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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을 읽고
(지은이: 크리스 베어드쇼/ 출판사: 아주좋은날) 이 책은 사은품으로 받게 되어 읽게 되었다. 한 가지 식물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짤막하면서도 흥미 있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만 적어본다. 1. 쐐기풀-학살의 흔적에서 무성하게 자라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세 가지 영양 성분은 칼륨, 질소, 인산이다. 칼륨은 꽃 피는 것을 촉진시키고, 질소는 잎의 엽록소에 영향을 미치며, 인산은 뿌리가 자라고 뻗어나가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한다. 식물의 뿌리가 인산을 흡수하게 되면 보다 빨리 잎이 돋기 시작하고 왕성한 생육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지식을 알고 나서 어떤 지역에 쐐기풀이 번성하는 이유를 알게 되면 섬뜩한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집단학살 조사단과 법의학 고고학자들은 희생자들의 시신에서 방출된 인산이 쐐기풀의 영양분으로 흡수되면서 눈에 띄게 비정상적인 생육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범죄 현장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항공사진을 분석하여 쐐기풀이 무성하게 번성하는 지역이 학살지역으로 곧장 연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2. 식물의 구조 요청-왜 저 식물은 해충에 강할까? 애써 키우고 있는 식물이 해충의 습격을 받는 것을 보면 방어기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식물이 공격을 당하면 기공을 통해 페로몬을 발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페로몬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 포식성 곤충들을 불러오는 작용을 한다. 무당벌레와 풀잠자리는 페로몬 냄새를 맡고 이끌려 와서 식물에 달라붙어 있는 진딧물을 먹어 치운다. 화학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진딧물이 공격을 당하면 그들 역시 EBF라는 페로몬을 방출한다. 이것은 다른 진딧물들에게 포식 곤충을 피해 달아나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3. 당근-군함의 재료가 될 날을 꿈꾸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를 당근으로 무장한다고 하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스코틀랜드 연구자들이 미래의 군함을 당근 추출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30년 전 탄소섬유가 도입된 이래 당근은 잠재적으로 가장 좋은 재료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팀은 당근을 분쇄하여 나노섬유의 형태를 지닌 섬유소를 추출한 다음 이것을 건조시켜 엄청난 특징을 가진 물질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여기에 현대의 합성수지로 구성된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하고 약간의 열을 가하면 가변성을 가진 범용성 물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생체복합재료는 엄청난 강도와 내구성, 견고함과 가벼움이라는 특징이 있다. 더 이상 하찮은 당근이 아닌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플라이 낚싯대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낚싯대 하나에는 2킬로그램 정도의 당근이 전체 물질의 5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공학적인 기술과 기계적인 특성의 핵심 요소는 무작위적으로 배열된 섬유의 질에 있다.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자동차 차체, 소형 보트는 식물의 80퍼센트 정도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다음 순서는 아마 군함이 될 것이다. 4. 파인애플-식인종의 양념에서 왕실의 과일로 파인애플의 원산지는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접경지역이다. 콜럼버스 일행은 섬을 탐험하다가 원주민들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잔해가 들어있는 커다란 통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카리브 원주민들의 식인 행위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는 반드시 파인애플이 썰어져 있거나 껍질이 벗겨진 채 쌓여져 있었다. 콜럼버스 일행은 이 과일의 쓰임새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이 생겨서 그 표본을 전리품에 챙겨 넣었다. 이렇게 해서 파인애플은 유럽인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때가 1494년 가을이었다. 카리브 부족민들은 신선한 파인애플을 토막 내서 양념장으로 만들어 인간 제물에 발랐다. 그런 다음 적절한 양념과 열을 가해 만찬에 모인 사람들에게 대접했다. 파인애플은 유럽에 도입된 지 200년이 지나서야 성공적으로 수확되었다. 1675년 왕실 정원사였던 존 로즈는 찰스 2세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영국에서 처음 재배된 파인애플을 바쳤다. 이로써 파인애플은 식인종의 양념에서 벗어나 왕실의 애호를 받는 과일로 승격될 수 있었다. 카리브 부족들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파인애플 열매 속에는 브로멜리안이라는 효소가 있어 지방을 분해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잘 읽지 않는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읽으니 잠자고 있던 뇌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식물과 관련된 세계사와 과학지식, 식물의 쓰임새, 효능 등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어린이용 동화책처럼 그림도 많이 들어가 있고 컬러풀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책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단점은 일반인들이 모를만한 생소한 식물이 꽤 많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샐서피, 프랑굴라갈매, 인디고페라, 피멘타 디오이카, 빌베리, 킨코나나무, 한련화, 디기탈리스, 아칸투수, 실피움 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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