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수양회 주제 1 강 / 교만을 이기는 복음의 능력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본문 다니엘 4:4-37

- 요절 다니엘 4:37 / 그러므로 지금 나 느부갓네살은 하늘의 왕을 찬양하며 칭송하며 경배하노니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라. 

김*모*세

   우리는 보통 ‘교만’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제가 만약 ‘어떤 사람이 교만하다.’ 라는 평가를 들었다면, 그 사람이 ‘거만하구나’ 혹은 ‘잘난 척 하는구나’ 라는 이미지가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교만을 단순히 ‘잘난 척’ 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엇인가 잘난 부분이 안 보이는 사람은 교만하고 싶어도 교만하기가 힘든 것일까요? 영적인 의미에서 보았을 때 ‘교만’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랑이나 잘난 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말씀에서는 교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교만이라는 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가, 교만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느부갓네살 왕은 바빌론의 정복 군주로서, 바빌론의 영토를 크게 넓혔습니다. 영토 확장에 있어서 더 이룰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제는 자신의 화려한 궁전에서 평안을 누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 꿈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어떤 풍성한 나무가 있었는데 한 순찰자, 한 거룩한 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루터기를 제외하고 그 나무의 모든 풍성함을 없애버렸다.’ 라는 내용입니다. 

   본문 속 24, 25절에도 나와있듯이 그 꿈은 느부갓네살 왕의 몰락을 예언한 꿈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느부갓네살 왕을 훈련하실 계획을 왕 본인에게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느부갓네살 왕의 어떤 점을 훈련시키고자 하시는 걸까요? 그것은 꿈 해석을 받은 지 열두 달 뒤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29, 30절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29 열두 달이 지난 후에 내가 바벨론 왕궁 지붕에서 거닐새 30 나 왕이 말하여 이르되 이 큰 바벨론은 내가 능력과 권세로 건설하여 나의 도성으로 삼고 이것으로 내 위엄의 영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 하였더니

  

 이 구절에서 하나님께서 훈련하시고자 한 느부갓네살 왕의 문제점은 바로 ‘교만’ 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의 제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입니다. 이 제목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신화 속 인물 이카로스는 자신의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준 날개를 통해 하늘을 날고자 하였습니다.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가 날아오르기 전에 태양과 너무 가까워질 정도로는 높이 올라가지는 말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태양의 열로 인해 그의 날개가 녹아버리게 될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행이 시작되고 얼마 뒤 이카로스는 비행에 너무 도취하여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음껏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태양의 열기가 그의 날개를 녹여버려서 그는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본문 속 느부갓네살 왕도 날개 단 듯 올라가는 자신의 업적과 위상에 심취하여 꿈을 통한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교만해지다가 결국에는 추락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에서 나오는 느부갓네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만의 결과는 하나님의 심판입니다. 이는 성경 말씀에도 직접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18) 우리도 ‘교만’ 이라는 죄를 경계하고 극복하려고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패망하고 몰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만은 인간적으로는 ‘잘난 척’ 정도로만 해석될 수 있지만, 영적인 의미까지 더한다면 ‘전능하시고 거룩하신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망각하고 오직 자신에게 헛되게 심취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죄들도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특히 교만은 나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을 망각한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죄라고 할 수 있으며 모든 죄의 근원이 됩니다. 아까 읽었던 29절,30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느부갓네살 왕은 ‘나’ 자신에게만 심취하고 있으며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가 능력으로 이루었다는 같은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착각에 빠지다보면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는 교만의 시작입니다. 

 

