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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919 (2)
2004.9.21 ===================== 19910919 (2) ===================== 19910919 (1)에 이어... ------------ 이런 상황 가운데서 수술이 끝나고 동역자는 거의 한달을 경희의료원에 입원해 있어야 했다. 특히 동역자는 수술 이후 염증이 심해 수도 없는 주사를 맞아야했다. 나는 동역자가 매일 주사 맞는 것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세상에 어쩌면 저렇게 많은 주사를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야 했다. 동역자는 거의 한달 내내 하루에도 10대 이상(아마 20대는 됐을지도 모른다.)의 주사를 맞은 같다. 어쩌면 그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피검사를 해야한다며 살에 바늘을 꽂지만 너무나도 자주 맞는 주사 때문인지 혈관이 살 속 깊이 숨어들어가 혈관 찾기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피를 뽑기 위해 간호사들은 여러 번 바늘을 꽂으며 혈관과 싸워야했다. 이때 주사를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퇴원 후에도 동역자의 몸은 주사 바늘 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예방주사 한 번 맞는 것도 가슴이 떨린다. 주사 바늘이 따끔거리며 살 속으로 푹 찔러 들어가는 것 모습이 내겐 공포 그 자체같이 느껴진다. 언제가 쎈타의 한 간호사 자매가 내게 링겔을 맞혀주려 왔다가 혈관을 못잡아 하도 여러번 바늘을 꽂는 통에 너무 아파 링겔 맞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매를 그냥 돌려보낸 적이 있다. 그때 바늘에 찔린 곳이 며칠 동안이나 따끔거렸고 뼈속을 파고 드는듯한 아릿아릿한 고통이 계속 되었다. 그러나 동역자는 하루에 십수대 이상의 바늘에 찔리며 한 달을 보냈다. 항생제를 주사로 맞을 때는 얼마나 아펐는지 동역자는 참다 못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인 한 이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환자가 주사를 아무리 싫어해도 시간만 되면 간호사들은 어김없이 주사 다발을 들고 입원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환자가 뭐라고 하든 이리 저리 찔러가며 아프다는 환자에게 엄살이 심하다는 말도 가끔 해가며 자기 할 일은 하고 나간다. 그리고 수술한 곳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피검사를 한 결과는 언제나 염증이 많다고 하였다. 이 염증과 싸우느라고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많은 주사를 맞았다. 그럼에도 상태는 좀체로 호전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동역자는 많이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몸이 아파 울고 마음이 아파 울었다. 나도 함께 많이 울었다. 이런 동역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파하는 동역자와 함께 기도하는 것, 그리고 내 입으로 하나님을 한마디도 원망하지 않는 것, 그리고 휠체어를 끌고 동역자와 함께 병원 복도 여기저기를 다녀주는 것 외에는 말이다. 내가 동역자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 복도 어딘가를 지나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고생이 많다며 우리를 세워두고 아주 오랜 시간 기도해주었다. 얼마나 깊이 기도를 해주었는지 ‘마리아’라고 하는 그 아주머니- 이제는 얼굴을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그때의 그 기도소리가 지금도 귀에 낭낭히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리고 그 기도가 우리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수술 후 3주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염증이 겨우 가라 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염증이 가라앉기 시작한 이후에도 염증 치료는 그렇게 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계속 주사를 맞지만 눈에 띄는 진전이 없자 의사들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왜 이렇게 염증이 오래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날마다 피를 빼 검사하지만 워낙에 진전이 미약해 의사들도 좀 지친 것같다. 그런 어느 날 의사는 이런 상황하에서는 일단 퇴원하여 통원 치료하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에 입원하지 한 달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의외로 집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신속하게 나아졌다. 염증도 금새 가라앉았다. 그리고 동역자의 몸이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은 목자님들, 사모님들, 가족들이 도와주어 동역자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퇴원 후 정기 검진을 받으려 병원에 자주 가야했다. 동역자 수술을 해주었던 주치의는 아기 가지면 위험하다며 아기를 갖지 말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렇다. 아기를 가지면 안된다. 동역자는 임신을 하면 안된다! 그것은 동역자의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는 이제 아기 없이 산다.’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주변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엄마나 아빠가 안고 있는 아기들, 업고 가는 아기들이 유난히 보이기 시작한다. 쎈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더 귀엽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그 부모들에게 얼마나 귀중한지 그것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기들이 아무리 귀엽더라로 나는 함부로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누가 혹시 내 동역자에게 모세 목자님이 아이들을 참 귀여워해준다거나 잘 놀아준다는 말을 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될 때 동역자가 느낄 마음의 짐, 그 고통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역자가 보는 앞에서는 아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 아기들에게 무관심한 척하고 살았다. 그리고 또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일생 아이 없이 산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인생이 무엇이겠는가. 열심히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죽어 천국가는 것 아닌가, 내게 하나님이 있고 사명이 있으면 됐지, 그리고 동역자가 있으면 됐지, 내게 더 이상 무엇이 꼭 있어야한다 말인가 하며 나는 일생 그렇게 살고자 했다. 그런데 동역자는 그게 아니다. 동역자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한다. 당연한 소원이겠지만 몸이 전혀 아기를 낳을만한지 않은 것이 문제 아닌가. 아기를 낳을 수 있으려면 아주 작아지고 얇아져 있는 그 위태한 자궁이 커져야하고 두터워져야하고 또 튼튼해져 탄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회복이 되겠는가. 물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동역자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그렇게 해주신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는 것은 알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해주실까.... 이런 상황에서는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아니면 그야말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며 도전해야하는 것인가? 글쎄 하나님이 우리가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 해도 어느 때 아기를 가질 수 있는지, 동역자의 몸 안의 사정을 얼마나 자세히 알고 확신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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