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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유황도) 전투
2004.10.25 ================== 이오지마(유황도) 전투 ================== 과거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은 ‘유황도의 영웅’이라는 미국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의 미국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투에는 미국의 영웅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군들도 끝까지 항전했다. 그들 중에는 아래의 글에 나오는 구리바야시 다다미찌라는 일본군 육군 대장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아래의 글을 여기 옮겨놓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들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글이 내가 발견한 어떤 글보다도 이오지마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비교적 상세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이 가져다 주는 비극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 <구리바야시 다다미찌> 1891-1945 일본 육군대장. 이오지마(硫黃島) 전투때의 일본군 수비대 지휘관. 육군대학을 2등으로 졸업한 수재. 미국, 캐나다의 주재무관을 거쳐 기병대좌로 육군성 마정과장을 역임. 귀족적인 풍채와 뛰어난 문재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일본육군이 낳은 가장 과감한 지휘관의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전시 일본 국민가로 애창되던 애마진군가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1944년 5월 27일부로 제 109사단장 겸 오가사와라 지구 집단장으로 임명되어 이오지마에 부임. 이때의 계급은 육군중장. 착임 1주일 후인 6월 15일부터 사이판섬에 대한 미군의 상륙작전이 시작되면서 이오지마에 대한 견제공습이 시작되었다. 이오지마는 넓이가 약 20평방킬로, 우리나라 황해에 있는 백령도의 반이 조금 덜 되는 자그마한 섬이다. 끝에서 끝까지 가장 긴 거리가 약 8.3킬로(북동-남서)이며 가장 좁은 거리가 약 800미터, 이 섬의 남단에 높이 169미터의 유명한 스리바찌산이 우뚝 솟은것 이외에는 거의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평탄한 지형이 비행장으로서는 최적지이며 사이판섬과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선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미군측에는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사이판섬을 비행기지로 확보한 미군측으로는 이오지마는 사이판에서 일본 본토로 향하는 B29 폭격기의 불시착지 혹은 호위전투기의 중계기지로서 이용할수 있는 외에 일본측의 반격기지를 소멸시킨다는 의미로서도 이오지마 공략은 필연적인 작전으로 판단되었다. 미군측에겐 절대 필요한 것이었고, 구리바야시 중장으로서는 이를 예견하고 만반의 방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입장이었다. 구리바야시중장이 갖춘 수비상황을 보면 총병력 23000명으로, 보병 9개 대대와 해군본대 5500명, 전차 1개 연대, 포병 2개 연대, 속사포(대전차포) 5개 대대, 박격포 5개 대대의 병력이었다. 구리바야시중장이 전력투구한 방비의 경이적인 특징으로서는 동굴진지의 책성법이었다. 지하 15 내지 20미터의 깊이로 구축된 지하호진지는 폭탄이면 적어도 250킬로 이상, 포탄이면 전함의 주포에도 능히 견딜수 있는 견고한 요새로 되었으며 웬만한 포, 폭격으로는 난공불락인 철옹성이었다. 이러한 진지가 특히 스리바찌산과 북부지대인 원산에 주진지로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해안에도 반지하식의 철근 콘크리트제 토치카를 구축하는 동시 지하도를 통해 주진지인 스리바찌산과 원산과도 연결되었으며 섬을 한바퀴 돌수있는 지하통로를 만들어 필요하다면 수시로 어느곳으로든지 적군의 배후를 강타할수 있게 만들었다. 지하도는 예정된 28킬로의 약 70%인 약 18킬로를 완성한채 미군을 맞이하게 되었다. 