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서는 남유다의 웃시야와 요담,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활동했던 선지자 이사야가 기록한 책입니다. 이사야서는 구약 속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책으로 하나님의 구원역사와 장차 오실 메시야 사역이 구체적으로 예언되어 있습니다. 총 66장으로 이루어진 이사야서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장~39장까지는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책망과 공의의 심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배우게 될 40장부터는 대반전이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외치는 자의 소리를 통해 바벨론 포로 생활로 지쳐 있는 이스라엘을 향한 위로와 희망의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우리들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진정한 위로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영접하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40장 1절을 보십시오.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1절에서 ‘너희’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본격적인 구원역사를 시작하시기 전에 먼저 선지자들을 통해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알려주십니다. 보통 선지자들은 죄를 꾸짖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회개를 촉구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선지자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사명이 있습니다. 선지자는 고통받는 백성들에게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머나먼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 70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시편 137편 1절~4절은 바벨론 포로 생활의 비애가 잘 묘사된 시입니다.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이는 우리를 사로잡은 자가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며 우리를 황폐하게 한 자가 기쁨을 청하고 자기들을 위하여 시온의 노래 중 하나를 노래하라 함이로다. 우리가 이방 땅에서 어찌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까?” 바벨론 강변을 따라 들리던 히브리 노예들의 노래는 눈물과 회한의 애가로 남아 있습니다.

더 슬픈 것은 아무도 이들의 처지를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자신들을 버렸고 잊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내 백성이라고 부르시며 그들을 위로하고자 하십니다. 이사야서 49장 14~16절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향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어떤 어머니가 젖먹이는 자식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혹시 어머니가 자식을 잊는 일이 있을지라도 이스라엘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손바닥에 우리의 이름을 새겨 놓으셨습니다. 

선지자가 전해야 할 위로의 메시지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2절을 보십시오. “너희는 예루살렘의 마음에 닿도록 말하며 그것에게 외치라. 그 노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이 사함을 받았느니라. 그의 모든 죄로 말미암아 여호와의 손에서 벌을 배나 받았느니라.” 2절에서 ‘예루살렘의 마음’은 원어로는 ‘예루살렘의 심장’이라는 뜻인데 이스라엘의 중심인 성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 중 가장 큰 위로는 성전의 회복, 더 나아가서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의 회복입니다. 위로가 필요한 우리에게도 진정한 위로는 온전한 예배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상처 많은 사마리아 여인이 가장 원했던 것도 참된 예배였습니다. 하나님은 예배를 통해서 우리와 만나주시고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고 회복시켜 주십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바벨론 포로로 강제 노역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향해 노역의 때가 끝났고 죄악이 사함을 받았다고 선포하십니다. 이는 마치 중한 죄를 범한 죄수가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하게 될 것을 예언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70년의 바벨론 포로 이후에 그들을 강제 노역에서 해방하시고 죄 사함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사야 전반부인 1장~39장에는 이스라엘의 죄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에 가증한 우상이 만연했고 젊은이들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정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은 성전의 마당만 밟는 형식적인 제사를 드렸고 양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습니다. 부유층들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었고 빈부격차는 날로 커졌습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죄악은 마치 2021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포로가 된 이유는 바벨론 느부갓네살왕의 침공 같은 국제정세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은 죄 때문에 바벨론 포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그들을 70년간 강제 노역을 당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섭리의 하나님은 이 가운데서도 여전히 당신의 구속역사를 이루고 계셨습니다. 모세 5경을 비롯한 구약성경의 대부분이 바벨론 포로시기에 편집되고 완성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다니엘, 에스겔,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와 같은 신앙의 위인들이 등장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은 이제 그들의 노역의 때가 끝나고 해방의 때가 되었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페르시아의 고레스와 같은 왕을 세우셔서 이스라엘을 노역에서 해방하시고 고국으로 귀환시킬 계획을 세우십니다. 이런 역사적 격변의 바탕에는 이스라엘의 죄를 용서하시고 회복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하나님의 위로는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밥 한 끼 대접하고 끝나는 일시적인 호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위로는 우리 인생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주시고 대안까지 제시하시는 진정한 위로입니다. 

