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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하여
2000학번 새내기 MT 특강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위하여 입학식이 아직 몇 일 더 남았지만 새내기 여러분의 대학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제가 이렇게 환영의 인사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 이 얼마나 설레고 기분좋은 일입니까? 이제 더 이상 고3의 굴레 같은 것은 없습니다. 지난 주 수강신청을 하면서 느꼈겠지만 교양 필수나 전공 필수를 제외하고서는 정해진 대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구속이 대학에는 없습니다. 야자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출석도 부르지 않습니다. 설령 출석을 부른다해도 요령만 좋으면 한 두 시간쯤 제낄 수도 있습니다. 수업 많고 시험 많기로 유명한 공대생들에게도 봄 날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애기능 잔디밭에 누워 봄날을 느낄 만한 여유와 낭만이 대학에는 있습니다. 의대생들도 원하기만 하면 '오케스트라단'에 들어가 플룻을 불고 첼로를 켜고 음악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악기는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합니다.) 정말 대학에는 우리가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누리기 어려운 자유와 낭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꼭 낭만, 자유 이런 것으로만 가득 찬 약속의 땅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합니다. 화창한 봄날 어두침침한 강의실에서 이해도 안되는 강의를 들어야 하고, 첫눈 속을 한없이 걷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말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것, 역시 대학생활입니다. 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자신의 삶 속에 대학의 낭만 따위는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소문 많은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저는 오히려 이런 것이 대학생활의 현실인데도 자유, 낭만 등등의 말 때문에 상심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무엇이며, 우리가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흥분과 설렘 가득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학 4년 동안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 시간이 새내기 여러분이 앞으로 경험할 대학생활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이란 무엇입니까? 대학을 상징하는 말로 무엇이 떠오릅니까? (신입생들에게 질문) 대학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 대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중세의 대학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합시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등장한 것은 13세기 유럽에서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고대 아테네의 '아카데미아'라든가, 9세기 샤를마뉴가 세운 카롤링거 궁중학교, 중세 '수도원'에서 고등교육이 행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현재 우리의 대학은 그 이념에 있어서나, 형태에 있어서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이라든가, 프랑스의 '파리'대학과 같은 13세기 유럽의 대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대학을 지칭하는 명칭에서 그러합니다. 대학이라는 뜻의 영어단어가 무엇입니까? university입니다. 이 university의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로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니베르시타스라는 말은 당시 대학에만 국한되어 사용한 말이 아니라 공동이익을 위해 구성된 인적 조직에는 공히 사용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발사조합도 우니베르시타스였고 목수조합도 우니베르시타스였습니다. 이 단어가 학생과 교사에 사용되면 그것이 학생들의 조합, 교수들의 조합이라는 뜻의 대학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세의 대학들이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처럼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자치단체이거나 프랑스의 '파리'대학처럼 가르치기를 원하는 교사들의 자치단체였다는 역사적 사실과도 일치합니다. 둘째로, 대학에 있는 여러 제도가 그러합니다. 다소 변형되기는 했지만 대학에 입학해서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고 가르친 기술을 실습해 보게 하며 일정한 과정을 마치면 그것에 합당한 학위를 수여하는 것들은 길드에 영향을 받은 당시의 대학에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대학에서는 한 사람의 학생이 들어오면 교수의 개별지도 아래 공부를 하다가 학사학위를 받으면 강의도 허락되고 교수의 감독 아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학사과정과 석, 박사과정을 보는 듯 합니다. 대학의 의상에 관해서도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의 대학생들이나 교수들은 후드가 달려 있고 소매가 느슨한, 꼭 수도사 복장 같은 긴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15세기에 이르러서는 각 학부별로 구별된 색깔의 옷을 입었는데 가령 의학부는 황록색, 인문학부는 청색, 법학부는 주홍색 등의 띠를 두른 옷을 입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대학은 중세의 대학에 그 원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중세 대학이 추구한 바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순수한 학문적 열정을 가지고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진리를 향한 갈망과 그것을 얻기 위한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세대학 정신의 가장 중요한 요체였습니다. '진리가 집을 지었다'는 어느 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정말 진리를 빼놓고서 대학을 논할 수 없습니다. 현실의 대학의 모습이 이 대학의 원형과 아무리 멀어져 있다해도, 대학은 진리의 터위에 세워 진 집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학에 부여되는 여러 자율과 특권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봉건 영주의 통치 아래 있던 중세의 대학이 자기 나름의 학문의 자유와 운영의 자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진리를 추구한다는 대학의 이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대학인들도 직장인이나 기술학교에 다니는 사람들과는 차별된 보호 속에 있습니다. 정부의 공권력이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면 모든 언론이 일제히 비난하고, 대학생이라고 하면서 돈을 빌리면 돈을 빌려 줍니다. 똑같은 사고를 쳐도 일반이이면 구속될 사건도 대학생이라면 구속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합니다. 형태는 변했지만 대학은 여전히 많은 특권과 자율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대학은 중세의 대학과 본질적으로 많이 변해 있습니다. 숫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학문에 대한 열정보다는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있어야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 갑니다. 그런 실제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또한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아무리 그렇다해도 우리는 대학생활을 통해서 진리에 관심을 갖고 진리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4년을 스스로의 세계 안에 움츠러 들어 단지 직장을 준비하는 데에만 투자한 사람은 진정한 대학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음이 좁아질 때, 고대 호상비문을 한 번씩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너 항상 여기, 자유의 불을 밝히며, 정의의 길을 달리고, 진리의 샘을 지키느니 지축을 박차고 포효하거라. 