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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라
2021년 금요기도회 / 이창무 와서 보라 말씀 / 요한복음 1:35-42 요절 / 요한복음 1:39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보라 그러므로 그들이 가서 계신 데를 보고 그 날 함께 거하니 때가 열 시쯤 되었더라”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자화상’이라는 시의 일부)”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만남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예수님과의 만남과 사람과의 만남이 저를 키웠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 충성스러운 중매쟁이 역할을 했던 사람도 만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양들과 신랑 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매쟁이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만남의 기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중 두 사람과 함께 섰다가 예수께서 거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35,36)”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이끄는 중매쟁이 역할을 처음으로 감당했던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바로 세례 요한입니다. 요한은 이미 예수님을 향해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이렇게 증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다시 한번 같은 말로 증언합니다. 이번 증언이 어제와 다른 점은 제자 두 사람이 곁에 두고 말했다는 점입니다.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어도 여기에는 이런 뜻이 숨어 있습니다. “나의 제자들아, 뭐 하고 있느냐? 나를 떠나 하나님의 어린 양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거늘(37)” 두 제자는 스승의 말을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세례 요한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자기 밑에서 가르침을 받은 제자를 그의 장래를 위해 더 훌륭한 스승에게 보낼 만큼 넉넉한 마음을 가진 스승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세례 요한은 섭섭하지 않을까요? 속이 상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세례 요한은 잠시 후 3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으로 충만하였노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세례 요한은 서운하기는커녕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신랑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를 연결해 주는 중매장이임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두 제자는 어땠을까요? 그들 역시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당시에 세례 요한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미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영향력이나 지명도가 거의 없었던 때입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였다면 예수님을 따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를 얻기 위해서, 그들은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이 두 제자를 향해 예수님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웰컴, 잘 왔다. 야호 드디어 내 첫 제자가 생겼구나” 이렇게 하셨을까요? “예수께서 돌이켜 그 따르는 것을 보시고 물어 이르시되 무엇을 구하느냐(38a)” 예수님의 첫 마디는 “무엇을 구하느냐?” 였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나를 따름으로 무엇을 얻기를 기대하느냐?” “너희는 나를 누구로 생각하고 따르느냐?”는 질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질문을 하신 까닭은 예수님을 따르는 동기를 스스로 점검해 보라는 뜻입니다. 잘못된 동기로 예수님을 따르려 한다면 그 따름을 예수님은 무조건 환영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려 할 때 그 따름 때문에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습니다. 포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더 많이 얻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빨리 차지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주인이 아니라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 정도로 여길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예수님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여기면 즉시 돌변할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스승까지 버리고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그리고 종종 우리에게도 “무엇을 구하느냐”고 물으십니다. 두 제자가 구하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르되 랍비여 어디 계시오니이까 하니 랍비는 번역하면 선생이라(38b)” 제자들이 왜 계신 곳을 물었겠습니까? 그들은 이 질문을 통해서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답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저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다.” “예수님과 교제하고 싶다.” “예수님을 더 알고 싶다.” “예수님을 더 배우고 싶다.” 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이들의 대답을 예수님은 어떻게 여기셨을까요?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보라 그러므로 그들이 가서 계신 데를 보고 그날 함께 거하니 때가 열 시쯤 되었더라(39)” “와서 보라” 예수님은 그들이 자신을 더 잘 알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와서 보라. 나와 함께 하자.” 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무엇을 구하느냐 는 질문은 항상 저를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딱 부러지게 “이것입니다.” 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제 안에는 예수님을 알고 싶은 소원, 예수님을 배우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순수하지 못한 소원들도 함께 있습니다. 내가 좀 예수님 덕을 보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원도 분명 함께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불순한 동기가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하고 나는 예수님을 따를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냥 일단 와서 보라고 하십니다. 아이가 태어나 진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누구든지 성장에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순수한 동기와 불순한 동기가 뒤섞인 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도 완전히 순수한 동기만 남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예수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다 보면 예수님을 점점 더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배워가다 보면 예수님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분인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것도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에 비하면 배설물과 다름없다고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 거하는 것입니다. 주님과 교제하고 주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 땅 가운데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신앙 공동체와 함께 하면서 그 안에서 사귐을 누리는 것을 뜻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함께 모여 제대로 된 사귐을 갖지 못하고 있어 많이 아쉽습니다. 자칫 이것이 우리의 영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모이기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온라인으로라도 적극적으로 모여서 예수님을 함께 알아가고, 성도의 사귐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는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라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 하고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40,41)”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가 예수님께로 간 두 제자 중 한 명은 확실히 안드레(나머지 한 사람은 분명 사도 요한)입니다. 안드레는 성경에 단독으로 등장하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베드로의 형제로 소개됩니다. 일생 베드로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 베드로를 예수님께 데려온 사람이 바로 안드레라는 점입니다. 안드레가 없었다면 베드로도 없었습니다. 안드레가 무슨 원대한 뜻이 있어서 베드로를 데려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안드레에게 베드로는 한 사람이었을 뿐이고 가족의 일원이었을 뿐입니다. 그도 구원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소원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교회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신앙 위인들의 전기를 읽고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대한 인물 뒤에는 그를 예수님께로 이끈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대한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은 기억하지만 그를 양육한 할머니 성경 교사 헨리에타 미어즈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헨리에타 미어즈가 낳은 또다른 인물은 C.C.C 총재였던 빌 브라이트도 있습니다. 존 스토트 목사는 기억하지만 그를 주님께로 인도한 캠프 지도자 에릭 내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베드로는 분명한 위대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베드로 뒤에는 안드레가 있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 낸 기적입니다. 평범한 만남이 누군가를 영원까지 이어질 만남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만남을 이룬 것은 화려하고 대단한 말이 아닙니다. 안드레는 그저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감격적으로 증언했을 뿐입니다. 그가 뜨거운 가슴으로 주님을 힘있게 증언한 것이 베드로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데리고 예수께로 오니 예수께서 보시고 이르시되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니 장차 게바라 하리라 하시니라 게바는 번역하면 베드로라(42)” 게바는 바위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베드로는 바위 같은 굳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큰 소리는 잘 치지만 알고 보면 소심하여 자기 말을 뒤집어 버리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복음서의 베드로는 늘 실수 투성이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그를 게바로 부르신 것은 결코 그의 현재 모습을 보고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빚으시고 만들어가실 장래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지명하신 것입니다. 그 모습이 될 때까지 예수님을 그를 참아 주시고 계속 기회를 주시고 양육하기로 마음을 먹으신 것입니다. 얼마 전 러너스 형제 자매님들은 각자 이 사람이 꼭 예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사람을 한 사람 씩 찾아서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는 학교 다닐 때 친구도 있고 가까운 친척도 있습니다. 일단 기도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예수님처럼, 안드레처럼 초청하고 증언했으면 합니다. “와서 보라”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예수님께로 온다면 그 사람이 다음 세대의 또다른 베드로, 반석이 될 지 누가 알겠습니까? 러너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도 일상의 삶 속에서 평범한 만남 가운데 있는 그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와서 보라 내가 메시아를 만났다” 증언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영원까지 이어지는 만남을 주선하는 멋진 중매쟁이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우리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사람이 생겨나고 그 사람이 다음 세대를 책임질 바위 같은 사람으로 자라나는 역사를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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