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를 읽고
(저자: 수전 케인/ 출판사: RHK)
이 책은 내향성과 외향성의 성격심리에 관한 책으로 특히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 했던 내향성의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호사의 길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자신과 같이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고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밝히고자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내향적인 성격을 비사교적인 성격과 혼동할 때가 많은데 둘이 완전히 겹치는 것은 아니다. 내향적이라는 것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극이 많을 때 쉽게 지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피곤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쨌든 자극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혼자서만 지내고 대중 강연도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 못지않게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 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대중강연을 하는 등 자극이 강한 일을 하고 나서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엘리너 루즈벨트(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부인), 로자 파크스(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유죄 선고를 받은 흑인 여성), 간디, 워런 버핏, 앨 고어, 빌 게이츠 등은 모두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지만 인류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거나 영향력 있는 삶을 산 사람들이다. CEO 라고 하면 외향적인 사람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CEO 중에서 내향적인 사람들도 많고 그들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구성원이 수동적인 집단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외향적인 지도자가 더 효율적이고, 구성원이 능동적인 집단에서는 겸손하고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내향적인 지도자가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우열을 가려야 할 성격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모두 필요한 성격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장점으로는 겸손함, 집중력, 높은 학업성적, 창의성, 정직함, 끈기, 탁월함, 섬세함, 공감능력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모든 내향적인 사람들이 다 이러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특성들이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 책을 읽고 침묵과 고독, 소심함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내향성이 얼마나 좋은 기질인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준다. 사람의 성격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유레카”라고 외치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중 한 가지만 꼬집어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평소에 “과연 교육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교육적으로 노력해도 안 변하는 아이(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또, 똑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가 있는데 왜 한 아이는 아주 모범적으로 잘 자라고 다른 한 아이는 행실이 비뚤어지게 자라는가. 그 부모는 분명 두 아이 모두 똑같이 끔찍이 사랑했는데 말이다. 비슷한 맥락인데, 어떤 아이는 불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어떤 아이는 불우한 환경에서는 잘 자라지 못 하는가? 나는 이런 일련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열쇠는 ‘기질’에 있다. 한 교수가 여러 명의 갓난아기들을 데리고 종적연구를 했다. 자극을 주었을 때 반응하는 정도를 본 것인데 이 때 반응을 심하게 보인 아이는 고반응성 아이로, 반응을 별로 보이지 않는 아이는 저반응성 아이로 분류하였다. 교수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고반응성 아기는 커서 예민하고 내향적인 아이가 될 것이고, 저반응성 아기는 반대로 외향적인 아이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했던 아기들을 몇 년 후에 추적해서 조사해보니 그 가설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고반응성 아이들은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과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가변성이 크다는 얘기다. 좋은 환경에서는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이 좋은 쪽으로 꽃이 피지만 안 좋은 환경에서는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반면, 저반응성 아기는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두 기질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어쨌든 환경과 교육이 중요한 쪽은 고반응성 아이 쪽이다. 고반응성 아이들은 일명 난초 아이들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시들지만 환경이 잘 맞으면 강하고 근사하게 자라는 난초에 비유한 말이다. 난초 아이들을 역경에 쉽게 무너지는 유형으로 보기보다 가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쁜 쪽으로도, 좋은 쪽으로도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내향성으로 인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는 내향적인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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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