너 불타는 야망, 젊은 의욕의 상징아' 2. 대학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 위한 전제였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는 대학인으로서 대학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첫째로, 넓고 깊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시기 바랍니다. 넓고 깊게 생각하는 것은 학문을 함에 있어서나 풍부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입니다. 먼저는 넓게 생각하기 위해서 나와 다른 환경과 처지의 사람과도 어울려 보고, 책도 전공서적 외에 여러 교양서적도 읽고 그동안 시간이나 기회가 없어서 소홀히 했던 취미생활, 운동, 음악감상, 미술감상 같은 것도 접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역사라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고, 그 뒤를 고려와 조선이 잇고 있다는 정도 밖에 모르는 공대생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런 공대생때문에 공돌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엔트로피법칙도 모르는 문대생은 곤란합니다. 또, 깊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깊게 파는 데서 창조적인 업적이 나옵니다. 깊이 이해하면 표면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감동이 있습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생각보다는 느낌을, 깊이보다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또, 대학생들은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다르게' 보는 시각, 비딱한 사고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멋도 아니고, 재미도 없는 것 같지만 힘이 있습니다. 저희 모임에 '소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소감이 여러분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도와줄 것입니다. 성경공부를 하시며 한번씩 써보십시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세상을 바라보는 바른 시각을 확립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자로 표현하면 '觀'이 됩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세계관'이라 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인생관'이라고 하며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치관'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해석하여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 시각이 잘못되어 있으면 세상을 바로 볼 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제아무리 곧은 물건도 비뚤게 보입니다. 빨간 안경을 쓰고 보면 온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노란 안경을 쓰고 보면 노랗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으로부터 냉대와 천시만을 받은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싸늘할 것입니다. 가난으로 인해 가슴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인생의 최고 가치를 돈에 두기 쉬울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어두운 경험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어둡게 만듭니다. 슬픈 경험이 우리의 시각을 슬프게 만들고 병든 시각이 나의 삶을 병들게 만듭니다. 만약, 나의 삶이 슬프고 어둡다면 그것은 나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슬프고 어둡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내기 여러분에게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서 성경을 공부하시기를 권합니다. 성경을 공부해보시면 분명 여러분이 생각지 못했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성경의 내용들이 신입생 여러분이 밝고 은혜로우며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성경 중 딤후3:16,17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 성경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온전케 되었으며 악을 일삼던 자가 선을 행하는 사람으로 변화된 예는 너무나 많습니다. 성 어거스틴은 사생아를 낳을 정도로 방탕한 사람이었지만 변화되어 인류이 위대한 스승이요, 철학자가 되었습니다. 대학시절이야말로 여러분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이 기회를 잘 이용하여 바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로,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지만, 미래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세계는 21세기를 맞아 영어의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랑스나 일본 같은 나라들은 국가적으로 아애 영어를 제2국어로 삼아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귀가 뻥 뚫리고 혀가 확 꼬부라지는 영어' 같이 영어공부방법론에 관한 책이 항상 베스트 셀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법대 수강신청안내를 들어 보니 올 해부터는 토플550, 토익650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영어는 이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영어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효과적인 준비가 될 것입니다. 실제, 우리의 취업현실을 생각해 보아도 그러합니다. 제가 아는 한 선배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동남아시아를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우리 나라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했을 때 회사에서는 그의 전공에 전혀 상관없는 영업과에 배치하였습니다. 또, 제 친구중에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그 역시 회사에 들어가서는 회계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소수의 전문직이 아니면, 전공 실력보다는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합니다. 결국, 어떤 모습으로든 대학생활은 장래를 위해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넓고 깊게 생각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영어를 준비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새내기 여러분의 대학 4년을 축복하사 승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3. 나의 대학생활 저에게도 지금의 여러분처럼 꿈 많은 신입생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1992년도에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저에게는 분명한 인생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학시절에 사법시험을 pass하여 30대 중반까지는 법률실무가로서 실무의 경험을 쌓고 그 후에는 법복을 벗고 나와 법학자로서 이 사회의 법률문화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삶을 살고 노년에는 시골로 내려가 성직자로 살며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 목표는 너무나도 확고했습니다. 저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로 법대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대학이란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내 인생 목표의 첫 단추를 채우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학의 낭만이니, 자유니 하는 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1학년 때부터 오직 공부만 열심히 했을까요? 