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여름수양회 주제 2 강

십자가는 나의 힘

말씀 / 고린도전서 1:18-31

요절 / 고린도전서 1:18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오늘 말씀의 제목은 ‘십자가는 나의 힘’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재림을 믿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과 재림은 십자가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핵심은 십자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볼 때 어떤 생각을 합니까? 무엇을 보게 됩니까? 우리는 십자가를 볼 때 나의 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흉측하고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죄, 모든 것이 발가벗겨져 드러나는 나의 죄를 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십자가를 볼 때 예수님을 보아야 합니다. 나를 대신해서 죄값을 치르시는 예수님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의 죄를 회개하고 이 십자가를 영접하면 구원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피가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울은 2천년 전 가말리엘의 제자로서 오늘날로 치면 하버드 법대 출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유대와 헬라의 많은 지식을 섭렵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 ‘그리스도’와 ‘십자가’만을 알기 원했습니다(고전2:2). 이 시간 우리가 바울이 그토록 알고자 한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깊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기도합니다.

I. 고린도 교회의 분쟁 

   고린도 교회는 발칸반도 남단의 항구 도시에 위치한 교회였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밤하늘에는 별빛이 아름다운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고린도전서 1장을 살펴보면, 10-17절에서 우리는 고린도 교회 내 분쟁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바울은 18개월 동안 개척했던 고린도 교회를 아볼로에게 맡기고, 에베소 교회를 섬기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글로에의 집 사람들을 통해 고린도 교회 내 분쟁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고전 1:11). 교인들이 네 개의 파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새로 교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며 자기 당파의 교인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바울은 인간 중심적으로 변해버린 교회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바울은 기도하며 교회 분쟁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제를 깊이 파헤치고 들어가 보니, 밖으로 보이는 것은 분쟁이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인간적인 자랑과 교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지혜와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가 십자가가 희미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 복음을 잃어버린 고린도 교인들을 향해 그는 서둘러 십자가 복음을 다시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II. 십자가의 도,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

  오늘 본문 말씀의 바로 앞구절인 17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나를 보내심은 세례를 베풀게 하려 하심이 아니요 오직 복음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말의 지혜로 하지 아니함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 

  17절에는 ‘말의 지혜’와 ‘십자가’가 대조되어 나옵니다. 여기서 말의 지혜는 ‘철학적 논증’을 의미합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복음을 전할 때, 말의 지혜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십자가를 헛되게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성령에 의지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것만 증거했습니다(고전 2:2,4). 예수를 믿고 영접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증거했습니다. 예수님의 피의 은혜가 능력이 있음을 증거했습니다. 바울은 이전에 아덴 지역에서 전도할 때는 철학적 논쟁을 통해 복음을 전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행 17:17). 그러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반박을 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에서 복음을 전할 때는 오직 십자가만 전하고자 했습니다.

  18절을 보십시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여기서 십자가의 도는 ‘십자가의 메시지’, ‘십자가의 말씀’을 의미합니다. 십자가의 도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말씀이 전파되면,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십자가의 도를 미련하게 여기고 십자가를 거부합니다. 한편 어떤 사람은 십자가의 도를 ‘하나님의 능력’으로 여기고 영접합니다. 동일한 십자가인데도, 지금도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면 어떤 사람은 거부하고, 어떤 사람은 영접합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대한 반응, 십자가에 대한 태도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그들의 멸망과 구원이 결정됩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영접하는 것이 구원의 척도인데, 왜 사람들은 십자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일까요? 당시에 십자가는 살인, 강도, 흉악범, 반역자 등에게 가해진 로마의 형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십자가형이 너무 잔인해서, 십자가란 말만 들어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도를 미련하게 여기고 이를 전파하는 전도자들을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증거하는 것처럼, 십자가의 도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영접하면 우리 영혼이 구원받습니다. 우리 내면이 달라지고 삶이 변화됩니다.

