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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강의순서	`09년 성탄말씀 2강
ㆍ성경본문	누가복음 2:1-14
ㆍ전한날짜	2009-12-20

ㆍ조회: 2744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
2009년 성탄메시지 제2강

구유에 누인 아기

누가복음 2:1-14(12)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마리아의 몸을 통해 이 땅에 태어나신 사건은 인류의 역사를 AD와 BC로 가르고, 온 세상 나라 모든 백성에게 미칠 만한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전하는 천사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우리 생각에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라고 하면 뭔가 특별하고도 대단한 표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주의 표적은 그저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였습니다. 이 작고 미미한 것이 어떻게 구주의 표적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 방법을 새롭게 발견하고 우리에게 임한 놀라운 성탄의 은혜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절을 보십시오.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로마 황제 가이사가 영을 내렸습니다.
"천하로 다 호적하라!"
가이사의 호적 명령은 로마의 조직화된 법과 제도, 잘 닦여진 도로망을 통해 대도시는 물론이고 방방곡곡 시골 동네까지 빠른 속도로 하달되었습니다. 이에 온 세상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각자의 고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동하는 행렬 속에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도 있었습니다.
요셉은 다윗의 가문이었기 때문에 다윗의 고향인 유대 베들레헴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살던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유대 베들레헴까지는 약 13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습니다.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여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거리였습니다. 마리아는 아마도 남편 요셉과 함께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출산에 대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이사의 호적 명령이 마리아와 요셉을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아닌 힘들고 위험한 베들레헴으로 이끌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가이사와 그가 내린 호적 명령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세상은 로마 황제인 가이사 아구스도의 세상이었습니다. 로마에 사는 그가 내린 말 한 마디가 온 세상을 움직였습니다. 가이사의 명령은 가히 절대적이었습니다. 가이사에게는 막강한 권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군대와 조직, 돈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이사는 자신의 권력과 군대로 'Pax Romana' 즉, 로마의 평화를 실현시켰습니다. 그의 통치 하에 로마는 점점 더 크고 강대한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100년 동안 지속되어온 내전을 종식시키고 제국의 영토는 영국과 스페인, 북아프리카까지 확장되어 ‘온 세상의 제국’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가이사에게 로마 원로원에서는 존엄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 즉, 장엄하고 숭고하여 최고로 존경을 받는 자라는 이름을 선사했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온 천하가 움직이고, 사람들을 굴복시키는 가이사의 위엄과 능력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모하고 갖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애를 쓰고,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에서는 지위를 차지하면 그에 걸 맞는 대우와 보상이 뒤따릅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예우가 주어지고,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으로서의 위엄과 능력이 주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갖습니다. 국군의 최고 지휘권자인 대통령의 말 한 마디면 우리나라 60만 장병들이 움직입니다. 아프카니스탄이 아니란 더한 곳이라도 가라면 가야 합니다. 또,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제출권, 고위 공직자 임명권, 사면권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문제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대통령이 사면하면 사면됩니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안들은 아무리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할지라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에게도 가이사의 위엄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당장 저희 가정만 생각해도 정말 그렇습니다. 아빠의 말에는 권위가 있어 통하지만 엄마의 말은 권위가 없어 통하지 않습니다. 숙제해라, 정리해라, 양치질해라 아무리 여러 번 말을 해도 세한이는 엄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무섭게 한 마디 해야 그제서야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런 아빠의 권위로도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을 돌이키는 것, 이것만은 권위와 능력으로도 안 되고, 힘으로 안 되고, 돈으로 안 됩니다. 오히려, 권위와 위엄을 부릴수록 관계성만 파괴되고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이사의 위엄과 권위의 한계입니다. 온 세상의 제국으로 불려지며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는 뛰어난 사회적 기반시설과 조직화된 법과 제도, 막강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AD 476년 망하고 말았습니다. 힘과 권위, 능력과 위엄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표적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6절과 7절을 보십시오.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가이사의 호적명령으로 베들레헴에 와 있던 마리아에게 드디어 산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아가 아픈 배를 움켜잡고 신음할 때 요셉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당황스러웠을까요? 그러나 다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방 한 칸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리아는 여관이 아니라 마굿간에서 출산을 해야 했고 태어난 아기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너무나 슬프고 운명적인 이야기입니다. 모든 상황과 사건들이 안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간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출산이 임박했을 때 호적 명령이 내려졌는지, 또 왜 하필 산통이 왔던 시점에 여관방은 한 칸도 없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하나님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담겨 있습니다. B.C. 700년경 미가 선지자는 그리스도가 다윗의 동네인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실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미5:2). 이 예언대로라면 예수님은 다른 곳이 아닌,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셔야만 합니다. 하나님은 이 미가 선지자의 예언을 성취하기 위해 가이사의 호적 명령을 사용하셨습니다. 얼핏 보기에 세상 일은 세속 군주의 뜻과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오히려 세상 권세는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올 해 미국에서 한 무명 작가의 소설이 무려 700만 부나 팔렸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에 무려 49주간 연속적으로 올랐으며 아마존닷컴에서도 얼마 전까지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 책의 제목은 '오두막'입니다. '맥'이라는 소설 중 주인공은 어느 여름 휴가철 세 명의 자녀와 함께 경치 좋은 호수로 캠핑을 떠납니다. 그런데 캠핑 마지막 날, 사랑스런 막내 딸 '미시'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탁자에 앉아 그림책에 색칠을 하던 아이가 언니와 오빠를 돌보러 간 몇 분 사이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유괴범이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무당벌레 핀 하나가 발견될 뿐 맥은 딸의 흔적을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딸이 실종된 지 며칠 후 드디어 맥은 인근의 '오두막'에서 찢어지고 피에 젖은 미시의 빨간 드레스를 발견합니다. 그로부터 악몽과 같은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맥은 자신의 집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매켄지, 오랜만이군요. 보고 싶었어요. 다음 주말에 오두막에 갈 예정이니까 같이 있고 싶으면 찾아와요. from: 파파"

