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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부득탐심
책이름 : "이창호의 不得貪勝(부득탐심)" 출판사 : (사)한국물가정보 저 자 : 이창호 "만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나의 등대였다. 나는 조훈현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 비로소 넓은 세상을 시야에 담을 수 있게 된 난쟁이에 불과하다. 300대국이 넘는 사제대국을 치르면서 하나둘씩 타이틀을 넘겨주고 때때로 허탈하게 쓴웃음 짓던 나의 선생님 조훈현 9단. 하지만 나는 어디에서도 나를 내제자로(內弟子) 받아들인 일을 후회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가장 길게 인용한 것으로 기억하는 본문이다. 바로 바둑계의 제왕 이창호 9단의 이야기이다. 1975년 생으로 나이 11살에 초단에 입단하여 그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15년간을 전세계의 바둑계의 제왕으로, 한중일의 모든 바둑계를 두려움에 떨게하였던 이창호 9단이다. 한 중국의 바둑계의 원로는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고 한다. "이창호도 사람인데, 중국기사들은 왜 항상 이창호에게 지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반상에서 그들 대했던 수많은 국내외의 프로기사들은 마치 바위를 앞에두고 시합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 바둑계의 거성 중 한명에 틀림이 없다. 내제자(內弟子)라는 용어는 원래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내제자란 숙식을 같이 하며, 스승의 모든 것을 배우는 이른바 '도제'와도 비슷한 단어이다. 그러나 도제보다도 더 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것 같다. 이창호의 나이 9살에 조훈현 9단(당시31세)은 어린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집 2층에 숙식을 하게 하며, 그의 생활을 전부 서포트하며, 바둑을 가르쳤다. 당시의 바둑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농담을 하였다고 한다. "호랑이새끼를 키워서 나중에 물리는 것 아니냐." 실제로 불과 몇년이 안되서 사제지간의 대국이 벌어지고, 제자인 이창호가 스승의 타이틀을 하나 둘씩 빼앗아오기 시작하자, 한 신문에서는 만화란에 조훈현의 집 2층에 어린 호랑이가 잠자고 있는 만평을 내기도 하였다. 조훈현이라고 이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러나 그는 기꺼이 어린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이고, 양육하였으며, 국제적인 바둑의 거목으로 키워내었다. 이런 거인의 어깨 위에서 어린 이창호가 바둑계의 거목으로 자라나서 세계를 호령하였다. 실로 놀라운 일이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창호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깊이 알고 있었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이런 스승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교차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과학계에서 우수한 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타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혹자는 노벨상을 탄 과학자 밑에 내제자로 들어가지 못해서라고 하기도 한다. 보다 넓은 세계는 거인의 어깨에 타보고서야 비로서 보게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2세들은 이런 면에서 행운아임을 깊이 자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엄마, 아빠들은 보통의 부모가 아니며, 바로 이런 믿음의 세계속에서 살아온, 신앙의 거인들이기 때문이다. 80년대와 90년대의 격변기에서 수 많은 캠퍼스 지성인들이 가치관을 잃고 방황할 때, 사회주의와 데모의 물결을 극복하고, 바로 성경적 가치관으로 오롯이 밀고 살아왔던 바로 그 신앙의 거인들이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제기동에 살고 있는 돈없고 백없는, 그래서 별볼일 없이 보이는 모습이지만 말이다. 이런 것쯤은 내면으로 꿰뚫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정신이 들어있는 2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신앙의 거인 부모님 밑에서 이제 이 세상의 악한 세력, 죄의 세력과 싸우고 이창호와 같은 믿음의 놀라운 세계적인 진보를 이룰 특권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2세들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부모들은 이런 자랑스러운 2세들을 키우고 사랑과 믿음과 지혜로 양육하는 축복된 스승이기도 하다. 이 역시 축복이다. 집안에 한두명씩 내제자(內弟子)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 책은 이 사실을 말하고 있으며, 이 때 얼마나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가를 말하고 있는 생생한 보고서이다. 그렇다. 바로 그렇다. 정말 그렇다. 정욕과 물질과 제멋대로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죽어가고 있는 이 시대를 살릴 사람들은 내제자, 바로 2세들임을 다시 한번 천명하는 책이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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