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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민음사,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2 중에서..- 책장을 가볍게 하고자 버릴 책을 찾다가 평소에 거의 보지 않는 시집을 집어들었다. 버릴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에 책을 한 번 펴 보았다. 김중식의 시 <이탈한 자가 문득>이 있는 페이지가 펼쳐졌다. '한 번 읽어나보고 버리자'하고 소리내어 시를 읽었다. 나는 마음을 바꿔먹고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두었다. "휴, 다행이다."하고 책은 안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 때문에 우리가 살았어"라고 말하며 시, <이탈한 자가 문득> 에게 고마움을 표했을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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