파파는 맥의 부인이 하나님을 부를 때 즐겨 쓰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부르신 곳, '오두막'이란 맥에게 있어 어떤 장소입니까? 그곳은 사랑하는 딸 미시의 죽음을 확인했던, 결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과 상처를 묻어둔 곳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로 그 오두막에서 만나자고 부르십니다. 소설 속 주인공 맥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각자의 오두막이 있을 수 있습니다. 드러내놓지 못해서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상처들을 안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계시다면 우리에게 관심이 있으신지를 묻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속의 오두막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주시는 사랑과 은혜의 자리이며, 회복과 치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하나님은 섭리의 하나님이십니다. 섭리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가장 고통스러운 장소, 실패와 상처, 좌절의 자리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이루십니다. 그곳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오두막'일 수도 있고 '베들레헴'일 수도 있고 '여관에 딸린 더럽고 냄새나는 마굿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하나님과 더불어 교제하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슬픔과 상처, 실패의 장소가 아닙니다. 회복과 새로운 소망의 자리가 됩니다. 지금도 살아계셔서 이 세상 만물을 그 뜻대로 운행하시며 다스리시는 섭리의 하나님을 우리 삶 속에서 깊이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면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이 아기는 누구입니까? 다 같이 10절부터 12절까지를 한 목소리로 읽겠습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그 아기는 바로 구주, 온 세상을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할 그리스도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구유에 누인 이 아기가 구주라니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아기의 당시 모습이 어떠했을까요? 갓 태어난 아기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자기 머리조차 가눌 힘이 없습니다. 아기는 스스로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고, 심지어 눕지도 못합니다. 부모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의존적인 존재입니다. 예수님이라고 해서 다른 아기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7절과 12절을 보면, '구유에 뉘었으니'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갓난 아기들처럼 예수님께서도 스스로 자리에 누운 것이 아니라 어머니 마리아 혹은 아버지 요셉의 손에 의해 눕혀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도대체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이 작은 아기가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입니까? 여관방 하나 잡지 못해 겨우 마굿간에서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을 준다는 것입니까? 위엄과 능력이 있는 로마 황제 가이사 아구스도라면 혹시 모를까 어떻게 힘 없는 식민지 출신의 청년이 온 세상의 구주가 될 수 있습니까?
답은 의외로 간단, 명료합니다. 이 아기가 바로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하나님은 창조주이십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시며, 모든 아버지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어머니, 최초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담과 하와를 지으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결코 병약하거나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분도 아닙니다. 또, 하나님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영광스러운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그 어떤 속성도 지금 본문의 배경이 되고 있는 베들레헴의 여관에 딸린 마굿간과 그 안에 있는 구유, 강보에 싸인 아기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영광스런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임하시되 가장 낮고 천한 자리, 베들레헴 마굿간 구유 위에 임하셨습니다. 세상에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을 가리켜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위엄 있고 영광스러운 가이사의 모습이 아닌, 구유에 누인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서 오셨을까요?

