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 룻기 1:1–19

요절 / 룻기 1:16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룻의 아름다운 선택

성격이 온화하고 아담한 분에게 룻이란 크리스천 네임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의 루스 윤 선교사님도 그런 분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넓고 섬김이 큰 이분의 삶을 작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구약의 룻도 마찬가지입니다. 룻기는 짧은 본문이지만 그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룻기에 대해 의외로 연구된 것이 많고 다양한 읽기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는 작은 것 속에 담긴 진실함이 감동을 준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사사기는 큰 이야기였습니다.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 배반과 전쟁의 역사였습니다. 이런 중에 많은 여인들이 희생 되었고, 입다의 딸과 레위인의 첩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첩이 ‘행음했다’는 동사는 잘못을 저지른 남편을 첩이 ‘싫어했다’ 라고 해석되고 번역되어 성경에 반영된 경우도 했는데, 첩이기에 일방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내몰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여자들의 희생도 있었지만, 사사기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죽어 갔습니다. 이제 룻기는 이러한 사사기의 해독제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룻의 진실한 인애를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왔습니다. 우리 기독교 성경에서 룻기는 사사시대 이야기라서 사사기 다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 성경에서 룻기는 토라, 선지서, 성문서라는 큰 세 묶음의 책 중에서 성문서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성문서 안에 또 세 그룹의 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메길로트’라고 불리는 ‘다섯 두루마리’라는 묶음 속에 룻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다섯은 아가서, 룻기, 전도서, 예레미야 애가, 에스더서입니다. 이들 모두는 각각의 절기 때 읽히는 낭독서입니다. 룻기는 봄 추수기인 칠칠절에 지금도 낭독되고 있습니다. 이 다섯 두루마리 중에 룻기와 에스더서는 구약성경에서 여성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두 책입니다. 에스더는 유대인이요 왕후로서 민족을 구원했습니다. 반면 룻은 모압 여인이요 가난한 과부로 이삭을 주워 연명했습니다. 그런데 민족을 구원한 에스더의 역할 못지않게, 룻은 다윗왕국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연 여인이었습니다. 룻기는 사사시대 이야기이지만 악인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서로 배려하고 친절해서 사사시대 이야기가 맞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처럼 룻기는 사사시대의 우상숭배와 배교의 분위기 속에서, 사람과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작은 자들을 당신의 밭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의 이야기입니다.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 흉년이 들었습니다. 흉년은 자연현상이지만 사사시대의 우상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때 유다 베들레헴의 에브랏에 살던 한 사람이 흉년을 피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의 이름은 엘리멜렉, 아내는 나오미, 두 아들은 말론과 기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가정의 기둥인 엘리멜렉이 죽고 말았습니다. 한순간에 과부가 된 나오미는 굴하지 않고 이방 땅에서 열심히 두 아들을 키웠습니다. 이후 두 아들은 모압 여자와 결혼했는데, 말론은 룻을, 기룐은 오르바를 아내로 맞이 했습니다. 자녀의 결혼으로 잠시 행복이 찾아왔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0년 동안 두 아들에게 자녀가 없다가 그후 말론과 기룐이 다 죽고 말았습니다. 나오미와 오르바, 룻만 남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기구한 운명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단란한 가정이 흉년을 피해 국경을 넘었는데, 남편과 아들은 다 죽고 여자 셋만 남은 것입니다. 흉년이 문제입니까, 약속의 땅을 떠난 것이 문제입니까, 아니면 이방결혼이 문제입니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처럼 룻기는 흉년과 죽음이라는 슬픈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러한 등장인물의 이름에는 그들의 삶이 나타나 있습니다. 엘리멜렉은 ‘나의 하나님은 왕이시다’란 뜻입니다. 나오미는 ‘기쁨, 즐거움, 아름다움’이란 뜻입니다. 말론은 ‘불임, 단종’이란 뜻을 연상시키고, 기룐은 ‘연약함, 파멸’이란 뜻을 연상시킨다 합니다. 룻은 ‘우정’이란 뜻이고, 오르바는 ‘돌아가다’란 말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름이 각자의 삶을 반영하고 있기에, 룻기가 소설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성경이 어찌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겠습니까? 어쨌거나 각자의 이름처럼 말론과 기룐은 연약하여 일찍 죽었고, 오르바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룻은 끝까지 우정을 지켰습니다.

