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 특강 / 양재규

복음을 위하여 세우심을 입었노라

디모데후서 1:1-14

‘내가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로 세우심을 입었노라’(11)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올해였는데 어느새 작년이 되어버린, 2021년은 우리 모임이 6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지금은 우리 UBF가 국내에 많은 지부를 두고 있고 많은 선교사들을 전세계 각 곳으로 파송한 큰 모임이 되었지만,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몇 명의 대학생이 모여 성경을 공부하는, 겨자씨 한 알 같은 성경공부모임에 불과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하나님께서 이 작은 성경공부모임을 이루시기 위해서 복음에 헌신되고 충성된 말씀의 종들을 세우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마더 베리 선교사님과 고 이사무엘 선교사님 같은 분들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역사는 복음을 위해 사람을 세우는 역사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은 하나님께서 각 시대마다 세우신 믿음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세우셨고, 양 치는 목자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셨고, 핍박자 사울을 열정적인 전도자 사도 바울로 세우셨고, 그리고 오늘날 우리를 이 시대를 섬길 캠퍼스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세우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도 복음을 위한 종들을 세워오셨고, 앞으로 세워가실 것입니다.

 새해 첫 주일을 맞아, 우리는 오늘 디모데후서 말씀을 통해 부족한 우리를 캠퍼스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세우신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세움 받았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위해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세움 받은 우리에게는 다음 세대를 복음에 헌신된 일꾼들로 세울 책임 또한 있습니다. 오늘 말씀이 올 한 해를 우리가 어떤 방향성 가운데 살아갈지, 나아가 우리의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디모데후서는 사도 바울이 자신의 영적 아들 디모데에게 쓴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쓸 당시, 사도 바울은 로마의 어둡고 삭막한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바울이 무슨 심각한 범죄라도 저지른 것일까요? 아닙니다. 복음을, 예수님을 증거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사도 바울은 자신에 대한 사형 집행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딤후4:6). 이런 바울의 처지를 생각하면, 편지 내용이 한없이 어둡고 우울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생명과 사랑과 평강의 문안 인사로 편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약속대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 사랑하는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로부터 은혜와 긍휼과 평강이 네게 있을지어다(1,2)

 우리는 여기서 편지의 수신자인 디모데에게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죄수로 로마의 지하 감옥에 있었다면, 디모데는 에베소 교회에 책임자로 있었습니다. 에베소 교회는 소아시아 지역의 중심 교회로 사도 바울이 두란노 서원에서 2년 동안 날마다 강론하고 또 밤낮 없이 눈물로 훈계하고 기도하며 개척한 곳이었습니다(행19:9-10, 20:31). 그렇게 공들여 세운 교회였지만, 이 편지를 쓸 당시 에베소 교회에는 여러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거짓 교사들이 침투해 다툼과 분란을 일으키고 있었고, 소모적인 교리 논쟁으로 힘을 빼고 있었습니다. 교회가 하나로 똘똘 뭉쳐도 거센 세상풍파를 헤치고 전도와 선교의 사명 감당하기에도 부족할 판인데,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었습니다.

 디모데는 에베소 교회의 책임자로서 아마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바울 사도라도 곁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힘이 되고 좋을까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현재 에베소 교회가 처한 모든 어려움은 디모데 혼자서 감당해야 했습니다.

 디모데전서와 후서를 읽다보면, 디모데라는 인물의 몇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디모데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디모데를 위해 밤낮 간구했던 사도 바울은 그의 ‘눈물’을 생각했다고 합니다(4). 이렇게 쓴 것을 보면, 디모데는 정말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또 디모데는 병약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5:23) 디모데는 위장 기능이 약했던지 소화를 잘 못 시키고 속탈이 자주 났습니다. 이 외에도 병명을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지병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디모데는 나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전서에서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고 했습니다(딤전4:12). 에베소 교회에는 디모데보다 나이 많은 장로님들이나 성도들이 많았습니다. 디모데가 젊다는 것은 단순한 나이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의 인생 경험이나 연륜, 사회적 지위가 다른 성도들에 비해 일천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과연 디모데가 에베소 교회의 책임자로 합당한 인물인지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습니다. 심약하여 눈물을 잘 흘리고, 지병이 있어 건강하지도 않고, 나이와 인생 경험, 연륜, 사회적 지위 등등 성도들 앞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던, 젊은 사역자 디모데가 어떻게 에베소 교회 책임자라는, 크고 중요한 직분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면, 이렇게도 질문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복음역사는 누가, 어떤 사람이 섬길 수 있는가?’

