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성탄예배 메시지 / 노오규

말씀 / 누가복음 2:1-20

요절 / 누가복음 2:10, 11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입니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기쁜 성탄의 노래를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춥고 어둡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한해를 되돌아 볼 때, 기쁜 소식은 거의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매일 코로나 관련 재난 문자 폭탄을 받다가 한해를 다 보낸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적인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모임 역시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어, 믿음의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고 교제하는 것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오늘 성탄 예배 역시 함께 모여 드릴 수 없는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를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주로 오셨다는 성탄의 소식입니다. 이 성탄의 소식은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에게 참된 기쁨을 줍니다. 이 시간 예수님의 탄생 소식이 왜 우리에게 큰 기쁨의 소식이 되는지 새롭게 깨달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1절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때의 시대 배경에 대해 말해 주고 있습니다. 1절을 보십시오.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여기 아주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가이사 아구스도, 곧 로마의 초대 황제가 다스리고 있는 때였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옥타비아누스로 당시 로마의 혼란을 평정한 후에 로마의 평화, Pax Romana를 이루었습니다. 로마 원로원은 그에게 제1시민(Princeps Civitatis)이라는 호칭을 주었지만, 사실상 황제로 등극해서 온 로마를 다스렸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후 로마 황제를 뜻하는 고유 명사가 되었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 달력에서 8월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아예 August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준 구세주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룬 평화는 막강한 군대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금이 필요했고,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는 식민지 백성들의 인구를 조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이사 아구스도는 “천하로 다 호적하라” 고 명령했습니다. 마치 온 세상이 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듯이 명령하였습니다. 이는 한 인간으로서 참으로 교만한 표현입니다. 그러나 당시 천하의 통치자인 그가 하라면 예외 없이 순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3절을 보십시오. “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유대 땅 이스라엘도 로마 식민지였기 때문에 당연히 이 명령에 따라야 했습니다. 유대 땅 사람들은 특별히 인구조사에 대해 거부감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조상 다윗 왕이 인구조사를 하다가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구조사의 목적이 자신들을 착취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더욱 거부감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호적하러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5절을 보십시오. 호적하러 가는 유대 사람들 중에는 요셉과 약혼자 마리아도 있었습니다. 요셉은 다윗의 자손이었기 때문에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으로 가야 했습니다. 당시 남자의 경우 호적하는 것이 의무였지만, 여자의 경우는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잉태한 마리아를 갈릴리 나사렛에서 굳이 그 먼 곳 베들레헴까지 데려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마리아를 왜 데려 갔을까요? 만일 마리아를 그냥 두고 갔다가 자칫 요셉 없이 아이를 낳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은 아기와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먼 여행길을 떠나야 했을 것입니다. 요셉과 마리아의 이 상황만 보면 슬프고 억울합니다. 가이사가 하필 그 때 호적 명령을 내린 것이 참으로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이사 아구스도라는 강력한 절대 권력자의 한 마디에 천하가 다 움직이고, 그 가운데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으로 떠밀려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의하고 무자비한 가이사 아구스도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겉모습에 감추어진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이 가이사의 명령으로 인해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 성취된 것입니다. 미가서 5장 2절은 말합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니라” 가이사 아구스도가 미가서의 예언을 미리 알고 있다가, 이를 성취하기 위해 마리아가 잉태한 때를 맞추어 호적 명령을 내렸을까요? 아닙니다. 그는 단지 무적의 로마 군대를 만들기 위한 개인적인 야심으로 명령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가이사 아구스도의 명령은 하나님 말씀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참으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 세상은 권력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야 하겠다는 거룩한 목적과 동기가 없습니다. 각자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의사 결정을 하고 그것을 집행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신가? 하나님이 과연 이 세상을 주관하고 다스리는 분이 맞는가? 의문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감추어진 통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숨은 통치는 역사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신약과 구약의 400년 정도의 중간기는 이스라엘에게 있어 암흑의 역사였습니다. 말라기 이후 하나님의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헬라 제국과 로마 제국이 나타나는 세상 역사 가운데, 하나님의 역사는 단절되고 이스라엘은 잊혀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탄생과 복음의 전파를 은밀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의 제국의 확장시키려는 야심을 위해,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를 정복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 헬라 제국의 분열기에는 유대인들이 강제 이주를 당했는데, 세계 곳곳에 디아스포라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히브리 성경이 헬라어 성경인 70인역(Septuagint)로 변역된 것도 이 때 일어난 일입니다. 이후 나타난 로마 제국은 세금을 잘 걷기 위해 치안을 확보하고, 반란이 일어나면 군대를 빨리 파견하기 위해 제국 곳곳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을 정비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정된 치안과 도로망은 복음이 전파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후에 바울과 같은 복음 전도자들이 이를 이용해서 세계 곳곳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복음 역사와 교회를 위해 하나님은 은밀히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400년의 암흑기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은 그 당시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참 후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필요한 일이었고 하나님의 섭리였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올 한해는 코로나 판데믹이라는 태풍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다 휩쓸려 날아간 한해였습니다. 