첫째,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려고 구유에 태어나셨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나의 스타일,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랑은 자기 중심적인 사랑이 되고 상대방은 우리가 베푸는 사랑을 사랑으로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올 해 제자양성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저는 떠나가거나 힘들어지는 양들을 보면서 내가 그토록 섬기고 사랑을 베풀었건만 왜 저러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양들이 야속하게 느껴지고 인간에 대한 배신감에 두 번 절망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내가 과연 양들을 정말 사랑했는가? 내가 양들에게 베푼 사랑과 섬김이란 것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양들을 돕는다고 하면서 사실은 저의 생각, 감정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비우고 양의 위치로 내려가기보다는 바닥에서 헤매는 양에게 언제까지 거기서 헤매고 있을 거냐?고 하면서 저의 위치로 올라오라고 요구하기만 했습니다. 말씀공부는 양으로 하여금 자신이 올라서야 할 이상과 목표를 확인시키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그런 식으로 사랑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영광스럽고 거룩한 분이셨지만 사랑하는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해 자기를 비우고 이 땅에 내려오셨습니다. 박준은 목자님의 표현을 빌자면 '영광의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으시고' 예수님은 구유 위에 오셨습니다.
이 예수님의 모습 앞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무한한 사랑과 그로 말미암는 평안과 기쁨과 자유함입니다. 만일 예수님이 하나님으로서의 영광과 위엄과 권위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오셨다면 우리가 예수님 앞에 서는 일은 몹시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 앞에서 평안을 누리고 행복을 맛봅니다.

둘째, 하나님은 소외되고 상처 입은 자들의 친구가 되시려고 구유에 태어나셨습니다. 성탄 카드에 그려진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은은하면서도 목가적입니다. 그러나 실제 구유에 누인 아기를 봤다면 그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모습이요, 가슴 아픈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고후8:9은 말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너희가 알거니와 부요하신 이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으로 말미암아 너희를 부요하게 하려 하심이라' 예수님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온 세상 만물의 주인이십니다. 또, 예수님은 소외를 받을 필요도 전혀 없는 분입니다. 그런 예수님이 마굿간 구유 위에 자기를 누이셨습니다. 사람들의 외면과 멸시 속에 태어나셨습니다. 왜냐하면,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시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부요함이 되시기 위해 구유에 오셨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은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적 가난은 아직도 큰 상처가 되고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많습니다.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던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아직까지 아이의 급식비조차 내지 못하는 가난한 가정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얼마 전 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꿈을 잃어버린 학생들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펴냈는데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 학생의 절반 이상이 영어, 수학 과목의 공부를 '포기'한 상태였고, 학습동기나 실행력, 자존감도 일반 학생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존감이 있을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고 직업, 학교, 대인관계 등을 원만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자존감을 느끼지 못한 채 자라고 있습니다. 누가 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구유 위에 누인 아기 예수님께서 이들의 친구가 되실 수 있습니다. 또, 이 예수님의 사랑을 먼저 받은 우리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친구가 되시기 위해 오셨으니까요. 이번 성탄절에 우리 주변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셋째, 구유에 누인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기 비움의 진리를 가르쳐줍니다. 예수님은 구유에 자신을 누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온전히 비우셨습니다. 이때 하나님께서 예수님 안에 당신의 생명을 가득 채우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이러한 자기 비움의 진리로 가득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며 자신을 비우셨습니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22:42) 예수님이 자신의 뜻과 마음을 온전히 비우셨을 때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영광을 받으실 수 있었고 하나님의 구속역사의 도구로 쓰임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항상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는 우리의 내면입니다. 가득한 우리의 내면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도 없고, 안식과 평안을 누리지도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실 때에 사람들은 예수님에게 방 한 칸 내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시간적으로는 너무 바빠서 예수님이 메시야인지 아닌지에조차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스케줄은 가득 차있었고 너무 바빴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너무 어려워서 여유가 없었습니다. 산모가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면 보통시대 보통사람들이라면 좋은 방은 못주더라도 현관이라도 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빈 방하나 줄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들 각자의 스케줄과 자기 계획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한 모든 것에 시간을 소비하고 자기를 꾸미고 세우는데 물질과 에너지를 쏟아 붓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연말이 될수록 예수님이 들어갈 방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의 계획, 나의 스케줄, 나의 꿈, 나의 즐거움, 나의 취미, 나의 가족, 온통 나, 나, 나로 우리 안에 가득하다면 예수님은 결코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내 것을 포기해야 빈방이 있어서 예수님이 들어오시는데 우리는 이미 다 찼습니다. 우리는 세상 것으로 너무 바쁜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매년 듣는 성탄메시지에 예수님께서 말구유에도 태어나셨다 해도 마음이 그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보다 연말에 무엇을 해야 하며 누구와 만나야 하며 뭘하고 지낼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더 이상 들어올 구석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본체 하나님이시지만 모든 것을 비워서 아기의 모습으로 조용히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이 예수님을 보면 ‘자기 중심적’인 나를 추구했던 것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나의 마음을 분주케 하던 계획과 스케줄들을 내려놓고 우리 마음 속에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빈 방을 마련해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 속에 아기 예수님을 잘 모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넷째, 예수님은 진정한 왕이 되시기 위해서 말구유에 태어나셨습니다. 진정한 왕이라면 우리의 내면까지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가이사를 비롯한 세상 왕들은 권위와 명령, 힘과 폭력으로 다스렸기 때문에 인심을 얻지 못해 결국은 실패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 세상 왕들은 전쟁을 하여 나라를 넓혀서 위대하게 되고자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광개토대왕 같이 국토를 넓히고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빼앗으면 사람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경제를 잘 하여 부자되게 해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자 합니다. 세상 왕들의 그 핵심부에는 돈과 권력이 있습니다. 이런 왕들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물질적인 풍요를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우리의 외적인 환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유에 누인 아기에게서는 권력도 나오지 않고, 돈도 나오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세상과는 완전히 그 속성 자체가 다릅니다. 그분은 우리의 내면을 다스리시고자 오셨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고통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죄와 사랑문제입니다. 우리는 사단의 손에서 벗어나 그 영혼이 사랑과 은혜와 공의로 다스림을 받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은 구유 위에 오실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죽으셨습니다. 그가 찔림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자유를 얻었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나음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하사 우리의 진정한 왕이 되셨습니다. 이 진정한 왕이신 예수님만 찬양받으시길 기도합니다.

