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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919 (3)-끝
2004.9.24 ================== 19910919 (3)-끝 ================== 그러나 의사 말이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나님이 자녀를 주실 것임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마지막 순간에 피를 멎게 하시어 비록 그 모양이 형편 없었겠지만 자궁을 살려 보관하신 하나님의 결정적인 손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와 동역자는 믿음을 가지고 날마다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동역자는 직장(고교 교사)을 다니면서 틈나는 데로 시간을 내어 병원을 다니며 검진 받았다. 담당 주치의 말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도 다른 병원 가서 다른 의사들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상황의 자초지종을 말하면 의사들은 모두 한결같은 말로 임신하지 말라고 한다.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아기 가질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상태는 아주 위험한 것입니다. 절대 아기 가질 생각을 마세요. 세상에는 아기를 가지지 못해 고통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기를 갖기 위해 별아별 수단은 다 써봅니다. 그래도 아기를 갖지 못하니까 나중에는 자기는 유산이 되어도 좋으니까 임신이라도 한 번만 해보았으면 한이 없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그래도 임신이라도 한번 해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그것 만으로라도 감사하고 아기는 절대 갖지 마세요. 정말 위험합니다. ’ 의사들이 한결같이 이런 말을 하는 가운데도 동역자와 나는 계속 기도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병원을 다니며 꾸준히 검사를 했다. 자궁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변화가 있는지 초음파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리고 경희의료원에서 수술을 담당했던 주치의가 서울 중앙 병원으로 옮겨가자 그곳으로 그 의사를 찾아가 꾸준히 정기 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여전히 말을 신중했다. 임신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의사의 이 말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와 동역자는 꾸준히 기도했고 그런 가운데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아기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갖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크기가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궁벽의 두께도 처음보다 많이 두터워졌다는 판단도 얻게 되었다. 그 형편없던 자궁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궁이 원래 회복의 기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자궁은 조금씩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상황이 예상 외로 호전되자 의사도 다소 그 변화에 의아해하는 듯 하였다. 참으로 고무적이었다. 이후에도 계속 정기 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마침내 아기를 가져도 되겠다는 확신을 생겼다. 물론 의사들의 말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하며 마침내 아기를 가졌다. 다시 임신을 한 것이다. 경희 의료원에서 처음 수술을 받고난지 2년이 지난 때였다. 의사들이 다 말리던 그 형편 없던 아기 집에 아기가 들어앉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부터가 문제였다. 아기가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할텐데 동역자의 자궁이 마지막 까지 잘 버터줄 것인지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떨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일을 시작하셨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나와 동역자는 꾸준히 기도했다. 또한 병원을 꾸준히 다니며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을 점검해나갔다. 몇 개월이 지나자 동역자가 임신했다는 것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것이다. 뱃속에서 아기가 점점 크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기가 자라면 자라는 만큼 배가 불러 오는데 그러면 그런 만큼 나의 마음도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도 했다. 의사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자궁이란 마치 풍선과 같아서 아기가 자랄수록 풍선이 커지듯 커지는데, 그런데 그것이 자기 능력이상으로 커질 때는 풍선이 터지듯 터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환자는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자궁이 아기를 낳을 만큼 커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 합니다. ’ 이런 의사의 말은 자주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바라보고 기도하면 내면의 불안감이 없어지고 오히려 감사와 평안이 심령에 충만해져 왔다. 시간이 갈수록 동역자의 배는 점점 더 커졌다. 얼마까지 커져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뱃속에 아기도 커가고 있었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또 안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심각하게도 그 아기집 안에서 또 혹이 함께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혹이 다시 생긴 것이다. 그 혹도 자라면서 태아를 누르며 그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깨어 기도해야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모든 것을 관찰해야했다. 문제는 이제 이 아기를 언제 낳느냐는 것이다. 혹시의 사태를 생각할 때 언제 아기를 꺼내야하는가 그 시점을 잡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이러는 가운데 날이 차서 아기 낳을 날이 정해졌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그 약한 자궁은 그때까지 모든 것을 잘 견디어주었다. 동역자는 입원했고 마침내 아기를 낳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갔다. 나는 수술실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수술실 앞 전광판에 동역자가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불이 들어왔고 잠시후 동역자는 수술실에서 나왔다. 