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은 마리아에게 전해진 성탄 소식입니다. 이 소식은 사람들이 그토록 기대하던 구원자 예수님이 탄생한다는 소식입니다. 마리아는 성탄 소식의 첫번째 증인이었습니다.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이 소식을 들은 마리아가 은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 소식이 과연 마리아에게 은혜일까요? 인간적인 시각에서는 이것이 은혜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리아를 통해 태어날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 생각해 본다면, 이 소식은 정말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마리아를 통해 태어날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성탄 소식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놀라운 은혜와 기쁨이 되는지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에게 세례요한을 잉태케 하신 지 여섯 달이 지났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이번에는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로 향했습니다. 갈릴리 나사렛이란 곳은 어떤 곳입니까? 갈릴리는 이스라엘의 북쪽 끝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방인들이 자주 침입하였는데, 이로 인해 이방 민족과 피가 섞이기도 했습니다. 순수 유대인들은 이런 갈릴리 사람들을 보고 ‘이방의 갈릴리’ 라고 부르며 무시했습니다. 이처럼 홀대 받는 갈릴리 지역에서도 나사렛은 한참이나 산골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갈릴리’ 출신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그런 동네가 있었어? 라고 꼭 물어보았습니다. 구약 성경에 갈릴리라는 지명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을 만큼 정말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나다나엘 조차도 예수님이 갈릴리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무시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왜 천사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조그만 마을로 갔을까요? 이곳에 마리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잉태할 어머니로 하나님께서 이곳에 사는 마리아를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하필 마리아를 선택하셨는지 우리는 궁금합니다. 그 이유는 마리아가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선지자를 통해 메시아를 어떤 방법으로 보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예언하셨습니다. 첫째로,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이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이 다윗 왕과 약속하시기를 다윗의 자손 중에 메시아가 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삼하 7:12-16). 둘째로, 메시아는 처녀의 몸을 통해 잉태되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메시아가 처녀를 통해 잉태될 것이라 예언하셨습니다(이사야 7:14). 그런데 논리적으로 이 두 조건을 만족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다윗의 후손과 결혼을 한 여인이면서 처녀인 여인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기이하게도 마리아는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여인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약혼한 후 1년은 각자의 집에서 보낸 후, 비로소 결혼을 하고 동거했습니다. 하지만 약혼을 한 순간부터 이미 법적인 부부로 인정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윗의 자손인 요셉과 약혼하고 아직 결혼식을 치르지 않은 마리아는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에 만족하는 여인이었습니다. 

마리아를 찾아온 천사는 큰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다 함께 28절을 보십시오.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마리아는 놀랐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인사를 하는 거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말씀은 그녀의 예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31절을 보십시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천사가 말한 은혜를 받았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마리아가 메시아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입니다. 메시아의 어머니로서 쓰임 받는 것은 정말로 큰 은혜입니다. 몇 년 전 제가 근무하는 대학교에 새로운 총장님이 선임되어 오셨습니다. 이 총장님은 젊고 비전과 열정이 넘쳤습니다.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해 동분 서주하면서 여러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와대에서 총장님을 부총리로 호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을 떠나 대통령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대학교의 총장인 것보다 청와대에서 부름을 받는 것이 더 큰 영광이요 은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부르는 것도 이렇게 큰 영광인데, 하물며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부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이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큰 은혜이고 영광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바로 아멘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왠지 불편하여 대답을 주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은혜 뒤에 따르는 고난과 아픔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가 메시아의 어머니로 살게 된다면 사람들의 오해와 비난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정혼한 요셉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이건 은혜가 아니라 고생길을 선물 받은 것 같아 마음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사는 마리아의 불편한 마음을 알고 ‘평안할지어다’ 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마리아의 마음이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마리아가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 함께 28절을 읽어보겠습니다.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이 말씀은 마리아는 물론이요 우리 모두가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와 마주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능력있는 삶(갓생)을 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문제 하나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현재의 삶(현생)을 살기에도 급급합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은혜를 받은 자여”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습니까? 부담스럽고 힘든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우리의 힘과 능력으로는 현생을 살기에도 버겁습니다. 그러나 천지를 창조하시고 그 뜻대로 주관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사랑하셔서 가장 귀한 아들까지 내어 주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면 어떻겠습니까? 말그대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함께 하는 삶, ‘갓생’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마리아와 같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연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로 크게 존경받는 모세는 어땠습니까?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해서 말을 잘 못합니다. 나 같은 찌질한 사람이 아니라 보낼만한 다른 사람을 보내심시오. 이런 힘든 소리를 하면서 온몸으로 부르심을 거부했습니다. 미디안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한 기드온은 어땠습니까? 적에게 들켜서 곡식을 빼앗길까 두려워 좁은 포도주 틀에서 밀을 타작하던 소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와 기드온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이 말씀을 믿고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대로 그들과 함께 하셨고, 그들은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크게 쓰임 받았습니다. 