이제 성탄절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해 성탄절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성탄절이 되면 선물을 주고 받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께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요구합니다. 청년들은 성탄 전야에 교회로 모여 선물 교환을 하고 밤새 놀다가 새벽송을 도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틀 후면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성탄 까페가 있는데 이때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선물'입니다. 김모세 목자님께서 지난 번 "양들은 분위기야~"에 이어 이번에도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선물을 줘야지!" 목자님의 방향을 따라 현재 선물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번 성탄절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 마음 속 빈 방에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님을 모셔들이는 것입니다. 저는 92년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성탄 바이블아카데미를 했는데 제가 소감 강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말시험을 치른 다음날이 아카데미였는데 저는 시험을 마친 후 센터에 와서 밥을 먹고 밤을 새워 마태복음 1장 임마누엘 소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감을 쓰다보니 문득 제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 힘든 사람이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 3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난 후 다시 6개월 만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제 마음에는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 속으로 "당신은 나보다 낫잖아? 뭘 슬퍼해"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저의 마음은 고독으로, 슬픔으로 꽁꽁 닫혀 있었습니다. 이랬던 저조차 여관에 있을 곳이 없어서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태어나 구유 위에 누인 예수님 앞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이 아기가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하늘나라 그 영광을 다 버리시고 이 땅에 오시되 가장 낮고 추한 곳에 오신 이유가 바로 나와 같이 슬프고 고독한 인생들과 함께 하시고자 함이라는 사실 앞에 저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날 밤 임마누엘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소감을 쓰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지만 저는 전혀 피곤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성탄에 예수님을 뜨겁게 만났던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성탄절을 무덤덤하게 보냈습니다. 연말과 겹친 성탄절은 항상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분주했고 성탄절 당일 오전 BBF 예배가 끝나고 오후가 되면 왠지 모를 마음의 허전함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제가 다시 예수님과 함께 하는 성탄의 기쁨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성탄의 기쁨을 나 혼자만 누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요절 말씀인 12절을 다시 한 번 같이 읽겠습니다.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구주의 표적은 강보로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하고 강력한 모습이 아닙니다. 얼마나 낮아졌느냐, 얼마나 자기를 비웠느냐가 중요합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능력은 외적인 권세와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비움의 깊이와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양들을 섬기고 그들을 예수님의 구원의 세계로 인도하려면 우리 역시 예수님의 겸손을 좇아 자기를 비워 낮아져야 합니다. 이번 성탄이 이 예수님의 겸손과 비움을 배우고, 실천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