산모는 건강했다. 그리고 사내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하나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아기의 몸무게는 2.1 kg 이었다. 보통의 아이들은 3.3 kg 이다. 크게 나오는 아기는 4 kg 이 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난 것이다. 내 주먹 두개를 포개 놓은 것보다 조금 큰 아주 작은 아이, 그 아기가 태어나면서 ‘모세’라는 이름을 받았다. 아빠의 Bible name이 모세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버려질 수 밖에 없던 자궁이 마지막 순간 건짐을 받고 그 안에서 태어나 그 이름이 ‘모세’가 된 것이다. 아기를 낳고난 후 주치의는 이것은 일종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아이를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지만 아기 모세도 하나님이 주신 것임이 분명했다. 아기는 태어났을 때 건강이 정상이 아니라 곧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했다. 젖 빠는 힘도 아주 미약하다. 하루 종일 먹는 우유의 양이 얼마나 적은지 도데체 ‘요 만큼’을 먹고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큐테이터에 들어간 아기는 링켈 주사는 꽂아야했다. 머리 세미한 혈관에 바늘을 꽂아 영양 공급을 받는 것이었다. 환한 불빛을 받으며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있던 아기가 보기에도 애처로웠다. 아기의 변이 하얗게 나왔다. 몸 안 담즙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로부터 아기의 담도가 막힌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았다. 한 달 후 아기가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후 우리는 아기를 안고 담도 검사를 하러 병원을 다녀야했다. 초음파 정밀 검사를 하며 담도가 막혔는지 아닌지 몇 차례나 확인해야 했는데 의사는 아기의 담도가 막혔다며 아무래도 수술을 해 막힌 담도를 뚫어야한다고 했다. 이 조그만 아기의 배를 열어 담도 뚫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기가 찬 일이지만 할 수 없지 일이었다. 의사는 별 위험한 수술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거야 의사의 견해이고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지 않는가. 이 녀석은 왜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고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사는 최종적으로 수술 결정을 하기에 앞서 마지막 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런데 의사는 이번에는 담도가 막혀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수술 결정을 미루었다. 실제 아기는 노란 색의 변을 보기 시작했다. 아기에게는 이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튼 아기 모세는 이렇게 태어나 자라기 시작했다. 어릴 때 얼마나 먹는 것을 싫어하는지 우유도 먹기 싫어하고 밥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 하도 먹지 않아 나와 동역자는 속이 상하기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여하간 아기는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조금 자라면서 엄마 아빠와 놀기도 하고 함께 노래도 부르며 같이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아빠의 즉석 창작 동화 듣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힘들게 힘들게 겨우 머리를 짜내 이야기 하나를 끝내 놓으면 ‘또 해줘’하면서 졸랐다. 그러면 나는 또 머리를 짜내 이야기를 해줬다. 한편으로는 아이와 대화하며 노는 것이 즐겁고 한편으로는 없는 이야기 짜내느라고 고달픈(?)시간을 보내야했다. 아이가 점점 커지면서 나는 아침마다 아이와 함께 고대 운동장에 나가 자건거도 타고 공도 차고 야구도 했다. 아무리 던져도 얼마 올라가지도 않는데 그래도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농구공을 골대를 향해 던졌다. 아이는 낮에도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공을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녀석이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어디로 사라졌다. 동네 방네 다 찾아다녔지만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혹시나 하고 마지막으로 쎈타를 가봤더니 쎈타 출입문 계단에 이 녀석이 서 있었다. 한쪽 팔에는 축구공을, 다른 쪽 팔에는 농구공을 끼고 때국물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로 나를 보고 ‘아빠’하며 신나게 부른다. 나는 순간 아이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화를 버럭내며 야단을 쳤다. 자기 딴에는 아빠가 좋고 반가웠는데 심하게 야단을 치니 놀라며 눈물을 찔찔 흘리며 운다. 그래서 순간 마음을 바꾸어 다시 달래주었다. 그랬더니 다시 웃는다. 이때가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 것 같다. 어릴 때 교육원에 다니면서 자기보다 작은 여자 아이에게 맞고 다니더니 이 아이 모세가 커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기 반에서 가장 큰 아이가 되었다. 아무도 모세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인데 지금도 반에서 제일 크단다. 키가 174 cm로 나보다 크다. 안돼도 180까지만 커주면 좋겠다. 그저께는 자기반 씨름 대표를 뽑혔단다. 집에 와서는 왜 선생님이 자기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씨름 한번 해본 적이 없는 자기를 일방적으로 대표를 뽑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린다. 그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씨름 대회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힘도 한번 못 써보고 졌어요.” “ 아, 연습할 때는 안 그랬는데 정식 시합을 할 때는 안경을 벗으래잖아요. 잘 안보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거들었다. “맞어, 안경 쓰던 사람이 갑자기 안경 벗으면 얼마나 갑갑한데. 그러면 당황돼서 못해.” “아-- 내일 학교 가면 반애들이 내가 씨름에서 졌다고 뭐라고 그럴텐데....” “야, 뭐 그런 걸 가지고 걱정하냐, 그냥 ‘아, 미안해, 용서해줘’하고 말해. 그러면 되지. 그리고 이것 가지고 누가 계속 뭐라고 하면 그냥 인상 한번 쓰고 ‘이제, 그만해’하고 목소리 깔고 말해” 공부나 잘하면 좋겠다. 물론 믿음의 사람으로 크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 아빠의 기도:“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능욕을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 주심을 바라봄이라” -히브리서 11:2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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