처음 감염자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날이 따뜻해지는 여름이 되면 끝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성탄절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의 태풍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가이사가 천하에 호적 명령을 내린 이유를 그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코로나 감염 사태 가운데 왜 우리를 지나가게 하시는지, 왜 다른 것도 아닌 예배를 함께 드리지 못하게 하시는지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여기에도 반드시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이 감추어진 하나님의 계획을 믿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들을 묵묵히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하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발견하고 감사 찬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해산할 날이 차서 산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요셉의 계획은 되도록 빨리 호적 등록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출산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임신부와 함께 하는 여행은 계획보다 지연되어, 결국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해산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7절을 보십시오. “첫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마리아는 첫 아들을 낳았고, 강포 곧 포대기에 싸서 짐승의 먹이를 담아 놓는 여물통인 구유에 뉘었습니다. 당시 짐승들에게 건초를 주로 주었기 때문에 구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저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아기를 뉘일 법한 적당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갓난 아기를 구유에 누인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기 아기를 구유에 뉘여 놓고자 하겠습니까? 아무리 여행길이지만 적어도 여관방에서 해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호적하러 온 여행객들로 인해 이미 여관은 만석이었습니다. 막 해산하려는 산모가 있다면 양보해줄 법도 하지만, 아기와 산모를 위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요셉이 베들레헴에 지인이라도 있었다면, 여관 주인에게 웃돈을 찔러 줄 수 있는 여유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에게는 넉넉한 돈도, 변변한 빽도 없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어쩔 수 없이 아기를 구유에 뉘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요셉과 마리아의 상황은 눈물 없으면 볼 수 없는 슬프고 가슴 아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감추어 놓으신 의미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본체가 하나님이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 자체가 지극한 자기 비하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더욱 낮추어 지극히 작은 자 중의 하나로 오셨습니다. 무시 받고 배척 받아 구유에 뉘일 수밖에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지극히 작은 자들, 배척 받고 천대받는 사람들, 이리 저리 치이는 연약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아구스도 황제와 같이 최상급의 환경에서 태어나 보호를 받으며 특권을 누린 사람은 어떻습니까? 힘없고 연약한 사람들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동네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유대 베들레헴 시골 마구간의 구유에 누이신 예수님은 어떻습니까? 친히 그 몸으로 연약한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셨기 때문에, 우리의 허물과 죄, 슬픔과 고통을 깊이 이해하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예수님께 다가갈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 누구든지 나아가 그 안에 감추어진 놀라운 축복을 발견하고 풍성히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우리를 위해 지극히 작은 자의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고린도 후서 8장 9절은 말합니다.“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우리의 부요함을 위해 구유에 누운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그러면 이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천사들은 누구에게 먼저 전해 주었습니까? 예루살렘의  제사장과 종교 지도자들입니까? 아닙니다. 천사들은 그들을 패스하고 들판에서 밤이 새도록 자기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목자 하면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배경으로 일하는 여유롭고 낭만적인 삶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당시 목자의 삶은 매우 힘들고 고달팠고, 비천하게 여겨져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이었습니다. 말씀을 보더라도 목자들은 춥고 어두운 들판에서 밤샘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남들이 다 자고 있는 밤에 새벽 배송을 하는 택배 근로자 분들의 업무 강도와 비슷할 것입니다. 구주의 성탄 소식은 온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소식입니다. 그런데 왜 천사들은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목자들에게 알렸을까요? 왜냐하면 목자들은 마음이 겸손하여 성탄의 소식을 있는 그대로 기쁨으로 영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성탄 소식을 전했다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라고 말하며 무시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시간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목자들과 같이, 성탄의 소식을 기쁨으로 영접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천사가 목자들에게 전한 소식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10절과 11절을 다함께 읽겠습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천사가 전해준 소식은 한마디로 “오늘 베들레헴에서 구주, 곧 구세주가 나셨다”는 것입니다. 당시 로마 황제였던 아구스도의 별칭 중의 하나가 바로 “구주”였습니다. 따라서 구주가 나셨다는 이 소식은 아구스도가 진짜가 아닌 가짜 구주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진정한 세상의 구주란 말입니까? 사람들은 각자 나의 인생을 구원해 줄 구원자를 기다립니다. 무엇이 사람들의 구원자일까요? 요즘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데, 아파트 한 채를 사주는 사람이 구주가 아닐까요? 코로나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치료제나 백신도 구원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 인기 있는 대학이나 장래가 보장된 학과에 합격하는 것, 그리고 연봉이 높고 워라벨까지 갖춘 안정적인 직장이 구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병을 낫도록 해 준 의사가 구원자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안정과 경제적인 번영을 가져다 줄 대통령이나 지도자를 구원자로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구원자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죄와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죄와 죽음 문제를 해결하러 오신 우리의 진정한 구주가 되십니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그렇다면 예수님은 죄와 죽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는 구주가 되십니까? 천사들의 성탄 소식에는 예수님의 구원 방법 또한 암시되어 있습니다. 12절을 보십시오.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구세주의 표적이 무엇입니까?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입니다. 이는 상식을 뒤엎는 매우 역설적인 장면입니다. 세상의 구원자의 표적이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라니… 구원자라면 자신이 그럴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인 표식을 통해서 보여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도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나타내는 표식을 사용합니다. 남자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표식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동차입니다. 안락하고 조용한 승차감은 기본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에서 하차할 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멋있게 보이게 하는 하차감도 좋아야 합니다. 이런 고급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나타냅니다. 