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mk
ㆍ작성일	2016-07-26 (화)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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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의 오리들

오늘도 청계천 이야기 한토막 할까 한다. 청계천 마장동 부근 아래쪽에는 외가리나 오리 등 각가지 새종류들이 제법 있다.청계천 얕은 물에 잔물고기들이 이들의 먹거리로 풍성하기 때문이다. 언제가는 한곳을 줄곧 응시하던 외가리가 갑자기 물속을 쪼아 자기의 긴부리로 한번에 두마리의 물고기를 잡아올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순식간에 벌어진일이다. 또 한번은 큰오리가 작은 오리의 목을 잡아 물속으로 한동안 쳐넣는 것을 보았다. 숨을 못쉬게해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큰놈이 이짓을 몇번 하자 주변의 두마리의 오리가 다가와 싸움을 말리고 각각 한마리씩 반대 방향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았다. 또 한번은 기운 없이 걸어오는 오리를 뒷놈이 달려와 그 등에 뛰어올라 타고 아랫놈의 목을 마구 물어 뜯는 것도 본적이 있다. 아래에 깔린 오리가 꼼짝않고 날 잡아 잡수 하듯 있는데 그때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아내는 보다 못해 나무가지를 주워들고 위에서 공격하는 놈을 쫓아내려고 까지 했다. 그 조그만 오리는 큰 놈에서 실컷 쪼이고 목덜미에 벌건 상처를 입은채 비틀거리며 돌계단을 걸어 올랐다. 기가 팩 죽어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다 포기했다는듯 피하지 않는다. 피할 힘도 없는 듯하다. 강자는 떠나고 당한 놈은 외롭게 날개를 퍼득이며 흩어진 자기 깃털 정리를 하다. 청계천의 오리들은 늘 자기가 있는 곳에 있다. 그곳은 자기들 영역으로 지정되어있어 외부 오리 접근 금지다. 정말 TV속에서나 보는 동물의 왕국이다. 이곳에서도 병약한 오리는 도태된다. 그냥 무심히 지나면서 이들을 보면 마냥 한가롭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가까이 자세히 살펴보면 힘 좋은 놈이 다 차지하고 제 마음대로 하고 약한 놈은 쫓기고 물어뜯기고 물고문을 당한다. 아무도 악한 놈을 동정하지 않는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다 이 모양이다. 이 세상에 죄와 저주가 얼마나 만연해 모든 것의 골수속까지 깊이 파고 들어 갔는지 알 수 있다. 죄의 속성은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매 한가지다. 한번은 한 곱추 청년이 늙은 오리에게 과자를 먹여주는 것을 보았다. 다가 와서 받아 먹는다. 다들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