   나오미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슬프고 기구한 운명을 맞이 했습니다. 나중에 나오미는 자신을 평가하기를,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다,’ ‘전능자가 심히 괴롭게 하셨다,’ ‘나를 징벌하시고 비어 돌아오게 하셨다’ 말합니다. 영적 기근의 때인 사사시대처럼 나오미의 삶도 흉년을 맞이한 것입니다. 우리도 삶의 흉년을 맞아서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주님의 손이 나를 치셨는지, 혹은 섭리의 역사인지 이해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믿는 자에게도 삶의 흉년, 고난이 임한다는 사실 자체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앙의 여정이란, 나를 치신 듯한 하나님의 손이 나를 보듬으시는 손길임을 알기까지 신뢰하며 기다리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막막한 나오미에게 고향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시고 양식을 주셨다는 풍년의 소식이었습니다. 이때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여호와의 집으로 돌아가리라.’ 나오미는 슬픔에 매몰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희망을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두 며느리와 함께 유다 땅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나오미는 나에게 왜 고난이 찾아왔는가, 내가 뭘 잘못했는가 같은 복잡한 생각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집을 향해 달려가는 액션을 취했습니다. 이런 행동하는 삶의 자세가 수렁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가는 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 며느리의 처지가 참 애처로웠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유다는 이방 땅이었습니다. 가난한 젊은 과부가 남의 나라에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두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라,’ ‘새로운 남편의 집으로 돌아가라.’ 집은 한 사람이 깃들고 쉬는 존재의 터전입니다. 나오미는 두 며느리에게 어머니의 집, 남편의 집이 필요한 걸 알았습니다. 어머니 품인 고향으로 돌아가 재혼해서 새 삶을 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나오미는 진심으로 이것을 원하고 축복해 주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선대하시길 원했고, 여호와께서 이 일을 허락하시길 원했습니다. 나오미는 진심으로 두 며느리를 축복했습니다. 자기 홀로 남아 고독에 빠지더라도 이런 마음을 품었습니다.

   여기서 ‘선대’로 번역된 말이 헤세드입니다. 헤세드는 룻기의 중심 주제입니다. 1장, 2장, 3장에서 각각 선대, 은혜, 인애란 말로 번역되어 나옵니다. 헤세드란 단어는 신적 용어는 아니고 일반적인 말입니다. 그 개념은 신실하고 진심을 다하는 일방적인 사랑, 아낌없는 친절, 관대함, 관용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실천하는 사랑이란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함이 헤세드입니다. 사사시대의 이스라엘은 끝없이 하나님을 배반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약적 신실함, 곧 헤세드 사랑으로 배반하는 그들을 품으셨습니다. 그래서 헤세드는 ‘unfailing love,’ 곧 ‘실패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룻기에서 하나님과 룻의 헤세드를 말하기 전에, 이미 두 며느리와 나오미 사이에도 헤세드가 있었음을 1:8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나오미는 ‘너희가 죽은 자들과 나를 선대한 것 같이’ 라고 합니다. 이는 두 며느리가 나오미 가족에게 헤세드를 베풀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나오미도 그들에게 하나님의 헤세드가 임하도록 기도합니다. 이처럼 나오미와 두 며느리 사이에도 서로 선대하는 아름다운 관계성이 있었습니다. 흉년과 죽음으로 인해 삶은 더없이 팍팍했지만, 서로를 향한 신실함과 친절, 축복하는 마음은 어두운 사사시대를 빛나게 했습니다. 룻기가 사사시대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책에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도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헤세드 사랑이 있다면 그 시대는 환하게 빛날 것입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등불을 비추는 종교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

