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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을 읽다'를 읽고
(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출판사) 나에게는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주말이면 어디로 놀러 갈까 늘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길상사’라는 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그곳에는 백석의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적혀있고 또, 길상사의 유래가 소개되어 있다. 길상사는 백석이 사랑했던 기생 김영한씨가 자신의 부지를 시주하여 지은 절이다. 그 부지는 20여년 전 시가로 1000억원 정도에 달했는데 그 많은 재산이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에 질문에 김영한씨는 “1000억원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도 못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생 백석을 그리워하며 산 김영한씨가 창작과 비평사에 2억원을 기증하여 백석문학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나니 백석과 그의 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의 시를 찾아서 읽어보게 된 것이다. 백석은 총 100여 편의 시를 남겼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백석 시의 참맛을 알 수 있는 시 21편을 골라서 엮은 것이다. 시만 실려있는 것이 아니고 자세한 해설이 덧붙여 있어서 시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잘 이해한 만큼 시를 충분히 느끼고 음미할 수 있었다. 백석의 시는 큰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사소한 것을 이야기하는데 그 사소하고 소소한 것이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 주고 아름다움을 선사해 준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그의 시는 여인(사랑)과 여행, 음식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달픔과 고향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아 살며 보고 느꼈던 풍경과 정취들, 외롭고 쓸쓸한 마음들이 그의 시에 많이 나타나 있다. 자신의 삶을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다른 사물들과 상황들을 묘사하면서 거기에 자신의 감정과 삶을 투영하는 형식으로 주로 시를 썼다. 백석의 시 중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적어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의 시는 나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었고 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인도해 주었다. 다른 시인의 시들도 계속 찾아서 읽어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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