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더라면 정조처럼'을 읽고
(김준혁 지음/더봄 출판사)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훌륭한 군주였던 정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설민석씨는 조선시대 각 왕에게 무슨 무슨 호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정조에 대해서는 완벽한 호랑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 책은 올해, 그러니까 2020년 6월에 발행이 된 약간 따끈따끈한 책이다. 발행한 지 4개월이 안 되어서 벌써 9쇄를 찍었다. 표지 앞에 문재인 대통령 추천도서, 문화체육관광부 ‘이 달의 추천도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화제의 강의라는 화려한 광고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저자는 한신대학교 교수이자 정조와 화성 전문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정조를 전공하여 조선 정조대 장용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정조의 리더십을 정조가 실시한 49가지의 정책과 실천의 사례로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우리 역사에서 정조만한 인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종대왕도 위대한 왕이지만, 왜 많은 리더들이 정조를 모델로 삼고 정조를 본받으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비유로 말하자면, 세종은 아버지 태종이 잡초와 돌을 다 제거해 준 옥토에 훌륭한 집을 지은 군주라면, 정조는 잡초와 자갈이 무수한 땅을 스스로 개척하여 훌륭한 집을 지은 군주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뒤 역적의 아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동궁(왕세자를 일컫는 말)시절부터 왕으로 재위해 있는 동안, 그리고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암살의 위협에 시달렸고 막강한 반대 세력들이 존재했었다. 정조는 왕이 된 뒤에도 아버지를 죽이는데 가담했던 신하들을 제거하지 않았고 자신의 반대세력이라도 정치에 등용하고 탕평책을 썼다. 왕위에 오른 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는데 가담하거나 방관했던 세력들에게 피바람을 일으켰던 연산군과는 대조적이다. 정조의 인품은 이처럼 훌륭했다. 또한, 정조는 학문에서도 모든 신하들보다 뛰어나서 경연에서 신하들을 가르쳤다.(보통은 임금이 경연에서 신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말이다.) 정조는 무예도 신하들보다 뛰어나서 군사들을 직접 지휘하기도 하고 무예기술들을 모아서 무예도보통지라는 무예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화살 50발을 쏘면 50발을 다 맞출 수 있었는데 일부러 1발은 맞추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 명중을 시키면 교만해질까봐 그랬다고 한다. 게다가 검소해서 평소에 비단옷이 아닌 무명옷을 입었고 옷이 헤지거나 구멍이 나면 꿰어 입었다고 하니 이쯤되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기 캐릭터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정조에게 이 단어가 딱 어울릴 것 같다.) 이 밖에도 노비제도를 폐지하고자 한 점이나 신분을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한 점, 금난전권을 혁파하여 경제를 개혁한 점, 10살 이하의 고아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길러준 점,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활성화시키고(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양반사대부들이 언문이라고 무시하면서 쓰지 않아 훈민정음이 보급이 안 된 상태였었다.), 성리학 외의 모든 학문을 사문난적이라고 규정했던 시대에 다양한 사상과 서학까지도 받아들여 문화와 문물을 발전시켰던 점 등 정조가 실시했던 정책과 개혁은 무수히도 많다. 그중에서도 정조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 바로 ‘화성 건설’이다. 화성은 단순히 아버지 세도세자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화성은 정조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고 개혁정치를 펼치고자 하는 정조의 꿈이 녹아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수원에서 경제개혁을 실험했으며 여기에서 성공한 정책은 조선 팔도에 보급하고자 했다. 정조는 수원과 서울을 모두 수도로 만드는 양경 체제를 기획하였다. 이곳을 자신의 친위도시로 만들어 정국 운영의 중심이 되게 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고위관료를 화성유수에 임명하였다.) 화성을 통해 효심을 보여준 것도 개인적인 효심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효를 통해 충을 발현하고, 충을 통해 사회의 모든 윤리와 기강을 반듯하게 하여 조선을 개혁하고자 한 것이다. 정조는 화성 축성을 위해 조선의 전통기술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축성기법, 그리고 서양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성곽을 축성했다. 화성 축성에 담긴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조의 위민정신과 개혁정신을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정조라는 임금이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난을 헤치며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에 정진하며 다양한 사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품었던 정조, 그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백성들의 평안과 국가의 안녕이었다. 훌륭한 리더, 위대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는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이며 둘째는 큰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사람임을 정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이끌어가고 경영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훌륭한 사람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면 그와 똑같이는 못 되더라도 조금이라도 닮은 모습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정조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덧붙이는 글★ 정조가 직접 쓴 글의 모음집인 홍재전서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를 걱정하지 말고, 다만 내가 마음을 바쳐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그것을 걱정하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