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으로 삽시다'를 읽고
(저자-이시형 / 출판사 – 풀잎)
원래 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데 권위가 있는 어떤 분이 이 책을 10번 읽었다는 말을 듣고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초판이 1982년도에 나왔고 개정 4쇄가 2015년에 나온 나름 장수 책이다. 정신과의사인 이시형 박사가 50세에 처음 쓴 책으로 일주일 만에 썼다고 하는데 책이 많이 팔려 저자도 놀라고 출판사도 놀랐다고 한다.
소심증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와 문화, 사회 환경에 따른 민족성의 문제로 규정한 것이 새로웠다. 우리나라는 대륙 끝에 붙은 작은 나라로 큰 나라에 사대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집안에서도 가족들이 한 방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어 남의 눈치를 보고 체면을 차리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양반문화의 영향도 있다.) 저자가 미국 유학파라 자신이 겪은 서양인들의 문화와 우리 문화를 비교하여 말한다. 그들은 명예를 중요시하지 체면을 차리지 않는다고. 부자도 옷을 허름하게 입고 다니고 소박한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체면 때문에 그렇게 하지를 못 한다. 가난해도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무리를 하여서라도 소비를 한다. 체면은 남들이 볼 때만 유효하다. 그래서 남들이 보지 않으면 법과 질서도 지키지 않는다. 반면 서양인들은 남들이 보지 않을 때도 양심에 따라 법과 질서를 지킨다고 한다. 저자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체면 차리지 말고 자신 있게 살라고 말한다. 다음은 만능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저자의 주장을 옮겨 적어 본다.
“아인슈타인의 눌변은 그의 두뇌만큼이나 유명하다. 어느 자선 파티에서 축사를 받고 일어선 것까진 좋았으나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영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앉을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자 좌중엔 즐거운 환성과 함께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명연설이나 한 것처럼. 그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후에야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을 타이프해서 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글재주도 없었지만 연설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러한 아인슈타인을 얕잡아보거나 무시하진 않는다. 아니 눌변일 수밖에 없는 그를 오히려 존경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말재주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열등감을 느꼈다고 술회한 적은 없다. 기왕이면 그 머리에 능변까지 겸했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신경생리상 불가능하다. 그가 능변이었으면 그만큼 그의 두뇌는 덜 개발되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사도 자기 전문분야뿐이지 다른 일엔 백치다. 아니 백치라야 진짜 박사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박사를 존경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겐 모르는 게 애교요, 자랑이다. 못하는게 장점일 수도 있다. 불구 예찬론이 아니다. 다만 어느 한 가지를 못한다고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사람에겐 한 가지를 못하면 그만큼 다른 일을 잘할 수 있는 보상기능이 중추신경에 있기 때문이다. 손을 못 쓰면 발로도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라도 자기에게는 안 맞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안다.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10번 읽을 정도의 책이라는 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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