  어떤 분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게도 그분은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했습니다. 삶이 너무 힘들면 술을 많이 드시고 집에 오셔서, 밥상을 뒤집었습니다. 어머니를 때리고, 낫으로 위협했습니다. 그는 커서 아버지를 죽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1:1 성경공부를 통해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나고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은밀한 정욕의 죄를 즐겼습니다. 남들도 다 그러는데, 친구들도 다 그러는데 합리화했지만, 죄를 범할 때면 내면에 수치심과 죄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정욕의 세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힘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죄가 예수님의 피로 깨끗하게 되고, 성령이 거하게 되자 그는 거룩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처럼 십자가를 영접해서 삶이 변화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열거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와 능력은 말의 지혜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죄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은 십자가만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망가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만이 줄 수 있습니다. 

로마서 1장 16절은 말씀합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십자가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왜 그토록 무서운 십자가형 속에 구원이라는 하나님의 축복을 숨겨 두셨을까요? 다 같이 19, 20절 말씀을 읽어 보시겠습니다. 

  "기록된 바 내가 지혜 있는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하리라 하였으니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사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지혜를 미련하게 하신 것이 아니냐" 

   19절은 이사야서 29장 14b절을 인용한 말씀입니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은 강대국 앗수르가 유다를 침공하고자 한 시기였습니다. 풍전등화 위기 앞에 유다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간구해야 했지만, 인간의 지혜를 의지했습니다. 유다는 책략과 술수로 애굽과 동맹을 맺어 앗수르 침략을 막고자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유다를 향해 애굽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수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다가 구원에 이르는 길은 잠잠히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멸망뿐이었습니다. 유다의 지혜와 총명은 바벨론의 침공을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20절의 지혜 있는 자(philosophers)는 헬라의 철학자들을 의미합니다. 선비(scholars)는 필사하는 서기관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당대에 상당한 지식인층에 속했습니다. 변론가(brilliant debaters)는 오늘날로 치면 오피니언 리더나 논객과 같은 인물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들이 어디 있느냐?, 어디 있느냐? 어디 있느냐?”고 말합니다. 이는 그들의 탁월한 지혜로도 결코 하나님이 숨겨 두신 구원의 길을 깨달을 없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지혜, 인간의 지혜는 하나님이 마련하신 구원의 길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무능력합니다. 

  19, 20절을 통해 우리는 십자가와 하나님의 구원 방법을 외면한 인간의 지난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19, 20절의 주체는 ‘내가’입니다. 여기서 ‘내가’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지혜, 인간의 총명을 폐하셨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학문, 수양, 선행 등을 통해 ‘구원의 길’, ‘구원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인간의 지혜로, 세상의 지혜로 구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간 지혜의 끝은 결국 자기 자랑, 자기 숭배, 자기 신격화로 끝이 났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를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지혜, 인간의 공적으로 구원받지 못하게 하시고, 대신 구원의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제시하셨습니다. 그 길은 인간의 어떤 지혜도, 어떤 공적도 필요 없는 구원의 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셨기 때문에 인간은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 앞에서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고 영접하고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엡 2:8). 그러므로 구원의 방법은 지혜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겸손과 교만의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겸손하게 십자가를 영접하는 자들을 구원하십니다.  

  21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하나님은 인간이 타락한 후, 인간을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구원의 틀과 계획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영적으로 무지해져  하나님의 구원의 틀과 계획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지혜로 이것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구원의 지혜를 얻으려면 누군가로부터 십자가의 도, 구원의 메시지를 들어야 했습니다. 누군가 도와줘야 했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전도(케뤼그마)’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것이 미련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역설적으로 십자가의 도를 전함으로써 생명 구원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지식이나 말재주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구원의 도리는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서 완전하게 만들어 놓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이것을 소개만 하면 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구원의 길입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 받습니다”라고 단순하고 분명하게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19-21절이 구원 얻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모든 인간의 몸부림이라면, 22-23절은 구원 얻는 방법을 찾기 위한 유대인과 헬라인의 투쟁입니다. 바울은 점점 렌즈를 좁히고 있습니다. 

