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날 종교성은 많지만 말씀이 부재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사기 시대처럼 사람들은 말씀이 아닌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살아갑니다. 인본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하여 영적인 것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소망 없는 이 시대를 향한 안타까운 심정으로 오늘 말씀을 허락하신 줄 믿습니다.

  이 시간 아이 사무엘에게 두신 하나님의 부르심의 소망이 곧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망이 될 수 있길 기도합니다. 특히, 다음세대에게 두신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영접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아이 사무엘들을 잘 섬길 수 있길 기도합니다.

  아이 사무엘은 한나의 한 맺힌 서원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기도의 열매였습니다. 아이 사무엘은 나실인처럼 하나님께 드려졌습니다. 그는 엘리 제사장에게 맡겨져서 수련생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이 사무엘의 나이는 대략 12살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 ebf 어린이였습니다.

  1절을 보십시요. 아이 사무엘이 엘리 앞에서 여호와를 섬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말씀이 희귀하다'는 것은 힘이 되고 생명이 되는 말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가운데 종교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저 종교제도와 행위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말씀으로 인한 삶의 목표와 비전이 없었습니다. 진리의 말씀이 주는 설렘과 도전을 느껴본 지 이미 오래였습니다. 하나님사랑, 말씀사랑이라는 말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적으로 어둡고 소망이 없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의 내면은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쩍쩍 갈라진 들판과도 같았습니다. 이것은 영적 기갈이었습니다. 암8장 11-13절은 말합니다.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날이 이를지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오늘날 시대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도 교회십자가와 목회자는 정말 많습니다. 밤 야경 속에 빛나는 수많은 교회십자가를 보면 곳곳에서 말씀이 세력을 얻고 진리가 구석구석 전파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날도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한 시대입니다.

  오늘날 세대를 포노사피엔스라고 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인간인데 포노사피엔스는 폰으로 생각하는 인간을 의미합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면서 불쑥 등장한 것이 스마트폰만능주의입니다. 사람들은 밤 낮으로 스마트폰을 의지합니다. 마치 분신처럼 들고다니면서 요술도깨비처럼 들여다봅니다. 이런 자세로 성경을 대했다면 엄청난 역사가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궁금한 정보는 폰을 통해 해결합니다. 배달음식, 쇼핑, 은행업무까지 폰으로 가능합니다. 몇번의 터치로 원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산업은 날로 번성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를 본떠 만든 롤게임의 롤드컵이 있습니다. 2017년 베이징 롤드컵 결승전 시청자 수는 무려 8천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시대는 더욱 화려해지고, 재미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시대의 외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는 시대의 겉모습만 보면 안되겠습니다. 사람들의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그들의 영적기갈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대에서 종교가 있는 사람의 비율이 22%로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기독교인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그 10% 중에도 매주 한 번 이상 성경을 읽는 사람은 열 명 중 세 명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저는 고대채플에 학생이 없다는 이야기를 동역자에게 전해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전에 섬겼던 교대라면 이해가 갑니다. 학교가 작으니까요. 그런데 고대였습니다. 민족고대라 불리는 이 큰 학교의 채플에 학생이 없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 되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열면 말씀을 읽고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말 이 시대는 점점 더 말씀이 희귀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절을 보십시요. 오늘 말씀에는 대조되는 두 인물이 나옵니다. 바로 엘리와 아이 사무엘입니다. 엘리는 눈이 점점 어두워가서 잘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노안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엘리의 영적인 눈까지 어두워졌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말씀은 그가 자기 처소에 누웠다고 기록합니다. 물론 잘 시간이 되었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물리적인 처소를 넘어 그의 자기중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안에 누워 머물러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하나님의 성전에 머물러 헌신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기와 자기 아들들에게 머물러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합니까? 제사장이라고 하는 그의 두 아들들은 망나니처럼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회막문에서 수종드는 여인과 부정을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영적분노가 없었습니다. 눈먼 자녀 사랑 때문에 그들을 감싸기에 바빴습니다.

