가는 데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구원코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생명을 살리는 데에만 온 관심을 쏟았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죽이려고 해도 그랬습니다. 예수님은 온 관심과 사랑을 쏟아도 사람들이 자기를 배반하고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을 알았습니다. 3년을 밤낮으로 함께한 제자들마저 예수님을 부인할 것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 (요13:1b) 그리고 십자가에서 자기 목숨까지 아낌없이 주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사랑, 참된 목자의 사랑입니다. 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해 인류구속 역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도 이 예수님의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사랑으로 구원받고 목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교만했습니다. 자신이 세계 어디를 가도 제자를 세울 수 있는 훌륭한 목자라고 자신만만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착각이었습니다. 센터에서 보호받는 환경에 있을 때는 성숙하고 순결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혼자 떨어져 있게 되자 고삐 풀린 야생마가 되었습니다. 저는 각국의 자매를 만났습니다. 태국, 베트남, 일본, 대만, 프랑스, 이집트, 일본, 한국 자매들에게 동시접근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목 말라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목자님들을 볼 면목이 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한 자매를 따라 태국에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Chulalongkorn 대학에 허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워 도망한 저를 목자 예수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Santa Monica에 놀러갔을 때였습니다. LA에 계시던 저의 첫 일대일 목자님인 김 아브라함 선교사님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제가 걱정되어 학교에 수소문하고, 저의 호텔 숙소를 알아내고 먼 길을 찾아와 결국 제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선교사님은 즉시 저를 차에 태워 LA 센터에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너희가 먹을 주라” 예수님의 목자의 심정을 배우도록 도전하셨습니다. 선교사님은 지금도 제가 힘들 때면 먼저 알고 전화해서 한 두 시간씩 위로하고 말씀을 주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국에 가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뉴욕센터에 있을 때 갑자기 센터에 전화가 왔습니다. 마침 아무도 없어 엉겁결에 전화를 받았는데 양마가 선교사님이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제가 전화 받을 것을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어서 돌아오라고, 보고 싶으니 그냥 오라고 하셨습니다. 전화 뿐만 아니라 이메일로도 부르셨습니다. 저는 나 같은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부르시는 목자의 사랑에 마음이 녹았습니다. 그래서 목자로 살고자 결심하고 돌아왔습니다. 곧 입대하게 되었는데 스스로 말씀을 연구하여 말씀 피스와 문제지를 만들었습니다. 간부 자녀들과 군인들에게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전역 후에는 매주 전도하고 5팀 이상의 일대일을 했습니다. 17명이 살던 형제 장막을 섬길 때는 눈물로 기도하다가 너무 오래 엎드려 있어 다리를 삔 적도 있습니다. 저는 이어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할 때도 열정에 불타서 곧 선교사로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루이틀 지나면서 어느새 하나님의 종, 목자로서의 자각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혼자일 때는 자신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생기게 되자 동역자와 아이들을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동역자는 양들과 모임을 섬기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집안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는 혼자 재정을 감당하고 자기 집도 없는데 갈수록 주위에 비해 뒤쳐지는 것 같아 손해의식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이런 마음이 쌓여 가족 외 다른 곳에는 마음이 잘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10년 넘게 영어예배를 섬기고, 학생들도 조금 섬기면 됐지 이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작년은 더욱 힘든 한 해였습니다. 회사에서 팀과 팀원들을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인간 갈등과 배신감으로 끙끙 앓다가 두 세달 만에 13kg가 빠졌습니다. 8년에 걸쳐 영어예배 말씀을 전하던 한 동역자도 같이 섬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교회나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갈수록 짐만 더해지는데,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새롭게 참된 목자의 모습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다윗과 함께한 모든 사람들은 먹고 살아남는 데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일라 백성을 구하는 데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예수님도 생명을 살리는 데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것이 참된 목자입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요 10:11) 참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립니다. 목숨도 버리는데 작은 일로 양 탓 하지 않습니다. 양이 떠나거나 배반하더라도 복잡한 계산 하지 않고 목숨까지 내어줍니다. 옆에서 보면 더할나위 없이 어리석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목자 예수님의 방법입니다. 제가 받은 은혜가 많은데 내 코가 석자라고 자기만 생각한 것을 회개합니다. 제가 다윗과 같이, 예수님과 같이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목자의 심정 회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오늘 그일라를 구원한 다윗에 대해 배웠습니다. 목자의 심정 때문에 다윗은 목숨을 걸었습니다. 목자의 심정 때문에 예수님도 목숨을 걸었습니다. 채찍질로 온 몸이 찢기고, 희롱 당하고,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셨습니다. 이 목자의 심정 때문에 우리가 새 생명 얻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도 예수님과 같이, 다윗과 같이 목자의 마음 품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목자의 마음 품기를 기도합니다. 목숨을 바쳐 양들을 구원하는 다윗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 배우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