  22-23절을 보십시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유대인은 구원의 방법으로 표적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표적 신앙으로 구원을 얻고자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홍해를 건너게 하시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만나를 주셨습니다. 이런 기적을 체험했기에, 유대인은 로마가 아무리 강력한 국가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구원자를 보내 구원해 주신 것처럼, 자신들에게도 구원자를 보내 구원해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구원자가 바로 ‘십자가에 죽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전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한편, 헬라인은 구원의 방법으로 지혜를 구했습니다. 그들은 반란자가 강대국 로마에 대항하다 십자가형을 받는 것을 어리석은 짓, 무모한 짓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구원자가 바로  ‘십자가에 죽은 예수’라고 전하고 있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르심을 입는 자들에게는 어떠합니까? 24절을 보십시오. “오직 우리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바울은 부르심을 입은 자들, 즉 구원받는 자들에게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라고 합니다. 24절의 ‘그리스도’는 구체적으로 ‘십자가에 죽으신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바울은 여기서 두 가지를 언급합니다. 바로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럴까요? 그것은 어떤 죄인도 회개하면 죄사함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편,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인간이 범죄한 후,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할 방법을 계획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죄값을 치러야 했고,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기 때문에 한편으로 죄값을 치르는 인간을 볼 수 없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두 부분을 해결하고자 하셨습니다. 공의를 만족하기 위해 죄값을 치른다는 것은 결국 ‘피 흘려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히 9:22). 왜냐하면 ‘피 속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만족하기 위해서 하나님은 ‘예수님’이 ‘인간’ 대신 죄값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모두 만족하고 있기에 ‘하나님의 지혜’라고 합니다. 

III. 우리의 자랑, 예수 그리스도(25-31)

  25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이 의미는 하나님이 어리석을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반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사 하나님이 아무리 어리석다 해도 사람보다 지혜롭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지혜와 강함은 보잘 것 없고 한계적입니다. 유대인의 표적이든지, 헬라인의 지혜든지 서로 추구하는 것은 달랐을지라도 인간의 한계에 갇힌 것은 동일합니다. 한계에 갇힌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 방법인 십자가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영접할 대상입니다. 영접하면 십자가의 능력을 경험합니다.  

  26-31절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렌즈를 좀 더 좁혀 ‘고린도 교회의 성도들’로 맞추고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성도들이 부르심을 받을 때, 상황을 상기시켰습니다. 고린도 성도들 중에는 지혜있는 자가 많지 않았으며, 능한 자도 많지 않았고 문벌 좋은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노예들이나 가난한 자들, 하층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택하사 귀하게 쓰셨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자들을 택하사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십니다.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입니다. 그러므로 자랑하는 자는 인간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만을 자랑해야 합니다. 