  이런 엘리의 모습을 보면 하나님의 등불은 벌써 꺼졌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3절을 보십시요. 함께 읽어보시겠습니다. 시작.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아니하였으며 사무엘은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3)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를 향한 소망의 등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씀은 이런 하나님의 희망을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워있는 사무엘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워있는 사무엘은 엘리와 대조적입니다. 이는 사무엘의 영적 상태와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이런 사무엘의 영적 상태는 한나의 기도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한나는 몰랐습니다. 자신의 기도가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쓰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저 현실이 힘들어서 한맺힌 기도를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는 지를 말입니다. 그러므로 현실이 어려울수록 열심히 기도해야하겠습니다. 특히, 다음세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4절을 보십시요. 한 밤중에 여호와께서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사무엘은 즉시 잠에서 깨어 “내가 여기 있나이다”하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럼 그냥 다시 누워도 될 일입니다. 하지만 그는 목자인 엘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엘리 목자님 저 부르셨어요?" 엘리는 졸리운 목소리로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12살 아이의 모습 같나요? 보통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왜 깨우냐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 사무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리지만 영육간에 깨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절을 보십시요. 여호와께서 다시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분명히 자신을 부르는 음성이었습니다. 사무엘은 다시 벌떡 일어나 엘리에게로 갔습니다. 하지만 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7절을 보십시요. 말씀은 사무엘이 아직 여호와를 알지 못하고 여호와의 말씀도 아직 그에게 나타나지 아니했다고 말합니다. 사무엘은 성전에서 살았기 때문에 평소에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아직 여호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하나님과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관계성은 아직 없었다는 것입니다. 엘리의 아들들도 여호와를 알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사무엘은 이후 인격적인 체험을 통해 여호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의 아들들은 성인이 되고 죽을 때까지도 여호와를 알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났던 것일까요? 엘리의 아들들은 아버지 백을 믿고 오만방자했습니다. 반면 일찍이 부모를 떠난 사무엘은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설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대한 자세부터가 달랐습니다. 하나님의 종에 대한 자세도 달랐습니다.

  우리 2세들 중에도 일대일 목자님을 하나님의 종으로 알고 순종하면서 말씀을 깨닫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역사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수양회는 역사에 남을 첫 온라인 여름수양회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라이프와 소감을 감당했습니다. 러너스 학생목자님들이 구세대가 흉내내기 힘든 톡톡 튀는 새로운 감성으로 은혜롭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분들의 충성스럽고 헌신적인 자세가 많은 은혜가 됩니다. 이들이 사무엘과 같이 나의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고 성장하는 삶 살 수 있길 기도합니다.

  8절을 보십시요. 여호와께서 세번째로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이 음성은 너무나 생생해서 못들은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무엘은 이전과 같이 엘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목자님 이번에는 맞지요? 저 부르셨지요?” 엘리는 이것이 사무엘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임을 직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사무엘에게 어떻게 해아할지 구체적으로 일러주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엘리가 제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엘리는 사무엘이 자기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도록 도왔습니다.

  아마도 이제 사무엘은 잠이 다 깨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 목자님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을때 다시 잠들 수 있었습니다. 곧 여호와께서 임하여 서서 전과 같이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나님께서는 멀리서 어렴풋이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임하여 서서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가까이에서 생생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이렇게 이름을 두 번 부르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독자 이삭을 하나님께 드리고자 칼을 든 아브라함을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이제야 네가 하나님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절망 가운데 무기력하게 살던 모세에게 나타나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모세야 모세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수많은 예수 믿는 자들을 결박해서 의기양양하게 가던 사울을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하나님께서는 구속사에서 아주 중대한 순간에 그의 종들을 이렇게 반복해서 간절히 부르십니다. 

  그럼 아이 사무엘을 부르시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사무엘은 아이였습니다. 불과 열두 살입니다. 아직 사춘기도 겪지 않은 미성숙한 자였습니다.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대화에 낄 수도 없었습니다. 인생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철부지 어린아이였습니다. 스스로 자기 앞가름하기에도 벅찰 나이입니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무시합니다. 약장수들은 애들은 가 애들은 가라고 했고, 당시 아이들은 사람수를 셀때 포함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는 사람취급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런 아이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그것도 하나님의 종으로 부르셨습니다.

  오죽하면 하나님께서 아이 사무엘을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성세대가 얼마나 영적으로 교만하고 타락했으면 이렇게 하셨겠습니까?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그들 대신 하나님은 순수한 어린 사무엘을 택하셨습니다.