  교만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크게 정리해보자면, 첫째, 능력적 교만/ 둘째, 도덕적·영적 교만/ 셋째, 존재적 교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능력적 교만은 내 능력은 오직 나로부터 온 것이며 하나님 없이도 내 능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교만입니다. 능력적 교만의 사례로 우리 기억 속에 가장 뚜렷이 남아있는 인물은, 아마도 얼마 전 우리가 배운 사사기 속 삼손일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힘이 누구로부터 나왔는가 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의 힘 그 자체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괴력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 힘을 주신 하나님을 잊고 교만해져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삼손을 떠나시자 삼손은 그 괴력을 잃은 뒤 블레셋 사람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도덕적·영적 교만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거나 영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우월감에 빠져있는 교만입니다. 이러한 교만에 빠진 대표적 예시로는 복음서 속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리 레위를 제자로 부르시고 레위의 집에서 식사하실 때,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제자들을 이렇게 비난했습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과 함께 먹고 마시느냐’ 그들은 도덕적, 영적 우월감에 빠져 세리와 죄인들을 상종하면 안 되는 존재로 취급한 것입니다. 그러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도 똑같은 죄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우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부의 재산을 빼앗기도 하였으며 시기와 질투로 인해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영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은 금식, 십일조 등 겉으로 보이는 신앙생활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의, 긍휼, 믿음은 저버렸다고 평가하셨습니다.  

   존재적 교만은 어떠한 생각, 행동, 결정을 할 때,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거나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고자 하는 교만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에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단 한 가지만 그들에게 제한하셨는데 그것은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 즉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뒤 그들은 사단의 꾀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게 됩니다. 이들이 사단의 꾀임에 쉽게 넘어가게 된 것은 사단의 어떠한 말 때문입니까? 그것은 ‘선악과를 먹게 되면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자신들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분수를 모르고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다가 하나님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을 몰락하게 하는 교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첫째, 교만은 남을 비하하고 비난하게 합니다. 아까 예시로 들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예시도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성경 속에서 찾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도 교만한 사람들이 남을 비판하거나 비하하는 것을 많이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못났지?’,‘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수준이 낮지?’, ‘ 저 사람은 신앙생활도 오래했는데 왜 저렇게 신앙이 형편없지?’ 등등 이렇게 남을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생각, 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교만은 다른 사람들을 마음으로 영접할 수 없게 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축소시키고 파괴시킵니다.  

   둘째, 교만은 받은 은혜를 잊게 만들어버립니다. 솔로몬은 왕 재위 초기에 하나님으로부터 지혜와 총명을 받고 더불어 부귀영화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나라가 부강해지자 솔로몬은 영적으로 해이해졌습니다, 이방 여인들과 혼인하며, 이스라엘에서 이방신들에게 제사 드리는 것을 허용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마음을 회개시키시고자 솔로몬에게 두 번이나 그렇게 하지 말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하나님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총명과 명성, 부귀영화는 명백히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에도 그는 그 은혜를 잊고 교만해져 하나님의 경고도 무시해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교만해진 그를 낮추셨습니다. 나라를 신하에게 빼앗기고 솔로몬 집안은 이스라엘 지파 중 한 지파만을 다스리게 하도록 하셨습니다..

   현재의 우리도 하나님께 기도하여 대학 합격이나 취업, 병 고침 등의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은혜의 원천은 잊고 은혜의 결과만을 누리며 자기 자신이 높아집니다. 혹은 하나님께 더 큰 은혜를 주시기 않았다며 불평하는 것 모두 교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은혜를 잊게 만드는 교만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파괴시키며 마음 속 감사를 앗아가게 하여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불행하게 합니다.     

   셋째, 교만은 선 넘는 행동을 유발하게 합니다. 역대하 26장 속 웃시아 왕은 처음에는 겸손하였지만 강성해진 후에는 교만해져서 ‘왕’이라는 정치적 지도자에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성전에 들어가 향단에 분향을 하려고 하는 등 제사장의 영역에까지 직접 관여하고자 하였습니다. 왕이 제사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율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그는 교만에 빠져 자신의 선을 넘어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다가 결국 심판받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선을 넘어 내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것 마냥 조언하고 개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엄연히 리더는 따로 세워져있는데 자신이 그 모임을 주도하고 주관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자신이 리더라는 이유로 자신이 탁월한 사람인냥 착각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모든 것을 권위적으로 명령하는 것도 교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선을 넘게 만드는 교만은 하나님과 나와의 질서 무너뜨리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처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교만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반복적으로 찾아옵니다. 교만은 ‘하나님과 마음이 합한 자’ 라는 평가를 받은 다윗에게도 찾아왔습니다. 다윗은 왕으로 세움 받은 얼마 뒤까지는 사무엘하 5장 12절에서도 나와있듯이 자신이 왕이 된 것과 이스라엘이 견고해지는 것이 하나님께서 하신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도 점차 교만해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윗이 교만해졌음은 다윗의 죄를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을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을 망각하고 자신의 권세 그 자체에만 집중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왕이라는 권세를 이용해 밧세바를 범하고 충신 우리아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죄로 인하여 궁궐에서 쫓겨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다윗은 죄인으로서의 깊은 자기 발견을 하며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졌습니다. 이후 다윗은 오직 하나님의 긍휼로 왕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자신의 죄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며 겸손해진 다윗이 다시 교만해졌을까요? 그 답은 ‘그렇다’입니다. 