지난 주 저는 바쁜 현생을 살다가 지친 몸을 지하철에 싣고 흔들거리며 퇴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기가 부르르 떨었습니다. 이 어찐 전화인고? 발신자는 이창무 목자님 이었습니다. 왠지 불안했습니다. 이창무 목자님은 “통화 가능하세요?” 라며 말하여 저를 더 불안하게 했습니다. 전화를 거신 본론은 성탄 말씀을 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에게서 더 이상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겠습니까?” 말하며 은근히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목자님은 “그래도 새로운 은혜를 주시겠지요.” 되받으시며 압박하셨습니다. 저는 단순히 하나님께서 은혜 주실 것을 믿고 영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해야 할 말씀을 보니 평소 조금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오늘 말씀이었습니다. 제게는 “은혜를 받은 자여” 라는 말씀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 말씀 뒤에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라는 더 큰 은혜의 말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가 왜 “은혜를 받은 자” 입니까? 물론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어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마리아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무엇이 부족한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들의 도움이나 순종 없이도 작정한 일을 능히 이루시는 분입니다. 세례 요한의 말과 같이 굴러다니는 돌들을 가지고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왜 부족함이 없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기드온과 마리아와 같은 사람들을 부르시는 것일까요? 왜 괜히 찾아오셔서 놀래키기도 하시고 아쉬운 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고 또 함께 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인생들과 함께 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구원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성탄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태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을 인용해 성탄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 1:23)”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사도 요한도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오신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감격하며 선포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어 주셔서 비천한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이제 마리아에게 임한 은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31절을 보십시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마리아는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아들은 보통 아들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구원자입니다. 그의 이름인 ‘예수’는 ‘하나님이 구원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할까요? 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마태복음 1장 12절은 이것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인간에게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생명의 근원되신 하나님을 떠난 죄 문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구원하기 위해 구원자 예수님을 보내어 주신 것입니다.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천사는 마리아에게 자세히 설명합니다. 

첫째로, 예수님은 ‘큰 자’ 곧 위대한 사람이 되십니다. 보통 우리는 어떤 사람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합니까? 우선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이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인격과 성품이 뛰어나야 합니다. 이 둘 중에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위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위인의 기준을 훨씬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그 업적은 인류를 죄로부터 구원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이 일을 온전하고도 완벽하게 성취하셨습니다. 성품 면에서도 예수님은 너무나 위대하신 분입니다. 예수님은 겸손의 왕이 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자신을 낮추어 인간의 모습으로 그것도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또한 섬김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죄와 질병으로 고통 하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식사할 겨를도 없이 섬기셨습니다. 마침내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까지 죄인들을 섬겨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나병환자가 나와 엎드려 병이 낫게 해 주시기를 간청했을 때 예수님은 주저없이 그의 몸에 손을 대시고 깨끗하게 고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참된 용기가 무엇인지도 보여주셨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담대하게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인격과 성품 면에서 그 어떤 위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합니다. 예수님은 실로 큰 자가 되십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지극히 높으신 이, 하나님의 아들로 일컬어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저 단순히 위대한 인간이 아닙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신성을 가진 거룩한 분이십니다. 

셋째로, 예수님은 우리를 영원히 통치하는 왕이 되십니다. 예수님이 통치하는 나라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그 나라가 영원 무궁토록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세상 나라는 아무리 강성하더라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도 1453년 동로마제국이 멸망함으로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세상 나라가 몰락하는 이유는 왕이나 통치자의 부패와 무능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왕으로 다스리는 나라는 어떻습니까? 예수님은 결코 부패하거나 무능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나라도 결코 망하지 않습니다. 세상 나라의 왕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영원히 살아 계셔서 왕으로 다스립니다. 이 예수님은 왕의 왕이요 주의 주가 되십니다. 우리를 구원하셔서 이 영원한 나라의 영광스러운 국민으로 살게 하신 예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천사로부터 성탄의 소식을 모두 들은 마리아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자신은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질문에 천사는 꾸짖으면서 그냥 믿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납득이 되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35절을 보십시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이 모든 것이 성령께서 능력으로 일하실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성령은 생명의 영입니다. 성령이 임하시고 그 능력이 덮으시면 남자를 알지 못하는 마리아의 태에 예수님이 잉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왜 이런 이례적인 방법으로 태어나야 할까요? 예수님은 거룩하고 죄가 없는 분으로 태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전에서 죄를 속하는 제사에 쓰이는 제물은 흠없고 점없는 어린 양이어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 죄를 속하기 위해 희생되는 흠없고 점없는 어린 양이 되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아주 신비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죄 없이 태어나신 것입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그의 친족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엘리사벳도 늙어서 임신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아들을 잉태하여 벌써 여섯 달이 되었으니, 가서 확인해 보고 믿음을 가리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로 그녀의 의문에 쐐기를 박습니다. “대저 하나님의 말씀에는 능치 못하심이 없느니라”  