  사람은 외모를 봅니다. 학력, 재력, 가문 등 인간적인 능력을 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중심을 보십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 없습니다. 나이 많은 아브라함이든 나이 어린 사무엘이든 그의 중심을 보십니다. 그리고 그를 소망 가운데 부르시고 또한 소망 가운데 키우십니다. 결국 하나님의 역사에 귀하게 사용하십니다. 아브라함, 모세, 바울이 그랬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부르심에 사무엘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10절을 보십시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물론 엘리가 일러준 준비된 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무엘이 경외심 가운데 듣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쓰임 받는 것의 첫단추는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시는지 귀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려야 합니다. 다음 세대들이 세상에 귀기울이기 보다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도록 기도하며 도와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금요일 ‘오늘부터 가정예배’라는 책의 제목으로 귀한 특강을 들었습니다. 가정예배의 기본요소 3가지는 ‘읽고 기도하고 찬송하라’였습니다. 단순하게 말씀을 읽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씀에 더 귀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읽은 말씀에 대해 퀴즈를 내보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예배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길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녀들이 꾸준히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가정예배를 통한 말씀역사가 흥왕하게 일어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그럼 지금 사무엘이 들어야 할 여호와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11-14절 말씀을 보십시요. 바로 엘리의 집에 대한 심판의 말씀이었습니다. 

  심판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내가 엘리의 집을 영원토록 심판하겠다. 그 심판은 그가 아는 죄악 때문이다. 그가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 집의 죄악은 제물로나 예물로나 영원히 속죄함을 받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엘리를 귀하게 여기시고 그를 하나님의 종으로 세우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들들이 저주 받을 짓을 해도 따끔하게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 짓밟혀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보다 아들들을 더 사랑했습니다.

  이 심판의 말씀을 들은 사무엘의 마음이 어떠해겠습니까? 그래도 엘리는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경외하며 섬기던 자였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충격적인 말씀을 왜 굳이 사무엘에게 하신 것일까요? 그리고 심판의 말씀을 전할 수 밖에 없도록 하신 것일까요?

  하나님은 사무엘의 신앙이 인간적인 정과 의리에 치우치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가 철저히 하나님 편에서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영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이것은 다름아닌 하나님 중심적인 신앙입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도 어린시절에 하나님 중심적인 신앙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청년의 때에 신앙의 순결을 지키고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사무엘은 아침까지 누웠다가 여호와의 집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엘리에게 알게 하기를 두려워했습니다. 이런 사무엘에게 엘리가 말했습니다. 17절을 보십시오.

  “네게 무엇을 말씀하셨느냐 청하노니 내게 숨기지 말라 네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하나라도 숨기면 하나님이 네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17) 이렇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였습니다. 사무엘은 순종하여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조금도 숨김없이 자세하게 말했습니다.

  이것을 들은 엘리의 반응은 어떠하였습니까? “이는 여호와이시니 선하신 대로 하실 것이니라.”(18b)

  엘리가 무척 쿨하고 긍정적인 사람 같아 보입니다. 사실 엘리는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상 2장에서 낱낱이 말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준엄한 하나님의 심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눈물로 회개하고 긍휼을 구하면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께서 심판을 돌이키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엘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엘리를 심판하시고 사무엘을 부르신 것에는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소망과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았습니다. 내가 보기에 선한 것을 좇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국이 심판임을 엘리를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이제는 여호와 보시기에 선한 것을 좇아 행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이 사무엘을 통해 이런 시대적 대전환을 이루고자 하셨습니다.

  19절을 보십시요. 사무엘이 자라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므로 그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께 들은 말씀을 그대로 가감 없이 전했기 때문에 그의 말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말씀대로 사는 자와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그를 말씀의 종으로 사용하십니다.

  이로인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 온 이스라엘이 사무엘은 여호와의 선지자로 세우심을 입은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21절을 보십시요. 하나님께서는 실로에서 다시 사무엘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이때도 하나님은 말씀으로 함께 하셨고 말씀을 통해 자기를 나타내셨습니다. 이로 인해 사무엘의 말이 온 이스라엘에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말씀의 기근시대에서 어느덧 말씀의 풍요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사사시대의 어둠이 걷히고 희망찬 새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역사의 배경에는 아이 사무엘을 부르신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도 현실은 어둡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상기후가 전세계를 고통하게 합니다. 사람들은 더욱 물질과 쾌락을 의존합니다. 무엇보다 말씀이 희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어두운 시대를 전환하시고 새 시대를 열고자 하십니다. 이에 아이 사무엘을 부르신 그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어리고 미숙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하는 자세만 있으면 됩니다. 함께 해보시겠습니다. 시작. 