프랑스가 자랑하던 마지노선도 이만큼 주도면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경탄이 나올 정도라 했다. 이오지마 수비대를 공격하는 미군 전투병력은 해병대의 정예 3개사단 약 75000명, 이에 동행하는 해군부대를 합치면 23000명에 달하며 게다가 방대한 군수물자가 뒤따랐다. 왕년의 명화 '유황도의 모래'로 익히 알려진 처절한 이오지마 공방전이 시작된 것은 1945년 2월 19일의 일이었다. 이에 앞서 미 함정에 의한 3일간의 맹렬한 포, 폭격이 가해졌다. 섬 전체에서 푸른색을 발견하기 어려우리만큼 초토화시킨 포, 폭격은 폭탄 124톤, 로케트포 2254발, 네이팜 소이탄 등을 하늘로부터 퍼부었으며 함정은 16인치에서 5인치 포까지 합게 38550발을 쏘아댔다. 남단의 스리바찌산은 약 7분의 1이 날아가고 섬 전체가 폭연에 휩싸여 이미 생물은 생존하지 않는다고 하는 처참한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2월 19일 미 해병 제 3, 제 5사단이 이오지마에 상륙했다. 3개사단의 병력은 75145명으로 75밀리 이상의 화포 168문, 전차 약 150대를 양륙했다. 이오지마로 쇄도한 공격부대용 함선 495척 이외에 지원함정으로서 구식전함 7척, 중순양함 4척, 구축함 15척, 호위항공모함 11척이 참가했으며, 다시 대형항공모함 17척을 주축으로 하는 마크 미쳐중장 휘하의 제 58기동함대가 가세했다. 미군측 총지휘관은 제 5함대 사령관 R. 스플루안스 대장이며 공격부대 지휘관으로서 H.스미스 해병중장, 그의 지휘하에 위의 3개 해병사단을 두고 또 H.슈미트 해병소장이 지휘하는 제 5 수륙양용군단이 배치되었다. 이오지마 공방전은 실로 처절하고 참담했다. 당시의 종군기자이던 전사가 로버트 샤로트는 '지옥의 교두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오끼나와 공략을 다음 작전계획으로 책정하고 이오지마를 공략하는데 5일간으로 예정한 미군측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진하는 거리는 하루에 고작 몇 야드, 때로는 몇 인치로 헤아릴만큼 실로 굼벵이걸음이었다. 수 야드의 전진에도 사상자를 강요당했던 처연을 극한 전황이었다. 상륙한지 25일 후인 3월 14일 가까스로 일본군의 조직적 저항이 배제되고 점령을 시사하는 미성조기가 게양식이 거행되었을때만 해도 각 사단의 하루 평균 전진거리는 최장 70야드, 여기에도 사상자는 하루평균 120명이라고 보고되었다. 구리바야시 중장이 지휘하는 일본군은 미군에 비해 더 말할나위 없이 열세였으며 중과부적이었음은 사실. 주진지가 있는 스리바찌산이 2월 23일에 예상보다 빨리 점령당해 섬의 북단으로 몰리고 있었다. 앞에 말한 3월 14일을 이틀 지난 3월 16일 구리바야시중장은 이 이상의 조직적 저항이 불가능함을 단정하고 비장한 각오로 본국 대본영에 결별전문을 띄웠다. '전국은 최후의 문턱에 직면했음...이제는 탄환도 떨어지고 물마저 메말랐음. 전원 반격하여 최후의 전투를 단행할수밖에 없음...황국의 필승과 안녕함을 빌며 영원한 결별을 고함...' 구리바야시 중장은 상황의 막바지를 판단하고 3월 26일 새벽, 최후의 돌격을 명령했다. 그는 최선두에 서서 군도를 뽑아 치켜들고 '전진, 전진'을 외치며 돌진했다. 기병전으로 착각한듯한 이 웃지못할 무용담의 한토막을 연출했다. 그는 부상, 유혈이 낭자하면서도 돌격했다. 그러나 출혈이 심해 움직일수 없어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나의 시체를 적에 넘기지 말라'고 명하며 측근 참모인 나까네 중좌로 하여금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쏘아줄것을 부탁했다. 일본 무사도적인 최후를 장식한 셈이다. 그가 즐겨쓴 신조는 '指揮官 陣頭, 軍紀嚴正, 上下一體'의 세가지 요목이었다. 이 전투에서 미군측 손해는 해병 3개사단만으로 사상 25851명. 이에 비해 일본측 전사자는 19900명으로 집계되었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측의 손해가 일본군을 이토록 대폭 상회한 기록은 없었다. 일본 측의 표현을 빌리면 포로가 된 일본군 1033명 가운데 설영대원을 제하고 부상 없이 투항한 장병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자랑을 곁들이고 있다. 최근(1973년 3월 하순) 이오지마 공방전에 관한 기록영화가 전후 28년만에 일본에서 공개되었는데, 이 영화장면 가운데 일제치하에서 일본에 끌려간 한국인 노무자 10여명이 '미국군 장병님, 조선사람 10명 살려주십시요'(일어원문 의역)란 플래카드를 품고 미군에 투항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어 특별한 의미로 우리의 주목을 끈다. 