  보석 집에 가보면 보석을 전시해 놓은 배경색은 모두 까만색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오직 보석의 아름다움만을 자랑하기 위해 배경은 죽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보석되신 그리스도를 자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톤을 낮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나 힘든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자기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랑에 대한 욕구는 어쩌면 본능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아예 자랑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랑하고 싶으면 주안에서 자랑하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주님을 자랑하라는 뜻입니다. 교회 안에서 서로 자기를 자랑할 때 다툼과 분쟁이 많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만을 자랑할 때 우리는 서로 하나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쾌락, 인기, 명예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은 장래희망이 유튜버, 건물주, 스포츠 스타, 세프를 희망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요즘 시대는 돈 많이 버는 사람, 인기 많은 사람, 즐겁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어떻게 볼까요? 돈, 인기, 재미와 전혀 상관없는 대상이니, 귀찮다고 취급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도 바울이 편지를 쓰고 있는 대상이 ’고린도 교회 성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는데, 고린도 교회 성도들도 어느덧 십자가를 미련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구원받은 우리는 어떻습니까? 십자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십자가가 부담스럽고, 귀찮지는 않습니까? 바보 같다고 여기지는 않습니까? 고린도 교회가 고린도 시의 영향을 받고 물들은 것처럼, 우리 또한 예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돈, 인기, 재미의 지배를 받기 쉽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복음이 약화되면, 십자가의 능력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십자가의 능력이 우리 삶을 지배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고린도 교회처럼 십자가를 잃어버렸다면, 다시 십자가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자기를 드러내는 자기중심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 다시 십자가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을 돌이켜 우리가 예수님을 처음 만난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축제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십자가 앞에서 애통해 하며 회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죄사함의 기쁨과 감격이 충만했습니다. 성령이 주는 평안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죄의 굴레로부터 자유를 회복하고 천사와 같이 얼굴이 밝게 변화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예수님을 만난 후, 자연이 다르게 보인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우리도 나이가 들고, 자녀들이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고린도 교회와 같이 십자가가 부담스럽고 자기 자랑에 빠졌습니다. 자녀 자랑이 나의 기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도 바울의 권면을 귀기울여야 합니다. 십자가로 돌아가야 합니다. 주님을 향한 첫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때때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은혜는 피 한방울 한방울까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신의 모든 것이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1968년 10월 12일 전남 영광에서 초등학교 교사셨던 아버지와 자애롭고 책임감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어릴 적 아버지가 폐렴으로 돌아가시자, 저희 가족은 광주로 올라오고 어머니는 네 자녀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런 저희 가정을 위해 작은할머니가 새벽기도를 하시며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집은 가난하였지만, 복음이 주는 평안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새벽녘에 리어카를 끌고 생선공판장을 향해 떠나셨습니다. 저희는 이런 어머니를 존경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저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할머니가 저를 깨우시면 새벽 6시경 생선공판장에 가서 어머니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곤 했습니다. 공판장에서 어머니는 종종 가격 흥정으로 지체하셨는데, 그러면 저는 “어머니, 빨리 좀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등교하는 친구들과 마주칠까봐 염려했습니다. 친구들과 마주치면 저는 리어카 뒤에서 고개를 숙이며 밀어주곤 했습니다. 

  형이 공부를 잘했는데 교회 회장을 2년간 하며, 성적이 떨어져서 서울대를 가지 못하고 전남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82학번이었던 형은 재수를 하고 싶었지만, 숙부님이 ‘그건 너희 가정에 사치다’는 말을 하고 만류하시자 상처를 받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먹지 않던 술을 먹고, 데모를 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형이 학교에서 재적을 당했고,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형은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어, 저는 반대로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교회 예배는 드리되, 가급적 십자가가 없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88년 고대 영문과를 들어온 후, 외교관이 되고 싶어 1학년 때부터 강의실과 중앙도서관을 오가며 외무고시 준비를 했습니다. 영문과 학회나 동아리도 활동하지 않고, 교회도 등록도 하지 않고, 주일 예배만 다녔습니다. 이 삶이 무척이나 외로웠습니다.

