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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의 '대지'를 읽고
(출판사 – 글로북스)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며 나에게 읽어보라고 책 한 권을 빌려주었다. 친구가 빌려준 그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는데 그 책이 바로 펄 벅의 ‘대지’이다. 그 때 처음으로 세계문학을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세계문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나를 세계문학의 세계로 인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인 펄 벅 여사는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생후 5개월 만에, 장로교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다. 성장 후 미국으로 가서 대학교육을 받은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20년간 살다가 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집필 활동과 사회운동을 하다가 1973년 버몬트에서 사망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왕룽은 시골의 빈농으로 홀로 아버지를 모시고 살다가 결혼할 때가 되자 부잣집의 하녀인 아란을 아내로 맞이한다. 그리고 가뭄과 홍수 등 잇단 천재지변에도 근검절약하고 부지런히 일해서 땅을 조금씩 사모아 대지주가 된다. (폭동으로 아수라장이 된 부잣집으로 사람들이 몰려가 그 집 재산을 털 때 왕룽도 운 좋게 한 몫 건지는데 그것이 재산을 불리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아란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은 다음 날에도 밭에 나가 일을 하는 강인하고 억척스러운 여성이다. 부자가 된 뒤에도 아란은 변함없이 묵묵히 집안일과 밭일을 하고 시아버지를 봉양하는 반면, 왕룽은 첩을 들이고 사치를 한다. 조강지처였던 아란은 시름시름 앓다가 병으로 죽고, 세 아들들은 누구도 아버지를 이어 농부가 되려하지 않고 아버지가 평생 일군 땅을 팔아 나눠가질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땅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이 망한다. 우린 땅에서 나왔고 땅으로 돌아가야 해! 너희들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자손 대대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땅을 팔면 그걸로 끝장이야.” 위 말은 왕룽이 자식들에게 하는 말로 그의 땅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왕룽을 통해 당시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인은 토지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질긴 잡초와도 같이 어떤 천재지변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 땅을 일궈나갔다. 그들에게 땅은 곧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질긴 생명력에서 감동을 받았는데,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인간의 땅에 대한 집착이 부질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땅을 그렇게 목숨같이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절이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모은 재산(땅)은 자신의 전부가 되고, 집착이 되고, 조강지처도 버리게 만들고, 탐욕이 생기게 하고, 자식들도 망쳤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땅까지 잃게 생겼다. 땅에 집착했던 그에게 남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왕룽이 땅이 아니라 아내를 비롯한 자기 사람들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더라면 그의 노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왕룽은 아내와 자식, 손자와 함께 화목하고 행복하게 노년을 맞았겠지만 소설의 재미는 덜 해졌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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