이 영화는 미국 국방성의 금고에 깊이 간직돼온 다큐멘터리 필름이었다. ------------------------------------ 인간은 하나님을 떠나면서 전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전쟁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전쟁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긴다. 역사의 기록은 이런 전쟁, 전투에게 누가 이기고 누가 패했다고 기록한다. 그러나 지울 수 없는 전쟁의 고통을 생각하면 누가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위의 글에서 한국인 노무자 10여명이 ‘미국군 장병님, 조선사람 10명 살려주십시오’하는 플래카드로 품고 미군에 투항했다는 글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으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가슴에 한과 슬픔을 품고 눈물 흘렸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경제적 이유에서건 정치적 이유에게서건 사상적 이유에서건 여하간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을 한다. 이오지마 전투는 섬에 고립된 일본군 미군 사이의 전투였다. 미군은 뒤에서 얼마든지 군수물자와 병력을 지원받고 보충 받으면서 전투를 했고 일본군은 자신들이 현재 가진 것으로만 전투해야했다. 일본이 패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도 많은 죽었지만 미군도 엄청난 피를 흘렸다. 전투 중에는 전투 자체가 주는 두려움 때문에 미쳐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전투의 두려움 때문에 미쳐버린 미군이 있었다. 이오지마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후의 항전을 하며 구리바야시 장군이 군도를 빼어들고 ‘전진’을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갈 때 이를 보는 일본군들도 황국 만세를 외치면서 다들 제정신을 읽고 그를 따라 나가 싸우다가 죽었을 것이다. 군도를 빼어들고 앞으로 달려나오는 일본군을 보는 미군들은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 그러면서 그들은 죽고 죽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백령도의 반이 채 되지 않는 그 작은 섬에서 45000명의 사상자가 난 것이다. 미군들의 포격으로 푸른 풀잎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를 폐허가 되어버린 이오지마- 유황도-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전투를 하다가 정말 삭막하게 죽어갔다. 푸른 태평양 물결은 그 바다와 그 섬이 만들어진 이후 유황도의 해변에 변함 없이 파도쳐 들어오고 파란 하늘에 태양도 변함 없이 내리 비치는데 인간은 거기서 피흘리는 전투를 했다. 그리고 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았다. 아버지,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면서, 그리고 자기 형제, 아들 딸들이 너무 보고 싶어 품속에 빛바랜 한 장, 혹은 몇 장의 사진을 보면서.. 머리속에 고향 땅의 친구들을 그려보면서...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인 생각을 하다가....그리고 구리바야시 장군이 전진을 외치며 칼을 빼들고 달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다같이 갑자기 미친듯 총을 쏘고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그렇게 죽어갔다. 이 전투와 죽음을 생각하고 있자니 유황도의 푸르른 태평양과 그 해변가의 하얀 파도 부서지는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그곳의 파도 소리는 비참히 피흘리며 죽어간 영혼들의 슬픈 한탄의 소리일까. 역사 속에 인간의 어리석음을 탄하는 파도 소리일까. 변함 없는 푸른 바다, 변함 없는 인간 역사,... 인간 역사 속에는 이런 비극이 있다. ---------------------------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아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도서 이루어지이다.” -마태복음 6: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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