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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Rainer Maria Rilke
 2004.10.17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Rainer Maria Rilke ================================================ 오늘(04.10.16) 조간 신문 부록에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쓴 cover story가 있었다. 그는 이 글에서 소설가이자 혁명가인 우리나라의 정수일 씨와 중국의 루신의 문학과 사랑, 그리고 그 삶에 대해 써내려갔다. 그러다가 글의 말미에 갑자기 독일의 작가 릴케(Rilke)의 글을 인용한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있다. “... 오늘 나는 아마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꺼내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옛적에 초록빛 연필로 밑줄 쳐 놓은 구절을 다시 읽게 될 것만 같습니다. ‘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어렵고 궁극적인 것이며 최후의 시련이요, 다른 모든 일이란 실로 그 준비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한결 높고 고독한 독거입니다. ’라는 구절을요. ” 내가 이글을 이곳에 옮기는 이유는 릴케의 말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다. 물론 위에게 인용된 그의 말은 과연 밑줄을 그어놓고 두고 두고 음미해볼 만한 하기도 하다. 모든 일은 사랑을 위한 준비였다는 그의 말은 참사랑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정말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해두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정작 이 짧은 글에서 만지고 싶었던 것은 이 글을 읽다고 만난 ‘릴케’라는 이름과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름이다. 정말 오랫 동안 잊고 있었던 이름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그는 체코 출신으로 1875년에 태어나 1925년까지 살다가 간 독일 시인이다. 그의 글은 인생과 사랑에 대한 내면적 고뇌로 가득 차 있어 그의 글을 읽어나가면 가슴이 시려 온다. 나는 릴케의 글을 20대 초반에 자주 읽었었다. 이제는 그 내용도 다 잊고 정말 밑줄을 그어가며 몇 번 씩이며 반복해 읽어 보기도 했던 말들 중 ‘고독을 회피하지 말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그는 삶의 목적을 몰라 방황하던 나의 20대 초반에 내게 다가와 가을밤 창가의 고독을 함께 보내주었다. 그가 쓴 ‘말테의 수기’를 읽으며 뒷부분에 가서 많은 글에 밑줄을 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가 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사서 책꽂이에 두고 몇 번 씩이나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데 오늘 공지영 씨의 cover story 속에 나오는 릴케의 말을 읽다보니 어렴풋이 그 말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인은 안해봤지만 정말 릴케다운 말이요 그래서 실제 릴케가 그 말을 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아침 저녁의 날씨가 스산해져가고 있고 그만큼 가을 하늘은 더 파랗고 차갑게 보인다. 나무 가지 사이엔 가을 바람이 쏴- 하는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 나무 밑 풀잎 사이에서 밤벌레 우는 소리가 한창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가을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릴케를 읽고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으며, 한편으로는 그 글이 감사해서 읽던 책을 두 손에 보듬어보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인생의 고민과 방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해마다 가을이 되면 창가의 고독에 몸서리치면서 밤 늦도록 책과 함께 보내던 그 시간이 얼마나 귀중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글을 다듬어가며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런 시를 쓰기도 했다. “ 내 침묵이 당신 곁에 맴도는 날 당신께선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시며 나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당신 발아래 부서진 한 장의 낙엽을 고이 간직해 일년 이년, 삼년을 기다려 아니 십년 이십년, 삼십년을 기다려 아, 세월이 흐르다 치칠라 할 때 당신의 고운 편지와 함께 나에게 보내주세요 그러면 나는 그토록 오랜 세월을 견딘 당신에게 달려가..... (이하 생략)” 언제가 죽어 세상을 떠나야하는 존재로서의 한계와 고뇌가 글속에 절로 녹아나고 알지 못하겠지만 그 어느 영원을 향해 달려가 그 품이 안기고 싶던 갈망이 내게 있었다. 나는 정말 젊은 시인이 되어 낙엽지는 가을과 그 밤을 말하고 싶어 했었다. 참으로 하루 하루가 진지한 날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내 곁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이 사라졌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도 사라졌으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그의 ‘말테의 수기’도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젊은 날 문학적 감수성이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내 인생에서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그와 같은 고뇌가 내게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내가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 일어난 일이었다.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 오직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지내느라고 다른 것들을 다 잊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릴케를 알고 그의 책에 밑줄을 그으며 살던 그 때의 나이의 갑절 이상이 지난 이때 오늘 아침 신문과 함께 실려온 글 속에서 다시 ‘릴케’라는 이름과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난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30 여 년이 지난 그 가을을 다시 만나는 ‘재회’가 아닐 수 없다. 참으로 가을도 그때와 똑같은 가을이고 릴케와 그의 책이름도 똑같다. 다만 그동안 내가 변해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나는 왜 살아야하는지를 알게 되었고 또 그 이유에 합당한 삶을 살아 왔다. 부족한 점이 많기는 했지만 후회가 없고 또 그렇게 살아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항상 하나님께 감사해왔다. 정말 더 이상 릴케와 같이 인생을 고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 실려온 어느 글 한모퉁이에서 만난 ‘가을’과 ‘릴케’와 ‘젊은 시인...’이 내 마음 깊은 곳의 BC 창고, 거기서도 깊숙이 숨겨져 있던 그때의 과거를 들추어낸 것이다. 그때의 나름대로의 고뇌와 진지함, 방황이 이렇게 기억난다. 그리고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고, 그것이 한 때였음이 감사하게 여겨진다. 젊은 날의 고뇌가 그렇게 깊었던 만큼 오늘 나는 내 인생의 주가 되시고 나를 이제까지 인도해오신 예수님께 더 감사하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세월의 끝자락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나는 그 옛날의 릴케와 ‘젊은 시인...’, 그리고 그와 함께 불을 밝혔던 ‘그 가을’을 떠나 이제 하나님의 세계 속으로 상당히 깊이 들어와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늘날 그때 나와 같은 나이의 어떤 젊은이가 ‘릴케’와 ‘젊은 시인... ’, 그리고 ‘가을 밤’을 붙들고 고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 누가 그런 책을 붙들고 있으랴 생각되지만 오늘 공지영 씨의 글을 보면서 이 가을 밤 하늘 아래 릴케를 넘기고 있는 그 어떤 젊은이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게임과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음란 영상물에 깊이 오염되어 가는 것이 너무 안따깝게 여기지기 때문인 것이다. 인터넷 앞에서 밤을 지세는 세대들, 이런 세대 속에서 누가 릴케를 읽겠는가? 아니라면 고시서적과 토익, 토플을 붙들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젊은 학생들의 가방 속에서 과연 릴케를 찾아낼 수 있을까? 어찌보면 정말 시대착오적인 생각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요지는 젊은이들에게 릴케를 강요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릴케적 인생의 진지함을 상실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성경 창세기는 우리 인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만들어주는지, 나는 성경과 게임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들이 정말 알기를 원하는 바이다. 이와 함께 릴케를 붙들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가 릴케의 글과 성경의 차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래서 이 글을 올려보는 것이다. 참으로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마음의 기쁨은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데서 오는 것이며, 그 차이가 담고 있는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 ‘이러한 백성은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은 복이 있도다’ - 시편14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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