남자들의 표식이 자동차라면 여자들의 표식은 명품 빽 입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눈에 뛸 듯 말 듯 하게 들고 다니며, 이를 통해 은근히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과시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세상의 구주로서 우리에게 보여 준 표적은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입니다. 이 말씀은 곧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에 세상을 구원할 능력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구주로서의 표적인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연결됩니다. 예수님은 높은 자리에 앉아 군림하면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낮은 자리에서 겸손과 섬김으로 해결하러 오신 것입니다. 낮고 낮아져 결국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힘없고 무기력하고 한없이 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연약하고 무능해 보이는 바로 그 십자가가 역설적으로 우리의 죄와 죽음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되었습니다.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이야 말로 세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예수님께 있다는 메시아의 강력한 표징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돈과 권력과 같은 세상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들은 엉뚱한 곳에서 다시 구원자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구주에게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진정한 구주는, 구유에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 가운데 오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13, 14절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노래하고 있습니다.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하나님은 인간을 향한 크신 사랑과 긍휼을 보여주시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따라서 구주로 나신 예수님은 하나님께 영광이 됩니다. 또한 예수님의 탄생은 사람들 사이에 평화가 됩니다. 인간 사이에는 이기적인 욕심과 죄 때문에 평화가 없습니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도 평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가이사 아구스도는 무력으로 팍스 로마나의 기만적인 평화를 이루었지만, 예수님은 섬김과 희생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 주셨습니다. 

 목자들은 천사들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고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본 목자들은 얼마든지 실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구주의 표적을 보고 오히려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갔습니다. 세상의 구주 예수님을 만났는데, 목자들의 외적인 삶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다시 들판으로 돌아가서 밤낮으로 양떼를 돌보는 고된 목자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에는 흥이 넘쳤고, 입으로는 기쁨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려고 구주를 세상에 보내셨다는 그 비밀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저를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으로 만나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에 나오는 목자들과 같이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해 주셨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일찍 잃고 슬프고 불우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형님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쉽게 출제된 우리나라 첫 수능시험에서 고득점을 하여 의대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과 1학년 때 강직성 척추염이란 병을 얻게 되어 고생하였습니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걷거나 세수를 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왜 내 인생만 이렇게 슬프고 힘이 드는지, 저는 잘 알지 못하던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게 성탄의 소식을 전해 주셨습니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재시험을 치르는 친구들을 놀려줄 생각으로 기숙사 이방 저 방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기숙사로 찾아오신 박준은 목자님이 저를 발견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거 보아 하니 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나랑 성탄 예배에 갑시다.”생각해 보니 그 말에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성탄절에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마음에 끌려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탄 예배에서 구유에 누이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이 구유에 누이신 예수님이라면 남들은 알지 못하는 내 슬픔과 고통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님이 제게 구원자로서의 표적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저는 이후 말씀을 통해 십자가 예수님을 만나고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바뀐 것이 별로 없었지만 운명과 슬픔으로 어두웠던 제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힘들게만 느껴졌던 의대 공부도 즐겁게 감당할 힘이 생겼습니다. 한번은 병원에서 임상 실습을 하다가 우연히 소아항암병동의 벽에 걸려 있는 액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주 없인 살 수 없네” 라는 노래 가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내 맘 속에 있는 참된 이 평화는 누구도 앗아 갈 수 없네. 주는 내 마음의 구주 되시었네. 주 없인 살 수 없네. 오 주없인 살 수 없네. 주님만 나를 구하시네. 주 없는 세상 평화는 없네. 오 주 없인 살 수 없네.” 저는 이 가사를 생각하며 슬픔만 가득했던 제 마음에 어디서 왔는지 알 수도 없는 비밀한 기쁨이 충만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기쁨과 평화는 다른 사람이 알 수도 없고, 또 빼앗을 수도 없는 주님이 주신 것입니다. 나의 주 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지금까지 저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축복을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아내와 듬직한 두 아들을 둔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고,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종으로 쓰임받는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종양학과 의사요 의대 교수로서 세워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 기쁨이 사라지고 세상에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가끔 어두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위해 낮고 낮은 구유의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생각할 때,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기쁨의 노래가 제게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발견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제가 나의 구주 되신 예수님을 더욱 사랑하고 섬기며 날마다 기쁨의 찬송을 부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셨던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영광을 누리고 있고, 돈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은 이리 저리 치이면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어두운 세상 가운데 세상의 구주 예수님이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우리 인생들의 근본 문제인 죄와 죽음 문제를 십자가로 해결하셨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이 알지 못하는 기쁨과 평안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연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어찌하든 간에 우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다는 그 사실로 인해 우리는 얼마든지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고 찬양하는 기쁜 성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