 구약 성경에 나오는 갈렙이나 여호수아처럼 용기 있고 담대한 사람, 심신이 건강하고 튼튼하여 불도저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경험과 연륜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서 그 어느 누구한테도 꿀리지 않을 사람이라야 목자가 되고, 성경선생이 되고, 하나님 역사를 섬길 만한 일꾼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3절부터 5절 상반절까지 말씀을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밤낮 간구하는 가운데 쉬지 않고 너를 생각하여 청결한 양심으로 조상 적부터 섬겨 오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네 눈물을 생각하여 너 보기를 원함은 내 기쁨이 가득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3-5a)

 바울의 디모데에 대한 언급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입니다. 디모데에게는 없는 것도 있었지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심신의 강인함, 풍부한 경험과 연륜, 높은 사회적 지위는 없었지만 청결한 양심, 그리고 거짓 없는 믿음이 디모데에게 있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의 이런 점들을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모데야말로 에베소 교회를 맡아 섬길 만한 적임자라 생각하고 그를 책임자로 세웠습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당신의 역사에 쓰시는 사람들은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는 능력 있고, 똑똑하고, 잘 난 사람들을 쓸지 몰라도 하나님의 역사는 다릅니다. 그러면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이 왜 중요할까요?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마5:8). 시편 112편에서는 정직한 자들의 형통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정직한 자의 집에 부와 재물이 있으며 무엇보다, 흑암 중에도 빛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시112:3,4).

 경쟁이 치열한 세상을 살다보니 우리에게 유능한 사람,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청결한 양심, 거짓 없는 믿음 같은 것들은 이 세상 속에서 생존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그래서 마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서 정말 귀하게 쓰임받기를 원한다면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부터 가져야 합니다. 우리 모임이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의 사람들을 정말 귀하게 여기고, 인정해주고, 이들을 복음의 일꾼들로 세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청결한 양심’과 ‘거짓 없는 믿음’에 더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은사’입니다. 6절과 7절 말씀을 같이 한 목소리로 읽어보겠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나의 안수함으로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 하게 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6,7)

 디모데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있었습니다. 이 은사는 디모데가 장로 모임에서 안수받을 때에 예언을 통하여 받은 것이었습니다(딤전4:14). 그것은 설교의 은사였을 수도 있고, 말씀을 잘 가르치는 은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간에 중요한 사실은 복음역사를 섬기는 데 필요한 은사를 그가 분명 하나님께로부터 받았다는 것이고, 이 은사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마다 받은 은사의 종류가 다를 뿐,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 사람에게 적합하면서도 꼭 필요한 은사를 주십니다. 은사는 공동체 내에 덕을 세우고 유익하도록 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입니다(고전12:7). 교회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 은사를 가진, 다양한 분들의 섬김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이를 잘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사를 주시고, 그 은사로 공동체를 섬기게 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어떻습니까?

 어떤 분에게는 여러 동역자들의 형편을 잘 살피고, 돕는 은사를 주셨습니다. 어떤 분에게 좋은 글을 기획하고, 편집할 수 있는 은사가 있는 덕분에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컴퓨터와 프로그램 등을 잘 다룰 수 있어서 이 코로나 시대 비대면으로나마 예배가 가능하도록 섬기고 계십니다. 어떤 분에게는 센터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살펴서 고칠 것은 고치고, 채울 것은 채우는 은사가 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맛있는 요리를 통해 사람들을 기쁘게 섬기는 은사가 있고, 또 어떤 분은 음악의 은사가 있어 아름답게 찬양할 수 있고 악기를 잘 다룰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은사와 섬김 덕분에 우리의 예배와 신앙생활이 풍성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의 은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모임 안에서는 발에 치이는 것이 성경선생이고, 목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선생, 목자의 귀함을 잘 못 느끼는데 눈을 조금만 돌려보십시오. 성경을 가르칠 수 있고, 사람을 잘 도울 수 있는 것 또한 얼마나 귀한 은사인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고, 또한 그 받은 은사를 100% 발휘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속 디모데도 그랬지만, 자신이 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은 귀한 은사를 받았는데도 마치 아무 은사도 받지 않은 것처럼,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원인은 다양합니다.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말로부터 받은 상처나 실패와 같은 부정적인 경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은사를 안 받았다고 생각하면 제아무리 엄청난 은사를 받았어도 마치 불이 꺼져가듯 우리에게 주어진 은사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이미 좋은 은사 주셨음을 믿고 우리 속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 하게 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은사는 있습니다. 은사를 불일 듯 하기 위한 첫 걸음은 ‘난 잘 하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속에 주어진 은사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이렇게 권면했습니다.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 하게 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그 다음으로 할 것은, 자신이 받은 은사를 적극 하나님 역사에 드리는 것입니다. 은사를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은사를 발휘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섬겨야 합니다. 그럴 때 마치 불이 살아나 활활 타오르듯 우리 안의 은사 또한 빛을 발하며 그 사람 또한 살아날 것입니다. 올 한해 우리 가운데 내가 받은 은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께 드려 성령의 불길이 타오르는 역사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8절 말씀을 다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그러므로 너는 내가 우리 주를 위하여 증언함과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8)

 이제 사도 바울은 영적 아들 디모데에게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권면합니다. 이 8절 말씀과 핵심 단어가 일치하는 구절이 있는데 12절입니다. 12절은 이렇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날까지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8절과 12절에서 사도 바울이 하고자 하는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디모데야, 내가 복음을 증거하다가 감옥에 갇힌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우리,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자꾸나! 나는 내가 지금 고난을 받고 있지만, 내 처지가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곤 합니다. ‘고생은 내가 할테니 너희는 꽃길만 걸어라’ 자녀에게 항상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어째서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이런 모진 말을 하는 것입니까? 디모데를 아들이라고 부르더니, 친자식이 아니라서 그런 겁니까?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복음 때문입니다. 복음이 무엇입니까? 복음은 사망을 폐하시고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 복음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친히 오셨습니다. 베들레헴 어느 여관에 딸린 마굿간 말구유 위에 한 아기로 임하셨습니다(눅2:11).

