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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보내는 아침
안겸손 목자님, 부탁하신 글 올려 드립니다. 님을 보내는 아침 주일예배를 마치고 따스한 방안에 앉아 갓돌이 지난 딸애의 재롱을 보며 새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을즈음 난데없이 울려대는 차가운 벨소리는 님이 내 앞서 하나님께 부름받았다는 소식이었네 경황없이 달려와 보니 님은 간 곳 없고 국화 송이와 사진 한 장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네 님 나는 아직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조금 더 마주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싶은데, 그 손의 온기를 느껴보고 싶은데 자네는 왜 그리 서둘렀는가 참으로 야속하이 노오란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어나던 봄 교정에서 우린 처음 만나었지 유난히도 배구공을 사뿐사뿐 잘 다루어 솜씨를 칭찬했더니 누님한테 배웠다며 해맑게 웃었었지 님은 그렇게 항상 웃어주었고 내게 겸손과 온유함으로 대해 주었었지 요즘처럼 날씨가 차가워지고 삶이 각박해질수록 제기동 골목에서 순대와 떡뽁이로 배를 채우고 뜨거운 오뎅 국물을 마시며 함께 마냥 즐거웠던 그때의 따스함이 더욱 그리워지네 어느날엔가 젊은날의 무거운 고뇌와 방황속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읜 상처속에서, 어머니와 누님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속에서, 자네는 무던히도 고민했었지 그런 자네에게 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네 난 내 자신 하나도 책임질 수 없는 연약한 자에 불과했다네 그러던 어느날 자네는 갑자기 달라졌다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고 두 입술에서는 찬송이 흘러나왔다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 성호를 송축하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찌어다 저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구속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으로 독수릭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 (시103:1-6) 내가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서 동생같은 훈련병과 함께 고생할 때 자네는 일본에 갈 준비에 여념이 없었지 군대휴가를 나왔을때는 일본에서 온 편지속에서 자네 소식을 들었다네 자네의 모습은 청춘의 생명력을 발산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 주었었지 제대를 하고 다시 캠퍼스로 갔을 때 자네는 일본 동경에 있었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알리는 봄의 향기가 무르익을 때 자네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네 님의 신부는 아름답고 믿음있는 여인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원의 동반자 나는 두 손 모아 축복하며 기도했었다네 일본에서 들리는 소식은 자네의 아름다운 일들이었네 문부성 시험에 합격하고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 동경 센터에 믿음의 아브라함, 토요헤이 형제를 세우고 아름다운 동역을 이루었다는 것 자네 소식이 늘어날때마다 내심 부러워하기도 하였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무척이나 부끄럽네 이 시가 끝나면 이제 자네 육신도 떠나보내야 하기에 되도록 한 줄이라도 더 길게 쓰고 싶건만 미련한 지혜로서 자네를 잡을 길이 없네그려 자네를 보내기 전에 그 이름이라도 한번 더 불러보고 싶고 그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은데 이젠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게 되었네 자네가 눈을 감기 전에 어머니와 누나를 걱정하며 마지막 함내어 꼭꼭 눌러 쓴 편지에서 주님을 믿고 섬겨 주길 간곡히 부탁했었다지 아무 염려하지 말고 가게나 어머니에 대한 염려도 가족들에 대한 연민도 사랑하는 아내도 하나님 품에 맡기고 편안히 가게나 하나님께서 자네의 수고를 거두시고 가족들을 축복하실 것이네 지금쯤은 주님께서 자네에게 생명의 면류관을 주시고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집을 만들어 주셨을 것이네 그러고 보면 자네를 염려하고 슬퍼하는 것이 너무나 부질없는 일이었네그려 정말 염려스러운 것은 이 땅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우리들이네그려 죽음 앞에 천하영웅도 쓸모없다 했는데 죽음 앞에 부귀가 무엇이며 명예가 무엇인가 이 사람 원망하고 저 사람 미워하는 것이 무엔가 님이여 그곳에서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구려 내가 죽는날도 자네처럼 주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자네처럼 온화한 미소속에 잠들 수 있도록 자네의 죽음 앞에 모든 것이 덧없지만 오직 주님께 드린 것은 영롱하게 남아있네 나는 자네가 몹시도 부럽네 나도 자네처럼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나도 자네처럼 주님을 섬길 수 있을까 님이여 이제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네 나팔소리가 천지에 울리는 그날에 부활의 주님 앞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때까지 잘 지내게 내 이 땅에서 자네가 못다한 주님 일을 하다가 언젠가 뒤따라 가겠네 마지막으로 자네를 위해 기도하겠네 생명의 창조자되신 하나님 아버지 홍요셉 선교사님을 축복하사 생명의 면루관으로 영화롭게 하소서 이 땅에서 흘린 땀과 눈물을 씻어 주시고 그의 영혼에 희락을 주소서 남몰래 아파한 슬픔의 상처를 싸매여 영원한 생명의 완전함을 누리게 하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땅에 남은 자들을 기억하사 축복하시고 그 날에 그와 함께 재회하며 기뻐하게 하여 주소서 흔들리지 않고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게 하소서 2000. 11. 27. 새벽 안양 중앙병원에서 심모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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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박
이창무
3927
Raccoon
박지혜
종된겸손
손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