이 말씀에 마리아는 어떻게 반응합니까? 38절을 보십시오.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마리아는 고백했습니다.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이 고백은 성령을 통해 예수님이 잉태할 것을 믿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또한 말씀대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그녀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들입니다. 자칫 인생이 꼬이고 뒤틀릴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리아가 어떻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의 여종’이라는 그녀의 정체성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주인이시고 나의 삶은 하나님의 소유라는 분명한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정말 준비된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마리아의 준비된 마음 때문에 하나님께서 마리아를 택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이 어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인생은 모두 하나님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믿음을 더하셔서 마리아와 같이 하나님 앞에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적극 순종하겠다는 마리아의 고백을 듣고 천사는 떠나갔습니다. 믿음으로 순종했지만 홀로 남겨진 마리아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일어나 천사가 말해 준 친족 엘리사벳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마리아는 엄마나 또래 친구들을 찾아가기 쉬웠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어떤 말을 들었을까요? 너 미쳤나? 제정신이냐? 다시 천사에게 가서 안 하겠다고 무르겠다고 해! 이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믿음이 좋은 마리아도 불신과 회의에 빠지기 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믿음의 사람인 엘리사벳을 제일 먼저 찾아갔습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맞아 어떤 말을 했습니까? 메시아의 어머니가 되는 것.. 그거 은혜이긴 하지… 그나 저나 아이고 젊은 애가 앞으로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걱정하는 말을 했습니까? 아닙니다. 반갑게 인사했고 성령에 충만하여 기쁨으로 축복해 주었습니다. 마리아야! 너 정말 복 받았구나! 엘리사벳의 말에는 축복의 말이 뚝뚝 흘러 넘쳤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안심이 되고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똑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 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보면 슬프고 운명적인 것이 되지만,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놀라운 축복으로 바뀝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할 때에는 하나님의 시각에서 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볼 때에도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말하기보다 하나님의 편에서 보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그 사람을 도와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까? 우리의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런 인간적인 관점을 이기고 하나님의 관점을 가지려면 하나님의 마음, 곧 성령이 충만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성령으로 충만하고 영적인 소원으로 가득하여 모든 것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엘리사벳의 믿음과 축복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그 마음에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넘치는 기쁨으로 인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가 흘러나왔습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셨음이라” 이 넘치는 마리아의 찬양과 기쁨은 어디에서 오늘 것입니까? 그녀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지극히 평범한 시골 처녀에 불과합니다. 유력한 집안 출신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학벌이나 배경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비천한 여종인 자신을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그것도 메시아의 어머니로 써 주시는 것을 생각할 때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는 진정 자신이 은혜를 받은 자임을 깨닫고 고백합니다.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하나님께서는 비천함 가운데 있던 저를 돌보시고 저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외롭고 슬프고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입시제도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아 의대에 입학했습니다. 전액 장학금과 매달 도서비까지 지급하는 최고의 조건이었지만 저는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인생은 고되게 느껴졌고, 왜 힘들게 의대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미를 알지 못해 한숨 지을 때가 많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강직성 척추염에 걸려 하루 하루를 겨우 버티는 우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것 같은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천사 박준은 목자님이 기숙사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성탄 소식을 저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성탄 카드에 그려진 것처럼 밝고 화려한 곳에 오신 것이 아니라 소외되고 낮은 곳에 조용히 오셨고, 그렇게 오신 데에는 분명 심오한 뜻이 있다는 그런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에 설득이 되어 성탄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버려진 것 같은 마구간에서 한 아기로 태어나신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이런 겸손한 분이라면 저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말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서서히 저의 생각과 관점이 변하였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힘들게 살아온 것에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처지에 감히 다닐 수 없는 의대를 아무 돈 걱정 없이 다니게 해 주신 것에 마음으로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은혜는 저를 운명과 슬픔의 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구원자로 깊이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주변 상황은 바뀐 것이 없지만 저의 내면은 하나님의 은혜로 180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은혜를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캠퍼스에 말씀을 전하는 목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흘러 30년 가까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 시간 동안 부족하지만 나름 목자로 살겠다고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이룬 것이 있는가 하는 생각에 문득 힘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뭔가 부지런히 해야 할 것 같은데 나이는 벌써 반백살이 되어 몸과 마음은 잘 따라 주지 않으니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라는 말을 들으면 “아 옛날이여!” 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을 준비하면서 내 안에 아직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은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은 구원의 은혜 뿐만 아니라 삶의 순간마다 늘 함께 하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믿음의 가정을 이루어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하나님을 믿고 따르고 감사하고 섬기면서 정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듬직한 두 아들을 좌우에 두고 걸어가면 이제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뜻한 바 모든 것을 이루게 하시고 부족하지만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우셨습니다. 때마다 필요한 말씀을 주셨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내어 주셔서 목자로서 말씀을 섬기는 은혜도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구원자 되신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에게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가 제 안에 있게 하셔서 “은혜를 받은 자”로 축복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마리아는 메시아의 어머니로서 쓰임 받는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또한 비천한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은혜를 받은 자이기도 합니다. 마리아에게 주신 이 놀라운 은혜를 하나님께서는 또한 우리에게도 주셨습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성령께서 역사하여 주셔서 우리 마음에 예수님을 잉태하는 은혜와 비천한 자를 부르시고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