작년 초 코로나 19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 팬데믹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지금도 진행 중이며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OECD가 세계 각국의 코로나 블루의 비율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코로나 우울증 비율이 36.8%로 가장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난을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고 대학생들은 졸지에 사이버 대학교 학생들이 되었습니다. 특히, 교회는 코로나 19 확산의 진원지라는 비난을 받았고 가장 약한 고리인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장기간 온라인 예배와 모임이 일상화되다 보니 이른바 가나안 신자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기독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구속사적 관점에서 코로나 19를 바라보면 이 전염병이 구원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희망을 바라보게 됩니다. 134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흑사병이 처음 출현한 후 전 유럽에 퍼진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을 몰살시킨 무시무시한 전염병이었습니다. 당시 교회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성직자들이나 사제를 비난하는 불평 문학이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 흑사병이 한창일 때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는 영국 최초의 영어 성경인 ‘위클리프 성경’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학식이 모자라는 사람은 없다. 무지한 대로 복음의 말씀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후대 교회사가들은 위클리프를 ‘종교개혁의 샛별’이라고 불렀고 그는 마르틴 루터와 존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역시 우리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하나님의 경고임과 동시에 영적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사건이 아닐까요?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는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증가하는 등 아직 건너야 할 산이 많지만, 조심스럽게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고 대면 예배나 모임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 회복의 때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3절을 다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소리의 사명은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며 사막에서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바벨론에서 귀환할 백성들을 앞장 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길을 예비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왕이신 하나님께서 지나실 길은 제대로 된 도로 하나 없는 황량한 광야입니다. 종착지인 예루살렘 역시 들개들이 무리 지어 울며 돌아다니고 무너진 성벽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황폐한 땅입니다. 예전에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사단장이 부대 방문을 하기 전날 하이타이로 바닥을 닦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사단장 방문이 그러할진대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오신다면 당연히 우리는 하나님을 영접할 마음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나님을 영접하기 위해 어떤 내적 준비를 해야 할까요? 호세아 10장 12절은 말씀합니다.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마침내 여호와께서 오사 공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 묵은 땅은 오래도록 경작하지 않아 딱딱해진 밭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완악한 마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마음밭을 기경하라 즉 ‘갈아엎으라’라고 말씀하십니다. 4절은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여호와의 길을 예비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첫째로, 골짜기는 돋우어야 합니다. 이는 깊이 패인 골짜기와 같은 길을 메꾸는 일을 해야 함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골짜기는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빠진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그 상처를 보듬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둘째로, 산과 언덕은 교만과 허세로 높아진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자들은 모든 산 위에 우뚝 서 계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셋째로, 고르지 아니한 길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진리를 떠나 거짓되고 삐뚤어진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마음들은 신실하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험한 곳으로 비유된 마음들은 고집이 세고 까칠해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마음을 의미합니다. 외치는 자의 소리는 이런 자들이 평지처럼 온유하고 신실하고 원만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 많은 마음들이 회복되는 역사는 5절을 볼 때 오직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보게 될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호와의 영광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우리는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는 오랫동안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드려왔습니다. 혹시 우리 안에 예배의 절대성과 자세가 느슨해지지 않았는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예배의 자세를 새롭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체험하고 영혼이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하나님은 소리에게 ‘외치라’고 명하십니다. 이에 말하는 자의 소리는 “내가 무엇이라 외치리이까?”라고 묻습니다. 하나님은 어떻게 대답하십니까? 6절 후반부부터 8절까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말하는 자의 소리는 모든 육체는 풀이며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다고 외쳐야 합니다. 벌써 가을도 지나가고 있으며 1년을 마무리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때 무성했던 풀도 시들어 가고 한때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들꽃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말하는 자의 소리는 인간이 바로 이런 풀과 들꽃 같은 존재라는 것을 외쳐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꽃다운 젊음과 아름다움, 부와 권력과 영광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즉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말처럼 풀과 들꽃의 아름다움은 금새 시들어버립니다.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암에 걸려 죽기 전 의료진에게 일 년만 더 살게 해 준다면 자신의 재산 절반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많은 돈이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원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12년 동안 앓았습니다. 이 병은 의식은 정상이지만 말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병입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깜빡거림으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이들은 한때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와 영화를 누린 자들이지만 결국 들의 꽃처럼 초라하게 시들어버렸습니다. 

또, 이사야서 맥락을 보면 이 말씀은 현재 위세를 떨치고 있는 바벨론 제국을 향한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광대한 평야 위에 건축된 바벨론 성벽의 높이는 14m에 달했으며 100개의 성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성은 3중 구조로 되어 있었고 성벽 위로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지나다닐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강대했던 세계제국 바벨론이었지만, 86년 만에 신흥제국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에게 점령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지금은 아름답고 영광스러워 보이지만, 결국 풀과 들의 꽃처럼 스러질 운명입니다. 내가 자랑하는 젊음, 아름다움, 타이틀, 명예, 직업, 자녀, 아파트 이런 것들은 진정 믿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영원히 건강하고 아름다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육체도 시간이 지나면 주름살이 생기고 흰머리가 생기고 검버섯이 생깁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부동산 불패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천정부지로 계속 올라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의지하면 결국 그 의지하는 대상에게 배신당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믿을만하고 변하지 않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과연 그러한 대상이 있을까요? 