 성육신하신 예수님의 이 땅 위에서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셨고,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사시다가 십자가 위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복음은 바로 이러한 고난의 종이셨던 예수님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복음을 증거하는 삶이 비단길이나 꽃길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수요예배 때 이요한 목자님께서 전한 메시지에 구한말 조선에 온 초기 선교사님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방송을 찾아봤습니다. 프로그램 제목이 <성탄 특집 다큐 머슴 바울>이었습니다. 한국 개신교 최초의 목사로 ‘조선의 바울’이라 불렸던 김창식 목사님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셔우드, 로제타 홀 선교사 부부의 숭고한 고난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낯선 조선 땅에 온 선교사님들 앞에는 꽃길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습니다. 의사였던 셔우드 홀 선교사님은 환자들을 돌보다가 그 자신 역시 병을 얻어 34살의 젊은 나이에 소천하였고, 어린 딸마저 이질에 걸려 소천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이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엄청난 고난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고난과 수고를 받으셨고 그 결과, 복음의 불모지와 같았던 이 땅 위에 복음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 맺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역시 크게 보면 초기 선교사님들의 고난과 희생의 열매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말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복음의 일꾼이요, 사명인으로 세우심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11절을 다 같이 한목소리로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로 세우심을 입었노라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복음을 위한 선포자요, 사도와 교사로 세우셨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사도 바울에게는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면 그것은 아직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기 위한 존재인지 잘 모른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정체성이 분명했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복음과 함께,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기꺼이 고난받는 삶이었습니다. 복음의 증인이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고생스러울지라도, 편하게 살고 싶은 자기를 부인하고 복음을 증거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말씀대로 사는 삶 아닐까요.

 2022년은 흑호,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올 한해 트렌드를 제시하는 책을 보니,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TIGER OR CAT?”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 이 문구를 보고 문득, 자기 자신을 호랑이로 인식한다면 호랑이다운 삶을 살 것이지만, 고양이로 인식하면 고양이처럼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세움을 받은 사람입니까? 새해를 맞이하며 삶의 방향을 잡고자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세움받은 사람인지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예수님을 믿기 전과 후, 제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정체성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3남 5녀의 막내이자 늦둥이로 태어나 섬김 받고 사랑받는 것에 익숙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명문대 법대에 들어가 법조인이 되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한, 야심가이자 목표 중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제게 다른 누군가를 섬긴다거나 나의 시간을 희생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랬던 제게 주님께서는 베들레헴 마굿간 말구유 위에 누인 아기의 모습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나 같은 이기적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영광스런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말구유 위에 자신을 누이신, 사람 중에서도 가장 작고 낮은 모습으로 임하신 예수님의 모습 앞에서 저는 저의 이기심을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한 이후, 저는 예수님의 제자요, 목자요, 성경선생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구원의 은혜가 감사하여 시작한 삶이었지만 제 속에서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갈등과 고난에 대한 두 마음이 항상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난 이후에도 나를 희생하고 고난 받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큰 욕심 내지 않을테니 그냥 편하게, 안락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고난을 통해 만났던 하나님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저의 지난 신앙생활을 돌아보면, 저는 늘 고난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고3 때 갑작스런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간절히 하나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마치 사막을 건너가는 것 같은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나의 목자가 되사 나의 삶을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 최선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습니다. 불임의 고통 속에서, 또 어렵게 태어난 첫째가 뇌수막염에 걸려 하늘이 노랗게 보였을 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체험했습니다. <좋은씨앗> 요회를 개척하고, 학생회 역사를 섬길 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역사를 위해 친히 준비하시는, 여호와 이레 하나님이심을 배웠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던 하나님이 고난이 있을 때 내 옆에 계시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며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이기적이며 고난받기 싫어하는 저를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부르시고 세워주시고 다만 은혜로 지금까지 인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주님만 바라보고 제가 앞으로도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살며 제게 맡겨주신 사람들을 복음의 일꾼이요, 증인들로 세우는 삶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내가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로 세우심을 입었노라”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이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요, 목자요, 성경선생으로 부르시고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세우신 사람은 결코 세상의 흐름만을 좇아 살 수는 없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은 당장에는 좋을지 몰라도 불안함, 초조함이 있고 허무감마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요, 목자요, 성경선생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우리를 복음을 위한 선포자요, 목자로 부르시고 세우신 하나님을 기억함으로 나의 목자이신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올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