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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를 읽고
(저자-이식, 전원경 / 출판사-리수) 브렉시트로 인해 요즘 떠들썩한 나라인 영국에 대해 알아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10년 전에 사 놓고 안 읽고 있다가 이제야 다시 읽은 것인데 정말이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보다. 그때는 재미가 없어서 초반부만 읽다가 말았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저자는 결혼 직후 영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부부인데, 남편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캐번디쉬 연구소의 연구원(화학전공)으로 근무하였고, 아내는 영국 시티 대학교에서 예술 비평 및 경영 석사 과정을 밟았다. 책은 주로 아내가 썼는데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인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상반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평소에 드러나는 얼굴은 지킬 박사의 얼굴이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모습 뒤에는 하이드의 얼굴이 있는데, 엄청난 호전성을 보여주는 훌리건들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면 어떤 것이 영국인들의 진짜 본성일까? 저자는 예의 바르고 얌전한 모습은 천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습득해 온 후천적 본성이고 훌리건들의 난동으로 표현되는 ‘하이드’의 본성이 영국인의 진짜 본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영국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의 영국 사람들은 켈트족과 고대 로마인, 앵글족, 색슨족, 그리고 노르만족 등등의 후손들이다. 이 부족들은 기원전 2000년부터 서기 11세기까지 번갈아 영국을 침공하고 또 방어해가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최후의 승자는 노르만족이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의 조상인 이 여러 부족들은 모두들 호전적이고 싸움을 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 역사가들은 과거의 영국 사람들을 “땅 끝에 살고 있는, 몸에 문신을 얼룩덜룩 그린 야만인”이라고 표현하였다. 이 거친 야만인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예절의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들의 성격을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온 것이다. 영국 작가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어느 스코틀랜드인의 실화를 각색한 소설이라는 말을 들으니 영국인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 좋지 않은 모습도 가지고 있는데 영국 사람들을 보면서 타고난 본성도 의식적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서는 영국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개조식으로 썼다. 1. 살인적인 물가와 무거운 세금-15년 전 물가인데 이발비가 2만원, 지하철 한 번 타는데 2,500원, 세탁소에서 바짓단 줄이는데 1만 2천원이었다고 한다. 세금은 소득의 40% 정도를 내는데 대신 복지수준이 굉장히 높고 빈부격차가 많이 없다. 2. 느긋함-한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이것을 고치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인건비도 비싸고 빨리 빨리 오지 않아서 영국인들은 웬만한 고장은 직접 고친다고 한다. 3. 새것을 천대하고 옛것을 좋아함-한 번 차를 사면 10년 동안 타는 것은 기본. 영국의 격언 중에는 “새로운 현명한 일을 하느니 옛날부터 해오던 바보짓을 하는게 낫다”는 말이 있다. 4. 정원가꾸기에 광적으로 몰두함-정원가꾸기는 영국 사람들의 삶의 활력소이자 빼놓을 수 없는 엔돌핀의 원천이다. 5. 사치스런 왕실과 검소한 국민이 공존한다. 6. 영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7. 의회 민주주의를 맨 처음 만든 나라이지만 아직까지 ‘귀족’이라는 신분제를 인정하고 있다. 8. 영국은 전통과 보수의 나라이다. 9. 영국을 움직이는 힘은 신문에서 나온다-정확한 정보와 명료하고 균형 잡힌 논평의 영국신문. 영국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매일 신문을 사 본다는 신문천국이다. 10. 열악한 교통 시스템-좁고 구불구불한 길들, 런던의 지하철은 혼잡하고 낡고 지저분하다. 11.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애용하는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 12. 못 말리는 영국 날씨-1년에 190일 이상 비가오고 7,8월에도 3,4도일 때가 있고, 1,2월에도 15도까지 올라갈 때가 있다. 13. 음식문화가 빈약하다. 단, 아침식사만큼은 훌륭하다. 14. 런던의 양대 산업은 금융과 영어교육. 그래서 그런지 런던에는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거주한다. 15.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연합 왕국이다. 지역감정이 있고, 스코틀랜드의 독립요구가 있다. 월드컵은 1국가 1개 팀 출전이 원칙인데, 분쟁이 심했던 영국의 네 지역은 종주국 특혜로 네 개의 팀이 각각 출전한다. 16. 영국판 고연전인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합성어)의 보트 경주가 유명하다. 몇 일간 여행하고 쓴 책이 아니라 영국 사람들 속에 섞여 3년 동안 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영국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종류의 책들이 그 나라의 드러난 문화현상들만 기술하고 그치는데 반해 이 책은 그 나라의 문화현상 속에 숨어있는 역사적인 배경, 그 현상의 이유들을 밝히고 있어서 좋았다. 영국인에게서 배우고 싶은 점은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삶의 자세와 전통과 옛것을 중시하는 태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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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북웜
종된겸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