8절을 보십시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소리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영원하다고 외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젊어서부터 성경을 배우고 가르쳐온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자들입니다. 세상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치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히브리서 13장 8절) 둘째는 오늘 말씀처럼 하나님의 말씀만이 영원한 진리로 서 있습니다. 마지막은 무엇일까요? 요한 1서 2장 17절은 말씀합니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자만이 영원히 거하게 됩니다. 

저는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나름, 격변의 시기를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강원도 함백에서 태어났을 때 그곳은 석탄 채굴과 농경문화가 공존하던 곳이었습니다. 서울로 이주한 이후로 저는 한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물결을 경험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던 때는 빌 게이츠 등이 주도했던 정보화 사회라는 새로운 격변을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50줄에 접어들자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죽기 전에 5차 6차 산업혁명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몇백 년, 몇천 년 만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다이나믹한 격변을 짧은 인생 기간, 한꺼번에 경험하면서 변화에 뒤처지면 꼰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꼰대가 안 되고자 몸부림을 쳐도 변화를 모두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급격하게 바뀐다고 해서 점점 세상이 밝아지고 좋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적으로는 점점 어두운 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어려서부터 배운 성경이 지금도 여전히 새롭고도 영원한 말씀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디모데후서 4장 14절~15절은 말씀합니다.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너는 네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을 알며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는 몇 년 전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 중 '디제스터'(disaster 재앙)란 말이 있다. 그 어원을 보면 '사라지다'라는 뜻의 'dis'와 '별'이란 뜻의 'aster'로 구성되어 있다. 즉, 별이 사라지는 것이 재앙이라는 말이다. 나침반이 없던 옛날에는 항해할 때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저는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가장 무서운 재앙은 별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별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의 방향도 모른 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작정 노를 저어야 하는 고단한 항해자일 뿐입니다. 미셸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목적지가 없는 항해자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항해자들에게 북극성이 나침반과 지도의 역할을 하듯 우리에게도 언제나 그 자리에 떠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합니다. 베드로후서 1장 19절은 말합니다. “또 우리에게는 더 확실한 예언이 있어 어두운 데를 비추는 등불과 같으니 날이 새어 샛별이 너희 마음에 떠오르기까지 너희가 이것을 주의하는 것이 옳으니라.” 언제나 세상의 풀과 들꽃은 이리저리 피었다 지고, 사람들은 바람에 나는 겨처럼 우왕좌왕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밤하늘의 북극성처럼 변함없이 반짝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나침반과 지도로 삼아 남은 인생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행복한 항해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9절을 보십시오. “아름다운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여. 너는 높은 산에 오르라. 아름다운 소식을 예루살렘에 전하는 자여. 너는 힘써 소리를 높이라.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를 높여 유다의 성읍에게 이르기를 너희의 하나님을 보라 하라.” 3절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불리던 선지자는 9절에서는 ‘아름다운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라고 불립니다. 아름다운 소식은 굿 뉴스, 즉 복음이 연상되는 말입니다. 소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가 바로 복음입니다. 하나님은 복음 전파자들에게 높은 산에 오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셨듯이 복음 전파자들은 세상의 빛처럼 산 위에 올라 복음의 빛을 비춰야 합니다. 또 복음 전파자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힘써 소리를 높여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난과 교회에 대한 비난을 많이 듣습니다. 무어라고 반박을 하고 싶지만, 뿌리 깊은 안티 기독교 정서는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아 잠잠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같은 시대엔 복음을 전하는 것이 두렵고 때론 부끄럽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복음을 전했다가 관계성이 깨질 것 같은 두려움도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보면 하나님은 복음 전하는 자에게 높은 산에 올라 두려워하지 말고 힘써 소리를 높여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전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복음의 메시지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9절 후반부를 보십시오. “너희의 하나님을 보라(9b)” 이 구절을 ‘새번역’은 “여기에 너희의 하나님이 계신다! NIV 성경도 “Here is your God!”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어느 누가 우리의 부끄러운 죄와 갖가지 병들과 장래에 대한 염려와 외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아픔들을 다 들어주고 치료해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우리는 이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나의 하나님께 나아가 참된 용서와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는 이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전하는 소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나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이십니까? 