   나오미가 두 며느리를 모압으로 떠나보내려 했지만 그들은 소리 높여 울며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그런지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백성에게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그들을 돌려 세웠습니다. “내 딸들아 그렇지 아니하니라.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으므로 나는 너희로 말미암아 더욱 마음이 아프도다.” 그리고 연이어 ‘내 딸들아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여호와의 손에 맞은 나를 따라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말렸습니다. 나 홀로 이 슬픔과 고통을 오롯이 감당할 터이니, 너희는 행복한 삶을 살라 한 것입니다. 나오미는 슬픔 가운데서도 두 며느리에 대한 선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이에 오르바는 소리 높여 울면서 시어머니에게 입 맞추고는 모압 땅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오르바가 이기적이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르바는 정상적인 사람입니다. 그녀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닙니다. 룻의 선택이 기이할 뿐입니다. 시어머니를 붙좇은 룻의 선택이 기이하며, 좋은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것이었습니다. 룻은 시어머니의 강권을 물리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룻은 텅 빈 나오미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자 했습니다. 나오미가 가는 곳, 머무는 곳, 백성, 하나님, 죽는 곳 등 모든 것을 함께 하고자 했습니다. 지금 나오미는 빈털터리입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오미를 따르면 룻도 빈털터리가 됩니다. 텅 빈 삶을 살아야 합니다. 더군다나 나오미의 하나님은 나오미를 비게 하신 분입니다. 나오미를 치신 분, 마음을 아프게 한 분, 재앙을 내린 무서운 분입니다. 앞으로도 아무런 좋은 것도 주지 않을 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룻은 이런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것은 룻의 경외심과 신실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평범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그저 기이한 모습입니다. 이것이 헤세드입니다. 그런데 룻의 헤세드는 일반적인 헤세드보다 더욱 크고 넓은 것이었습니다. 룻은 이것을 선택했고, 이것이 룻의 아름다움입니다. 룻이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평소에 시어머니가 잘 해주시고, 여호와께 대한 룻의 신앙심이 깊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이런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깊은 속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겉으로 볼 때 룻은 자신을 내던지고 헤세드를 택했습니다. 선택은 포기를 수반했습니다. 룻은 새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포기했습니다. 여호와의 손에 맞아 아파하고 텅텅 비어 버린 한 갱년기 여성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 룻의 선택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나중에 보아스는 룻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룻 3:10b). 보아스는 룻의 인애를 보았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아무런 계산 없이, 아무런 보상 없이 다만 시어머니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모든 것을 함께 하고자 자신을 내던지는 인애를 보았던 것입니다. 룻이 말했습니다.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길 원합니다.” 룻은 크고도 기이한 여인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그녀의 선택에는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녀만의 미학이 있습니다. 우리가 룻처럼 할 수 있을까요? 룻처럼 해야 할까요? 할 수도 없고 할 의무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수준에서 헤세드의 사랑을 실천할 뿐입니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나오미를 향해 사람들이 수군거리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를 나오미(‘기쁨’)라 부르지 말라.” “나를 마라(‘혹독한 쓰라림’)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라.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 너희가 어찌 나를 나오미라 부르느냐?” 너무나 슬픈 고백입니다. 나오미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슬프고 괴로웠지만, 룻기에서 나오미의 이름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끝까지 나오미, 곧 기쁨이었습니다. 겉으로 볼 때 나오미의 하나님은 그녀를 심히 괴롭게 하신 분, 풍족한 그녀를 빈털터리 만든 분,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 했는데도 징벌하신 분입니다. 나오미에게 있어 이 하나님은 너무나 섭섭하고 두려운 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오미의 이름은 끝까지 기쁨입니다. 그리고 보십시오! 이 하나님께서 나오미 곁에 무언가 선물을 붙여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룻이었습니다. 1장은 이렇게 마치고 있습니다. “나오미가 모압 지방에서 그의 며느리 모압 여인 룻과 함께 돌아왔는데, 그들이 보리 추수 시작할 때에 베들레헴에 이르렀더라.” 나오미 곁에 룻이 있었고, 그녀들은 먹을 것이 있는 봄 추수기 좋은 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때가 보리와 밀 추수기인 칠칠절 때이므로, 오늘날에도 룻기는 칠칠절 때 낭독된다고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나오미는 지금 너무 괴로워서 부정적인 말을 쏟아 놓고 있지만, 자신이 하나님의 큰 선물을 안고 오는 줄 몰랐습니다. ‘룻과 함께,’ 나오미는 ‘룻과 함께’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 신비의 여인, 자기 생명을 다해 인애를 베푼 아름다운 룻과 함께 나오미는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녀들에게는 희망 없는 발걸음이었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힘 없는 발걸음을 당신의 밭으로 인도하고 계셨습니다. 룻기 1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보리 추수 시작할 때.” 흉년으로 시작된 룻기 1장은 추수로 끝나고 있습니다.

   룻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마음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이때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하나님을 선택했습니다. 2장에 나오는 보아스의 말처럼 룻은 여호와의 날개 아래로 나아갔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이런 룻과 나오미를 당신의 날개로 감싸 주셨습니다. 룻의 인애도 신비롭지만 여호와의 인애가 룻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괴롭게 하신다, 풍족한 나를 비우셨다, 징벌하셨다며 불평할만한 상황을 맞이합니다. 이때 시험에 빠지기도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힘들 때 하는 선택이 우리의 가치를 입증합니다. 우리의 선택은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답이 됩니다. 지난 6월 말에 인디아나 존스 5편인 ‘운명의 다이얼’이 개봉되었습니다. 저는 3편, ‘최후의 성전’ 편에서 예수님의 성배를 향하는 낭떠러지를 통과하는 장면을 통해 큰 신앙적 교훈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자의 머리에서 뛰는 자만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는 말입니다. 인디아나 존스는 사자의 머리에서 뛰듯이 절벽 아래로 발을 디뎠는데, 그 아래에는 유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던 ‘신의 길’이 있어 그의 발을 지탱해 주었습니다. 선택이 그 사람의 가치를 입증함을 보았습니다. 룻의 선택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선택할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텅 빈 나오미를 선택하는 것일 때도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사회, 풍요로운 물질주의 사회는 그리스도인들이 오르바처럼 상식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소리를 높입니다. 바보 같이 룻처럼 살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룻은 자신의 선택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선택이 헤세드와 하나님에 기초할 때 그 가치가 입증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오르바의 길이 아니라 룻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입니다. 상식이 아니라 다름, 곧 거룩함을 선택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헤세드를 선택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가치를 입증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