  1학년 가을에 저녁 식사를 하고, 중앙도서관으로 돌아오다가 UBF 두 분의 자매 목자님에게 성경공부 초대를 받았습니다. 삶이 외롭기도 하고, 대학을 들어가면 주님을 잘 섬기리라는 소원기도도 했기 때문에 1:1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두 분은 저를 영문과 선배인 김느헤미야 목자님에게 소개시켜 주셔서 목자님과 1:1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씀이 내게 잔잔한 기쁨이 되었습니다. 율법적인 내 신앙이 조금씩 은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학년 여름 수양회 때 말씀과 진실된 소감을 들으며 하나님께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범한 나의 죄를 기억하며 애통하게 회개했습니다. 특히 정욕된 죄악을 회개하고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험 압박이 있어서, 1:1과 예배 이외의 활동은 짐과 같이 느꼈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복무한 후, 친구 소개로 교회 자매와 미팅을 했습니다. 서울과 지방에 떨어져 있어서, 편지로 소식을 전했는데, 저는 자매와 빈부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교관이 되면 모든 것이 극복되리라 생각하고 시험을 준비했는데, 자매가 내 마음의 우상이 되어 갔습니다. 한편 시험 기간, 김느헤미야 목자님의 사모님이신 김미숙 사모님과 1:1 사무엘서 공부를 했습니다. 사무엘서 공부를 하며, 내가 사울과 같은 인본주의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내 죄를 알게 하시고 부드럽게 내 마음을 터치하였습니다. 하나님 앞에 자기중심적인 신앙을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마치 손에 쥔 풍선을 하늘에 날린 것처럼 아파하며, 자매 문제를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2차 준비하는 1년 동안 자매를 하나님께 맡기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연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차 시험을 실패한 후, 자매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님이 왜 이런 아픈 시간을 주셨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율법적인 신앙, 딱딱한 신앙에 대해 ‘인격적인 사랑’을 알게 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하나님이 나를 대할 때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말을 압니다. 하나님은 때론 저를 엄하게 다루시지만, 인격적으로 섬세하게 보살핍니다. 

  1998년 10월 하나님 앞에서 믿음의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위해 기도할 때 ‘큰 믿음의 여인’을 주시라고 기도했는데, 키는 작지만, 믿음은 나보다 더 큰 여인을 허락하셨습니다. 2000년부터 전공을 살려 출판사에서 영어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새 회사에서 고등학교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민첩하고 실수 없이 하고자 했는데, 하루는 회사에서 인쇄 사고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 때, 편집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데, 조판 담당자가 한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로부터 책의 오류에 대해 전화가 올까봐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새로 옮긴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실수를 해서 낭패였습니다. 실수를 말하기도 부끄러워, 자연히 몰래 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회사로 관련 문의가 2번 정도 전화로 왔는데, 다행스럽게 큰 문제없이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하나님께서 실수를 막아주고 계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실수를 통해 날마다 ‘신실하게’ 은혜 베푸신 하나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다 보면 생각지 않게 오탈자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책이 인쇄로 활자화되면, 나의 실수를 즉시 고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회개하면 우리 죄를 즉시 사해주시는 예수님의 죄사함의 은혜를 깊이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감사하며, 캠퍼스 전도를 하게 되었는데, 캠퍼스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캠퍼스 Police가 있었고, 학생들은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말을 걸면 이어폰을 빼는 학생도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외면하고 자기 길을 바삐 갔습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받습니다” 한마디를 하면 정색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복음이 전해지면 정말 뚜렷이 두 부류로 나뉘어 반응을 했습니다. 

한 부류는 거절하고, 한 부류 영접하든지 교회를 다닌다고 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인데, 사람들은 전혀 무가치한 듯 반응을 했습니다. 토요일 11시 전도를 참여하며, 육신은 좀 피곤하지만, 성령님이 주시는 내면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거칠게 거절하는 후배들을 보며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민수기 말씀을 묵상하며 나의 태도가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는 것(민 20:13a)을 알고, 거친 후배들도 온유하게 대하고자 했습니다. 전도가 잠자는 내 신앙을 깨워 있게 함을 감사합니다. 십자가를 통해 내 영혼을 구원하시고, 죄에 매인 삶으로부터 자유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나의 작은 십자가, 나의 작은 순종이 나의 신앙에 도리어 기쁨과 힘이 됨을 감사합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도 움츠러들지 않고 말씀을 연구하며, 전도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결론적으로, 십자가는 인간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요, 하나님의 비밀입니다. 십자가 안에 구원의 능력이 있습니다. 어떤 죄도 우리가 회개하면 죄를 사해주시는 능력이 있습니다. 십자가는 회피하면 힘들어지고, 짊어지면 성령님이 주시는 평안과 기쁨이 있습니다. 성도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만을 자랑하며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전도를 통하여 이 십자가에 나타난 예수님의 사랑을 잘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