   이는 사무엘하 24장의 다윗의 인구조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조사하게 하게 하였습니다. 다윗의 이러한 인구조사의 이유는 왕으로서 자신의 나라의 국력을 확인하고 과시하고자 행하였다고 평가받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다윗을 심판하셔서 이스라엘 백성 7만이 전염병으로 죽게 하셨습니다. 죄로 인해 겸손해졌던 다윗이 다시 교만해져 이러한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번 겸손해졌다고 하더라도 쉽게 다시 또 교만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보게 됩니다. 너무나 훌륭했던 다윗에게도 교만이 반복적으로 찾아와 훈련을 또 다시 받게 되었는데 심지어 우리는 어떠할까요? 우리도 한번 겸손해졌다고 하더라도 교만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생 교만이라는 죄에 대해 경계하고 투쟁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교만’이라는 죄를 어떻게 경계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까? 이번 수양회 타이틀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교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 가지 점에서 복음을 통해 교만을 이길 수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복음을 알아가면서 세상 기준으로 ‘우리가 범죄자이냐, 아니냐’ 의 기준을 넘어서서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교만의 죄, 시기의 죄, 정욕의 죄, 탐심의 죄, 거짓의 죄 등등을 알게 되며 우리 안에 있는 죄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도 바울도 예수님을 만난 뒤 교만이 깨졌습니다. 그는 디모데전서 1장 15절에서 자기 자신을 ‘죄인 중 괴수’ 라고 표현하며 죄인된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통해 죄인된 자기 자신을 깊이 발견할 때 결코 교만할 수 없는 자들임을 알게 됩니다. 