10절과 11절을 보십시오. “보라, 주 여호와께서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실 것이요 친히 그의 팔로 다스리실 것이라. 보라, 상급이 그에게 있고 보응이 그의 앞에 있으며 그는 목자같이 양 떼를 먹이시며 어린 양을 그의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 10절과 11절에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하나님은 크게 두 가지 성품을 보여줍니다. 10절에는 왕이신 하나님 또는 아버지 같은 하나님이 나오고 11절에는 목자 하나님 또는 어머니 같은 하나님이 나옵니다. 10절의 하나님은 강한 자로 임하시는 분이요 권능으로 통치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공의로 사람을 재판하사 상급을 주시기도 하고 보응을 주시기도 하십니다. 우리는 공의의 하나님 품 안에서 바른길을 가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11절의 하나님은 선한 목자같이 양떼를 먹이십니다. 그는 가장 연약하고 철없는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십니다. 그런데 선한 목자는 어린 양만 돌보시는 것은 아닙니다.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십니다. 젖먹이는 암컷들은 엄마 양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이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는 이유는 엄마 양도 목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양은 자식을 키우고 살림하며 일하느라고 몹시 지쳐 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시대에는 ‘돌밥돌밥’이라는 말이 유행할 지경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해야 하는 엄마는 이미 지쳐 있고 탈진해 있는 상태입니다. 엄마 양은 자녀들의 목자가 되어야 하지만 하나님의 어린 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엄마 양을 윽박지르거나 가혹하게 대하지 않으시고 온순하게 위로하십니다. 성경에는 나오지는 않지만, 목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은 아빠 양이나 학생 양, 젊은 양이나 중년의 양, 노년의 양도 온순하게 위로하실 줄 믿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면서 문득 제 컴퓨터 바탕화면에 배경인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환’이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방탕하게 살다가 인생 말년에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바탕으로 ‘탕자의 귀환’이라는 위대한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림 속에서 돌아온 탕자는 신발이 한 짝 밖에 남아 있지 않고 머리도 빡빡 깎아서 범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탕자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냉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들을 따뜻하게 영접하시는 아버지는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흘리신 십자가 용서의 피를 상징합니다. 무엇보다 렘브란트는 아버지의 오른손과 왼손을 다르게 그렸습니다. 그의 오른손은 어머니의 손과 같이 여성적이며 왼손은 아버지의 손과 같이 남성적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세상에서 방황하며 살다가 돌아온 우리를 때로는 왕처럼 아버지처럼 때로는 목자처럼 어머니처럼 영접해 주십니다. 이 그림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인애와 정의, 은혜와 진리의 성품을 잘 보여줍니다. 어떤 죄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넘어설 죄는 없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의 이름으로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가 참된 위로와 회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난 인생 풍성한 말씀을 배우며 가르쳐온 목자의 삶을 살게 하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목자의 인생은 힘겨운 인생 항해 길에서 말씀의 별을 따라가는 행복한 인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거울을 볼 때 문득 새어버린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이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인생의 짐, 자녀교육의 짐, 학교 업무의 짐이 느껴졌고 약해지는 체력으로 십자가를 힘겨워하곤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부족하고 초라한 자신, 주변 사람들의 빈정거림과 무시, 소소한 갈등과 충돌은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는 구도자처럼 길을 물었지만, 누구도 뚜렷한 답을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자 수양회 메시지를 준비하면서 저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살았던 세례요한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그는 늘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외치면서 자신은 단지 곧 사라질 소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의 인생 모토는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한복음 3장 20절)”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고집과 자존심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도 잘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교의식도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10월 말 이사와 바빠진 학교 일로 수양회 메시지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를 준비하면서 이 메시지는 수양회를 위한 메시지라기보다 제 자신을 위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주의 길을 예비하고 사라질 소리 아닌가?” 소리가 작아지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입니다. 자존심이 깨지고 낮아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습니다. 저는 올해 요한복음 말씀 중에서 14장 18절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 오리라.”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말씀처럼 성령님은 때론 말씀으로, 때론 기도로, 때론 삶 속에서 저와 만나주셨습니다. 진리의 성령님, 위로자와 상담자가 되신 성령님은 저를 고아와 같이 남겨두지 않으시고, 자녀들과 양들과 동역자님들과 학생들도 고아와 같이 남겨두지 않으시고 늘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 성령님은 때를 따라 제가 성경 선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힘을 주시곤 하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성경을 공부하던 손동빈 형제님은 올해 페이스톡으로 요한복음 성경 공부를 하다가 10월 5일 입대했습니다. 그는 입대하기 전에 왜 제게 성경을 그토록 가르쳐 주고자 하시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하나님과 목자님들에게 거져 받은 은혜와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그 은혜를 나누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보라고 성경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는 군대에서 성경을 읽겠다는 말을 남기고 입대했습니다. 저는 주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일 뿐이며 하나님이 친히 당신의 자녀들을 고아와 같이 남겨두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고 만나주실 줄을 믿습니다. 제가 남은 인생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주의 길을 예비하는 인생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우리가 어떤 자인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로서 사람들이 참된 위로자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외쳐야 합니다. 이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는 풀과 들의 꽃과 같은 육체를 의지하기보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의지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왕이요 목자이신 여호와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목자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의 직분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