그렇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대학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원하던 목표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하여 책도 폭 넓게 많이 읽고, 운동도 하고, 교양도 넓히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그런 일들을 하기에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대학에 들어와도 풀리지 않는 인생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3 1년 사이에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차례로 경험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저를 무척이나 사랑해주신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오는 저를 위해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짓고, 아버지는 그 도시락을 학교로 날라다 주셨습니다. 친구들은 싸늘히 식은 도시락을 꺼내 먹지만 저는 막 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먹을 때,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에 젖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5개월만에 어머니마저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의 연이은 죽음이라는 운명이 저의 모든 가능성과 힘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나의 운명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운명과 싸워 이기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추스리며 재수하는 1년을 버텼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쳐있었습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는 저는 느슨한 교과과정, 자유로운 대학의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의욕을 덧입기는커녕, 마치 겨우내 얼어붙은 대지가 봄기운에 풀어지듯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의 자유와 여유는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5월의 축제날, 저는 불을 꺼 어두컴컴한 기숙사 침대에 누워 정욕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고 음란잡지를 뒤적여야만 했습니다. 법학 수업은 왜 그리도 재미없고 졸리운지 화공과 4학년인 저의 선배도 재미있다고 청강하던 '민법총칙'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법학 수업시간은 잠으로 일관했습니다. 전공과목은 '비실이' 아니면 '시들이'들이고, 그나마 교양과목들이 버텨주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괴로웠습니다. 입학하기 전부터, 너무도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더욱 더 큰 절망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잘 참고 이겨냈는데 왜 이곳에 와서 이렇게 무너져야 하는지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마음 고생만 더하는 목표를 붙들고 있느니 차라리 내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 버리면 대학을 다닐 의미도, 나의 존재의 의미도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목표를 버릴 수도 없으면서 그것을 향해 달려갈 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꿈 많은 저의 대학1년이 절망과 방황 속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저는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경공부를 할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환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 소망스런 느낌을 잃어버릴까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경을 공부했습니다. 1:1공부를 통해 성경을 알면 알수록 마음에 힘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1-2학기 기말고사 직후에 성탄 아카데미 소감을 쓰며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것인지 짐작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저의 대학생활을 비롯한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마치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듯이 이 세상은 너무나도 밝고 환한 빛으로 충만하였습니다. 제 마음에도 힘이 생기고 늘 저를 얽매고 있던 운명의 짐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해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저의 대학생활은 여러 면에서 변했습니다. 놀지도 않고 동아리 활동도 안 하니 정말 하는 일 없던 제가 열심히 ubf에서 목자생활을 감당했습니다. 전에 제일 부러웠던 친구들이 열심히 대학생활하던 친구들이었는데 그들 이상으로 목자생활과 학과 공부를 감당하며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전보다 하는 일이 두배, 세배 많아졌지만 전에는 공부만 했는데도 노는 친구들과 비슷한 학점을 받던 제가 오히려 매 학기 3.87 3.96의 좋은 학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4학년이 되어서 장래에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기도하던 저는 이 나라 법조계의 목자로 쓰임받고자 하는 비젼을 덧입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제 마음의 소원을 받으시고 사법고시를 집중하여 준비할 수 있도록 주위의 환경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95년 2월부터 98년 6월까지 3년 5개월의 수험기간 동안 나와 동행하시사 저의 필요를 채우시고 저와 만나 주시고 저를 훈련하시고 겸손케 하여 주셨습니다. 물론 고시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니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지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습니다. 하루 공부를 마치고 고단한 몸을 고시원방에 누이면 아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내 옆에 그냥 있어만 주면 좋겠다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저는 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지금 사법연수원 2년차를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대학생활을 돌아볼 때, 솔직히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저는 자신의 인생문제로 대학의 많은 시간을 갈등과 방황 속에 보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인류에 도움이 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처럼, 저도 대학시절 동안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졸업때 제가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학생활을 통하여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얻었습니다. 바로 진리되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저는 이 진리 안에서 그토록 분명했던 목표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향해 달릴 수 없게 만든 운명으로부터 자유해졌습니다. 저는 진리의 구도자가 아니었지만 대학에 왔으므로 이 진리를 맛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울타리 안에 있었기에 방황할 수도 있었고, 그 방황 속에서 진리를 만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저는 비록 지금 사회인이 되었지만 캠퍼스에 남아 대학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진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는 순수한 영혼들에게 성경을 가르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이것을 얻었기에 저는 대학생활을 승리할 수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 그것은 성공적인 인생을 산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대학생활 또한 성공적으로 살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신 새내기 여러분이 대학 4년을 인생의 준비기로 삼고 공부와 자신의 삶에 충실하여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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