   둘째, 복음을 배워가면서 교만이 아닌 겸손이 우리 삶의 지향점이 됩니다.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할 때 그러합니다. 누가복음 14장 11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이러한 가르침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존재 자체가 교만과는 정반대이십니다.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초라한 모습으로 말구유에 내려오신 것, 그리고 모욕 속에서 십자가에서 못 박히셨지만 이로 인해 우리의 인생이 구원받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겸손의 힘, 겸손의 아름다움을 사모할 수 있게 됩니다, 복음을 통해 겸손의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고, 예수님과 같이 겸손하고 섬기는 삶을 지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복음을 통하여 교만이 깨지고 자신이 낮아지는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 수 있게 됩니다. 인생을 살면서 나 자신에 대해 실망과 절망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하나님이 없다면 자신이 낮아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거나 마음이 아픈 현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낮아짐은 아픔이기도 하지만 이는 큰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믿었던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더욱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와중에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누리며 하나님의 은혜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낮아지는 것이 하나님께 대한 감사로 승화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교만이 깨지고 낮아지는 것이 큰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복음은 교만을 이기는 능력이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 우리가 교만과 투쟁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교만과 투쟁함으로 자신에게 헛되이 심취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해야겠습니다. 더 나아가 항상 복음을 통해 교만과 싸움으로써 하나님께서 쓰실만한 겸손한 하나님의 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이번 말씀을 전하게 되었을 때, 이 말씀에 대한 적용 부분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제가 제 자신에 대해 실망한 부분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연약한 자인지를 느꼈던 순간들을 생각하다보면 제 속의 교만들이 깨지는 모습들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기본이 안 되어있는 행동을 하거나 수준 낮은 행동을 할 때, 그 사람에 대해 속으로 자주 비판하거나 비웃었습니다. 일례로 대학생 시절, 한 동기가 사람을 대할 때 어떤 점에서 진중하지 못하고 가볍게 대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동기를 보면서 ‘사람이 품위 없게 왜 저러냐..’, ‘자기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네..’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여러 번 비판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뒤 저도 그 동기와 매우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와.. 그 동기와 내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자각하며 씁슬한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건을 통해 내가 비판한 사람과 매우 똑같이 될 수 있는 내 자신의 연약함을 직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또한 양심 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비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깨졌습니다. 큰 일은 아니었지만, 군대에서 제가 어떤 실수를 하였을 때, 저의 실수를 고백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며 ‘나 참 별로다..’ 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경험 뿐만 아니라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저라는 존재는 제가 비판한 누군가처럼 행동할 수 있는 너무나 연약하고 허물 많은 존재라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20대 중반까지 저는 제가 인생의 순간 순간 하나님께 큰 도움은 받았지만, 제 인생 자체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유지되었음을 크게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욕심이 별로 없어서 모든 것을 잘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무엇인가를 얻거나 쟁취하고 싶은 욕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항상 제 자신에 만족하였고 별로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어쩌다 보니 실제적으로도 20대 중반까지는 제가 원하는 것의 대부분을 얻었고 큰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과거에 일어난 자질 구레한 일들을 세세하게 외워야 하는 임용 공부 내용은 저에게 회의감을 들게하여 마음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또한 이러한 회의감 속에서 외워야하는 양도 많다보니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첫 2년간은 제 마음은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라는 후회로 가득 찼고 시험에도 반복하여 떨어지다보니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3년차 여름부터는 심신이 너무나 지쳐 거의 아예 공부에 손을 놓고 절망에 빠져 집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산책만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던 제가 이제는 세상 천지에 부러운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심지어 산책을 하다보면 마주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산책 중에 보이는 동물로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였습니다. 이렇게 혼자만 시간을 보내며 방황하던 어느 날,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만 28년간의 인생을 곰곰히 되짚어보며 곱씹어 보았습니다. 제 인생을 곱씹어 보는 가운데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주제 파악 못하고 교만한 자였는가’, ‘내가 얼마나 허물 많은 자였는가’, 그리고 ‘하나님께서 저의 허물들을 얼마나 용서하시고 넘어가주시며 위기 때마다 보호해주셨는가’, 그리고 ‘하나님께서 먼지와 같이 보잘 것 없은 나를 얼마나 신실하게 도와주셨으며 제가 원하는 것들을 선물로 주시며 저를 사랑해주셨는가’를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깨닫게 되자 교만했던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눈물이 계속하여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그동안 저의 인생을 보호하시고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여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기간을 거치며 제 속의 교만이 부숴지고 제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 있어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겸손의 과정을 통해 저를 낮추시고 저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셨습니다. 겸손해지면서 감사가 많아졌고 더 인생이 행복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저에게 가장 베스트의 직장을 허락해주심으로 저를 한번 더 축복해주셨습니다. 

   재밌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때때로 저의 약점들과 허물, 부족함들을 느끼며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아있는 교만들도 점점 깨지고 있습니다. 평생 동안 앞으로도 제 속에 남아있는 교만이 하나 하나씩 깨질 것이 확실한 것 같아서 살짝은 그 과정이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만이 깨지는 순간은 아프지만 그것은 감사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임을 체험했기에 저의 교만을 적합한 방법으로 깨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게 됩니다. 저를 더욱 겸손할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빚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앞으로도 내 자신의 연약함을 항상 생각하고 하나님만을 더욱 의지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교만은 하나님과 복음을 잊고 모든 시선을 나에게 집중할 때 시작됩니다. 우리가 복음을 기억함으로 여러 종류의 교만들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투쟁해야겠습니다. 하지만 투쟁을 하더라도 우리 안의 모든 교만이 단 번에 없어질 순 없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교만들이 계속하여 드러나고 깨지게 됩니다. 복음을 가진 우리에게 교만이 깨지는 과정은 아프면서도 하나님의 은혜의 세계, 감사의 세계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됩니다. 이렇게 교만을 이길 수 있는 복음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복음을 더욱 깊게 마음에 영접하여 겸손의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