  이 시간 ‘중호야 중호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 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이미 소천하셨지만 두 분 모두 언어청각장애를 갖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잘 못들으셨고 정상적인 언어적 소통이 어려웠습니다. 한 번은 엄마가 집보지마! 라고 하셔서 집을 안보고 나가 놀았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 그렇게 듣고 순종했을 뿐인데 이렇게 되니 어린 마음에 억울했습니다. 그 부모의 그 자식이라는 말처럼 저 자신도 왠지 잘못듣는 것 같고 이해력도 약간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공부는 잘했지만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소심쟁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운명주의와 자의식, 열등감으로 고통하며 소망없이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를 만나주시고, 서울교대 캠퍼스 목자로 불러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간적으로 별볼일 없는 자라는 생각 때문에 늘 힘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를 거듭 복의근원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를 향한 하나님의 소망을 영접하게 되자 목자로의 부르심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가 만난 하나님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부르시는 소망의 하나님’(롬4:17)입니다. 부르심에 순종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힘과 능력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교대양들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를 믿음의 가정으로 축복해주셨습니다. 수정같이 아름답게 빛나는 수정사모님과 아이 사무엘을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한데 사무엘이 기름부어 세운 다음세대 다윗을 둘째로 주셨습니다. 저는 서초센터에서 네 가정과 아름다운 동역을 하며 행복한 목자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안암센터로의 부르심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저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수정사모님을 부르시는 음성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왜 정든 서초를 떠나 안암으로 가야하는지 몰라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부르심에 순종했을 때 저를 향하신 인격적인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2세들과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쓰고자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전에는 없던 수요어린이찬양예배를 섬기도록 하셨습니다. 예배는 옛날 시골마을의 회당 분위기처럼 작고 순박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중간에 쓰러져 잠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어린 꼬마들이 작은 입술로 드리는 찬양은 무엇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들은 세련되지 않은 저의 메시지를 어른들과는 달리 무척 좋아해주었습니다. 조금만 우스게 소리를 해도 깔깔대며 웃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더 확신을 가지고 말씀 자체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3년동안 수요찬양예배를 섬기는 일이 무척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자 모든 게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를 했으면 하는 아이들의 소원을 계속 틀어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여름방학때는 안암스카이복음원정대가 꾸려져서 일주일 동안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중에도 mbf학생들이 대면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습니다. 매주 아이들을 줌에서 만나 말씀을 섬길 수 있었고, 거의 매주 메시지를 섬길 수 있는 특권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고 눈에 보이는 역사가 보이지 않자 힘이 빠졌습니다. 점점 형식적이 되어갔습니다. 선생님들 수급조절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열이 많으신 목자님들의 요구사항들은 민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직장에서 민원업무 처리하듯 했습니다.

  이번 말씀을 섬기면서 저의 이런 진정성 없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엘리처럼 자기처소에 드러누워있고자 했습니다. 어느덧 적당히 헌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 사무엘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8번이나 사무엘의 이름을 부르신 하나님은 저의 이름을 동일하게 부르고 계셨습니다. 부족한 저를 쓰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소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하나님은 늘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기세계에 빠지고, 세상 즐거움에 빠져서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제는 경외심을 가지고 저를 향하신 하나님의 소원과 부르심에 믿음으로 응답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이 시대의 아이 사무엘들을 잘 도울 수 있길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시대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여전히 소망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안에 소망이 있고, 그 소망 속에 우리의 꿈과 미래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 시간 아이 같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해 다음세대를 세우고자 하십니다. 인본적이고 죄악된 이 세대 가운데 시대적 대전환을 이루고자 하십니다. 여전히 아이 같아도 괜찮습니다. 아이 사무엘처럼 대답하기만 하면 됩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이런 우리의 믿음과 순종을 통해 풍성한 말씀역사, 생명을 살리는 구원의 역사가 흥왕하게 일어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우리 가운데 성장하고 있는 다음세대를 통해 시대를 밝힐 등불과 같은 아이 사무엘을 세워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